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안전1989년에 신축된 건물로 금관가야 2대 도왕부터 9대 숙왕까지 암금들과 왕비들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다.
오은석
수로왕릉이라고 역시 도굴과 강탈의 위험을 피할 수는 없었다. 수로왕릉에 수많은 금과 옥이 있다고 하여 이를 훔쳐가려는 도적들이 있었다. 도적들이 수로왕릉에 들어서자 몸에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쓴 채 활에 살을 먹인 용사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도적들을 향하여 화살을 겨누더니 순식간에 일고여덟 명을 맞혀 죽였다. 이를 본 도적들은 혼비백산하였다.
그러나 도적들은 쉽사리 물러서지 않았다. 지난번보다 더 준비하여 며칠 뒤에 다시 찾아갔다. 이번엔 그 용사가 없었지만 대신 커다란 구렁이가 나타났다. 크기는 30자가 넘고 눈빛은 번개 같았다고 하는데, 순식간에 여덟아홉 명을 물어 죽였다고 한다. 기록에서는 이들이 수로왕을 지키는 신물(神物)이라고 전한다.
고려 성종 10년(991년) 김해부의 양전사(量田使)로 있던 조문선(趙文善)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양전사는 당시 토지 측량을 맡은 관원인데, 그는 수로왕의 능묘를 조사하면서 그 능묘가 차지하는 공간이 너무 많아 백성들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조정에 보고하였다. 조정에서는 처음엔 허락하지 않았으나 집요한 요청에 결국 설득되어 수로왕의 묘역을 줄이는 것을 허락하였다.
조문선은 즉시 행동에 옮겼다. 일이 거의 끝나갈 무렵 조문선은 어느 날 몹시 피곤함을 느껴 잠에 들게 되었다. 바로 꿈을 꾸게 되었는데 일고여덟 명의 귀신들이 밧줄과 칼을 잡고 조문선에게 말했다.
"너에게는 큰 죄악이 있으므로 베어 죽이겠다."악몽을 꾼 조문선은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이내 병이 생기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못한 상태로 밤에 도망쳤는데, 관문을 지나서 그만 죽게 되었다고 한다.
수로왕의 저주? 이러한 이야기가 등장하게 된 배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