잘못 쓴 겹말 손질 (68) 진지하고 차분히

[우리 말에 마음쓰기 692] '꿈속의 이상향'이란?

등록 2009.07.09 10:46수정 2009.07.0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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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읽기 - 글쓴이가 드리는 말

[우리 말에 마음쓰기] ['-의' 없애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적' 없애야 말 된다], 이 세 흐름에 따라서 쓰는 '우리 말 이야기'는,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있는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우리 생각을 열'고 '우리 마음을 쏟'아, 우리 삶과 생각과 말을 한 동아리로 가다듬자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한자라서 나쁘다'거나 '영어는 몰아내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우리 삶과 생각과 말을 어지럽히는 수많은 걸림돌이나 가시울타리 가운데에는 '얄궂은 한자'와 '군더더기 영어'가 꽤나 넓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쓸 만한 말이라면 한자이든 영어이든 가릴 까닭이 없고, '우리 말'이란 토박이말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쓸 만한지 쓸 만하지 않은지를 생각하지 않으면서 한자와 영어를 아무렇게나 쓰고 있습니다. 제대로 우리 말마디에 마음을 쓰면서 우리 말과 생각과 삶을 가꾸지 않습니다. [우리 말에 마음쓰기]라는 꼭지이름처럼, 아무쪼록 '우리 말에 마음을 쓰면'서 우리 생각과 삶에 마음을 쓰는 이야기로 이 연재기사를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ㄱ. 진지하고 차분히

 

.. "버릇없이 구는 게 아니에요. 저는 지금 진지하게 말씀드리는 거라고요." 타피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  《러드야드 키플링/정회성 옮김-먼 옛날 와가이 강가에서 생긴 일》(서강출판사,2008) 56쪽

 

 "버릇없이 구는 게 아니에요"는 "버릇없이 굴지 않았어요"로 손보고, "말씀드리는 거라고요"는 "말씀드리고 있다고요"로 손봅니다.

 

 ┌ 진지(眞摯) : 마음 쓰는 태도나 행동 따위가 참되고 착실하다

 │  - 진지한 대화 / 진지한 태도 / 진지하게 논의하다 /

 │    사장은 사원들의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

 │    전혀 농담하는 기색이 없이 진지한 얼굴 /

 │    당초의 성실치 못한 태도를 고치고 제법 진지해져 있었다

 │

 ├ 진지하게 말씀드리는 거라고요

 └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들뜨지 않게 마음을 추스르는 몸가짐이 '차분함'입니다. 목소리를 함부로 높인다든지 딴청을 한다든지 한눈을 팔지 않는 매무새가 '차분함'입니다.

 

 ┌ 진지한 대화 → 차분한 이야기 / 깊은 이야기

 ├ 진지한 태도 → 차분한 매무새 / 참된 몸가짐

 ├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 차분하게 받아들였다 / 곰곰이 받아들였다

 └ 제법 진지해져 있었다 → 제법 차분해져 있었다

 

 차분해야 할 때에는 차분해야 좋습니다. 참되어야 할 때에는 참되어야 좋습니다. 깊이있게 되뇌일 때에는 깊이있게 되뇌어야 하고, 곰곰이 살필 때에는 곰곰이 살펴야지요.

 

 어떤 일이 잘되었다고 할 때에는 '잘되었구나' 해야 알맞습니다. '오케이'라 한다고 알맞지 않습니다. 고마우니 '고맙다'고 합니다. '감사'나 '땡큐'가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 말하고, 보이는 그대로 드러내며, 겉치레나 겉꾸밈을 하면서 눈가림이나 눈속임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좋겠어요. 해야 할 말이니 하고, 들어야 할 말이니 듣습니다.

 

 

ㄴ. 꿈속의 이상향

 

.. 다른 어딘가, 그곳은 아마도 현실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꿈속의 이상향일 것이다 ..  《고히야마 하쿠/양억관 옮김-인생이라는 이름의 여행》(한얼미디어,2006) 242쪽

 

 '현실(現實)'은 그대로 두어도 되나, '이 땅'이나 '이곳'으로 손보아도 됩니다. '결(決)코'는 '도무지'나 '어디에서도'로 다듬고, "-일 것이다"는 "-이리라"로 다듬어 줍니다.

 

 ┌ 이상향(理想鄕) :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상태를 갖춘 완전한 사회

 │   - 전설의 이상향 아틀란티스 / 이상향을 꿈꾸다 /

 │     그에겐 이상향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

 ├ 꿈속의 이상향일 것이다

 │→ 꿈속에서 본 나라이리라

 │→ 꿈꾸던 나라이리라

 │→ 꿈 같은 나라이리라

 │→ 꿈나라이리라

 └ …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곳이 '이상향'이라 합니다. '도원경(桃源境)'이라는 말도 있고, '유토피아(Utopia)'라는 말도 있는데, 곰곰이 살피면 토박이말로 가리키는 낱말은 보이지 않습니다. 한자말로는 이야기를 하고 영어로도 이야기하지만, 정작 우리 말로는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 꿈나라 / 꿈속 나라 / 꿈꾸는 나라

 ├ 이상향 / 도원경

 └ 유토피아

 

 '꿈나라'라고 하면 잠자는 일만 떠오를까요. '꿈나라'는 이룰 수 없는 일을 가리킬 때에만 써야 하나요.

 

 가만히 살피면, '이상향'이든 '유토피아'이든, "우리가 꿈꾸는 나라"입니다. "이 나라 이 땅에서 아직 이루지 못한 꿈"입니다. 이루지 못했기에 이루고픈 마음을 품습니다. 두 눈으로 볼 수 없고 두 다리로 디딜 수 없어, 마음속에서만 거닐고 노닙니다.

 

 어쩌면 우리들 쓰는 글도 아직 옹글게 자리잡지 못하고 있기에, 옹글게 자리잡도록 하려는 꿈을 꾸게 되는지 모릅니다. 아무래도 우리들 주고받는 말도 아직 튼튼히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기에, 튼튼히 뿌리내리는 날을 맞이할 때까지 힘쓰고 애쓰자고 다짐하게 되는지 모릅니다. 아직은 어느 하나 제대로 이루어내지 못한 말 문화요 글 문화이기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차근차근 말 문화와 글 문화를 이룩하자면서 힘과 뜻을 모으자고 생각하게 되는지 모릅니다.

 

 ┌ 전설의 이상향 → 전설 같은 꿈나라 /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꿈나라

 ├ 이상향을 꿈꾸다 → 새나라를 꿈꾸다

 └ 이상향이나 다름없는 곳 → 꿈나라나 다름없는 곳 / 새로운 땅이나 다름없는 곳

 

 새마음이 되면 새나라를 맞이할 수 있을까요. 새넋이 되면 새땅을 디딜 수 있을까요. 새말을 빚고 새글을 쓰면서 새로운 문화를 슬기롭게 갈고닦을 수 있을까요.

 

 날마다 새로 꿈을 꾸고, 나날이 새로 몸을 추스릅니다. 늘 새로운 사람이 되고자 가다듬고, 언제나 새로운 생각을 꽃피우고자 땀을 흘립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9.07.09 10:46ⓒ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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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중복표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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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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