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면 가장 먼저하는 책장청소. 책에서 나오는 먼지가 하룻새 책장에 수북하다.
안소민
2인 1조가 되어 사다리를 타고 책장꼭대기까지 올라가 물걸레로 책장과 선반을 깨끗이 닦는다. 이 날은 김영숙(31)씨와 김이환(28)씨가 한 조가 되어 책장을 닦았다. 한 사람이 책장 꼭대기를 걸레로 닦는 동안 다른 한 사람은 책장 사이사이를 닦는다. 걸레를 다시 깨끗이 빨아다주기도 한다. 그리 넓은 도서관은 아니지만 모두 닦고 나면 족히 한 시간은 걸린다. 요즘같이 더운 날, 책장 닦는 것만으로 진이 빠질 지경이다.
청소를 마치고 난 뒤에는 책 분류를 한다. 어제 반납된 책들과 오늘 방금전까지 들어온 책들을 책장에 꽂는다. 책 분류가 처음에는 어려웠다. 일련번호도 숙지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뒤 지금은 많이 숙달되었다. 책만 봐도 어느 자리에 가야하는지 감이 '척' 올 정도라고.
'그까짓 도서관 정도야....'라고 생각했다김영숙씨는 사실 도서관을 특별히 희망한 것은 아니었다. 희망근로를 신청할 때 내근근무하는 쪽으로 희망했는데 도서관으로 배정되었다. 처음에는 '도서관 정도야 뭐..'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 달 보름 정도 해본 결과, 그 말은 쏙 들어갔다. 도서관이라고 우습게 봤다가 큰코 다친 셈이다.
오는 8월에 대학 졸업예정인 김이환(28)씨는 6월 15일부터 시작했다. 김씨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아서 신청하게 되었다. 전에 아르바이트 했던 선거사무실보다는 수월하다. 그러나 역시 쉬운 일은 없다.
책을 나르거나 무거운 책을 옮기는 일은 역시 남자인 김씨의 손길을 많이 필요로 한다. 책 한 권 한 권의 무게는 그다지 무겁지 않지만 하루종일 들고날라야 하는 책의 무게감의 누적은 장마날 온 몸에 번지는 눅눅함과 같다. 피곤하다.
"힘을 쓰는 일에도 많이 도움이 되지만 남자라서 필요할 때가 있어요. 책상에 여직원이 있으면 우습게 보는 분들이 간혹 있거든요. 괜히 큰소리치기도 하고 트집을 잡는 분들이 있는데 그럴 때를 대비해서 제가 옆에 앉아있죠. 그러면 안 되는데…."
얼마 전에는 한 할아버지가 신문 복사문제로 직원과 언쟁을 벌인 적이 있었다. 본인이 원했던 복사가 안 나왔다며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직원들이 사비로 대신 복사를 해주고 나서야 일은 마무리됐다. 가끔 그런 이용자들이 있어서 직원들을 긴장시킨다. 쥐죽은 듯 조용한 도서관이기에 소동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