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타호수자전거, 아이들 그리고 고목, 이곳은 한 때 뭍이었습니다.
차동자
은빛 비늘을 게으르게 움직이며 어디론가 흘러가는 봍타호수의 잔잔하고 아름다운 풍경 뒤에는 사실 가슴 아픈 이주의 이야기가 있다. 195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아프리카의 독립영웅 콰미 은크루마가 초대 대통령으로 재직 시절 야심차게 벌인 사업이 바로 볼타강 하구 아코솜보 댐 건설사업이었다. 호주 기술자의 제안으로 시작하였다는 볼타호수는 원래는 볼타 강이었으나, 아코솜보라는 대규모 댐을 건설하고나서 이곳은 세계 최대의 인공호수로 바뀌었다.
현지인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수만 년 넘게 뭍이었던 곳이 물에 잠기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별안간 고향을 등지고 갑작스런 이주를 해야 했다고 하는데, 정부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해서 아닌 밤중에 날벼락같은 재앙을 겪은 주민도 많다고 한다. 교통, 통신이 발달하지 않았을 그 시절이었으니 얼마나 끔찍한 일들이 있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 이주가 얼마나 큰 사회적 변화였는지, 캘리포니아 대학교 문화인류학과에서는 볼타호수의 이주문제만 별도로 연구자를 파견하여 다루고 있을 정도이다.
콰후노우쓰 군을 이렇게 배를 타고 가야만 하는 것도 바로 그 시절부터이다. 수심이 깊지가 않은지 곳곳에 그 때 침수로 인한 고목들이 여전히 지금까지 뼈를 앙상히 드러낸 채, '내가 여기 있었노라'고 힘없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슬픔도 기쁨도, 결국 모두 지나가버린다. 이건 가장 불안하지만 가장 위로가 되는 일이기도 하다. 볼타 강은 볼타 호수로 변하고, 지금은 호수 위, 작은 조각배에서 그물을 던지는 어부 가족들의 여유로운 풍경만이 화폭을 채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