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50만 원 강남 오피스텔 임대수익의 현실

[가정경제119]

등록 2009.08.19 14:26수정 2009.11.2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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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경제교육전문기업 '에듀머니'와 함께 '가정경제 119'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서민과 중산층이 주식·부동산 등 무모한 재테크의 함정에서 벗어나 우리 집 위기 상황을 점검하고 최소한의 안정된 삶을 지키는 대안을 제시합니다. [편집자말]
김모씨는 현재 1억8천만 원의 소형 아파트에 산다. 재개발 예상 지역이라고 해서 결혼시점에 약간의 부채를 안고 일단 구입했다. 결혼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재개발은 여전히 계획 단계라고 하고, 워낙 오래된 아파트인데다가 시설이 노후되어서 아내와 아이들의 불만이 많다. 5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도 위험하고 둘째를 임신한 부인에게도 무리가 가는 것이 사실.

이제 이 아파트를 미련없이 처분하고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를 가려는데 새로 구입해서 가려다보니 담보대출을 1억 정도 받아야 한다. 지금 내는 이자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므로 전세로 이사하자니 뭔가 손해보는 느낌이다.

사실 김모씨에겐 강남 요지에 시가 3억원 짜리 오피스텔이 있다. 부채 1억이 있긴 하지만 월 150만원의 임대소득이 들어오고 있어 주위 친구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늙어서까지 꾸준히 월 150만원의 임대소득이 들어올 것이고 게다가 워낙 입지가 좋아 향후 꾸준히 가격이 상승할 것 같으니 노후 준비는 거의 끝낸거나 다름없다는 생각에 마음도 든든하다. 이 오피스텔을 매각하면 주거환경이 괜찮은 집을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텐데 그저 사는 집 때문에 월세가 꾸준히 들어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다는 것은 어리석은 판단이라는 생각이다. 과연 그럴까?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실체

월세수입을 생각할 때 사람들은 그로 인해 발생되는 '비용'을 고려치 않는 실수를 범할 때가 많다. 매출이 곧 순수입이 아니건만 자신의 수입창출 능력에 대한 기대심리가 반영된 착시현상에 쉽게 빠지고 만다. 그렇다면 김모씨의 실제 오피스텔 수입은 얼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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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비용구조 연간비용을 비교한 도표 ⓒ 박미정


월 150만원씩 공실률이 0%일 경우 월세 임대수익이 1800만 원. 확정된 비용인 845만8000을 제외하고 나면 연간 955만 원 가량의 임대수익이 발생하며 이를 월환산하면 매월 80만 원 가량인 셈이다. 그런데 강남 요지에 있는 오피스텔이라고 해도 실제 공실률이 0%일 경우는 쉽지 않다. 김모씨 역시 임대가 그나마 안정적으로 된지는 채 1년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제대로 유지관리해주는 부동산을 만나기도 쉽지 않고, 또 속썩이는 세입자가 들어올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만약 공실률이 절반 정도라고 가정한다면 월환산 임대수입은 비용을 제외하고 얼마일까? 고작 45170원 정도라는 결과에 김모씨, 적잖이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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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률에 따른 임대수입의 변화 이미 확정된 비용 대비 기대수익은 생각보다 안정적이지 않다. ⓒ 박미정


만약 김모씨가 3억 원을 그대로 은행에 예치했을 경우 월환산 수익(연 4%, 이자소득세 공제 후)은 85만원 정도이다. 불편한 거주환경에서 참고 살면서 신경 쓰고 노력해서 얻은 수익률치곤 허탈하고 초라하지 않은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선망을 갖고 있다는 임대수입에 대해서는 이처럼 별로 복잡하지 않은 상식적 계산이 필요하다. 임대수입을 추구하는 것은 자산을 기반으로 뭔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므로 지극히 합리적인 투자의 방법으로 보여진다. 자신의 노동력으로 인해 창출되는 수입이 불안정하게 느껴지는 순간부터는 훨씬 강렬한 욕망으로 가속화한다. 여기에는 임대수입 창출의 근거가 되는 부동산에 대한 불패 신화도 한몫 한다.


그렇지만 '항상 확정된 비용' 대비 '아직 실현되지 않은 낙관적 수익률'의 함정은 우리에게 생각보다 그리 썩 훌륭하지 않는 투자 성적표를 제공하기 일쑤다. 기대수익률에 이르기까지 차곡차곡 발생되는 여러 비용은 이제 김모씨로 하여금 유망한 자산을 매각해야 할 상황에 이르게 하고, 충분히 여러 비용을 지불하고 난 후 빚잔치가 끝나고 나면 생각했던 것보다 적은 돈이 주머니로 들어오게 될 가능성이 크다. 미리 계획적으로 수익을 실현시키는 것과 급한 상황에서 필요에 의해 자산을 매각하는 것과의 차이는 상실감을 더욱 부채질할 수밖에 없다.

만약 김모씨가 오피스텔 임대수입 창출을 포기하지 않고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추가로 1억원의 대출을 일으키기로 결단하였다면 매월 이자로만 100만원 넘는 돈이 빠져나가게 된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 커가면서 여러 비용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현금흐름상의 악순환은 가속화되지만 순자산의 규모로만 생각한다면 이런 악순환은 의아할 수밖에 없다. 자산이 늘어나도 행복하지 않은 삶은 지금까지의 '자산 소유'에 대한 잘못된 추구를 돌아보게 한다.

소유의 종말? 소유의 피곤함!

제레미 리프킨은 일찍이 '소유의 종말'을 통해 소유와 상품화로 대변되던 자본주의의 새로운 국면전환을 이야기한 바 있다. 소유는 거추장스러운 비용과 노력을 수반하므로 사람들은 이제 임시적으로 필요할 때만 서비스를 활용하는 '접속의 시대'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과거 개발도상국 시절 대한민국은 '자산 소유'의 비용이 그리 크지 않았고 그에 비해 부동산 개발붐을 타고 자산인플레이션이 더욱 급격했다.

부동산 불패신화는 바로 그 시절 자산증식에 성공한 사람들에 의해 면면히 이어진 학습효과다. 1967년 11월 29일 최초로 '부동산 투기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토지 양도 및 보유로 발생하는 소득의 50%를 과세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서서히 부동산 자산 보유로 인한 비용 발생의 역사가 시작된다. 점차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을 보유하는 여러 비용들은 확정되기 시작하고 수익 실현은 리스크를 동반하기 시작했으나 투기의 맨 마지막에 존재하는 일반인들의 눈에는 전가되는 거품이 미래에 실현가능한 보유가치로 둔갑되어버린지 오래다. 

가족들에게 쾌적한 거주환경을 제공하고 아이들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줄 수 있는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은 굉장한 수익률을 올려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지극히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계산과 미래 계획에 부합하는 효율적 자원분배가 필요할 따름이다.

오피스텔로 인해 발생되는 임대수익 자체를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묶인 3억이 150만원의 임대수입을 발생시키기보다 그저 가족의 행복에 기여하고 쓰여지는 것이 본래 자산증식의 목적에 부합하는 일이란 것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자산구조가 그 본래의 목적인 가족의 행복에 쓰여지지 못하고 스스로 군림하게 될 때 많은 사람들은 자산의 노예가 되어 그 비용을 감당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오피스텔 #임대수익 #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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