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음식축제, 꼬막축제 무엇을 남겼나

[낙안군 이야기 총정리 13] 태생이 다른 두 축제, 축제 무대도 달라

등록 2009.11.01 16:40수정 2009.11.0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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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 낙안면 낙안읍성에서는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제16회 남도음식문화축제가 열렸다. 또한, 인근 보성군 벌교읍에서는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제8회 꼬막축제가 열렸다. 지척에서 열린 동일한 음식축제이지만 성격은 달랐고 지역에 남겨놓은 것들도 달랐다.


태생이 다른 두 축제, 축제 무대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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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열린 순천시 낙안면 낙안읍성의 남도음식문화축제 ⓒ 서정일


남도음식축제와 꼬막축제는 태생이 다른 축제다. 남도음식축제는 낙안면이 예로부터 대표 음식이 있어 국민 입맛을 당기던 곳이라서가 아니라, 낙안읍성이라는 괜찮은 무대가 있기에 그곳에 음식을 덧붙여 출발시킨 축제다.

그에 반해, 꼬막축제는 벌교가 순천, 고흥과 함께 꼬막의 주산지며 타 지역과는 다른 독특한 꼬막 맛으로 이미 사람들에게 각인돼 왔고 소설 <태백산맥>을 통해 한 단계 더 넓게 확산됐기에 축제로 발전시킨 것이다.

즉, 한곳에서는 낙안읍성이라는 괜찮은 전시공간이 있어 그곳에 전라남도 각 지역의 특별한 음식을 집합시켜놓고 전시한 인위적 음식축제인데 반해 한 곳은 자신의 고장 특산물을 가지고 맛을 알려 벌인 자연 발생적인 축제다.

때문에 낙안읍성에서 벌어지는 남도음식축제는 보기 좋고 다양하고 맛스럽게 꾸며놓은 무대음식이라 말할 수 있으며 벌교에서 벌어지는 꼬막축제는 무대 아래에서 장 굿 벌이고 멍석 깔고 그 위에서 맛을 느끼는 생활음식인 것이다.


지역과 연계해 지속발전가능한 축제로 승화해야

낙안읍성 남도음식문화축제는 올해로 16회째를 맞았다. 벌교꼬막축제는 올해로 8회째를 맞았다. 두 배의 세월차이가 있지만 실제는 네 배의 차이다. 꼬막축제는 애초에 벌교문화제로 출발했다가 4회째부터 꼬막축제로 변경을 했기 때문이다.

횟수만을 놓고 보자면 남도음식축제가 꼬막축제에 비해 튼튼한 듯 보인다. 하지만 내실은 전혀 반대다. 낙안읍성은 축제기간에만 음식으로 반짝거린다. 이후에는 이곳이 음식축제를 한 고장인가 할 정도로 황량하기 그지없다. 반면 벌교는 축제기간은 물론 꼬막 자체가 지역경제의 중심축이다.

한마디로 낙안의 음식축제는 3-4일간 그것도 낙안지역이 아닌 낙안읍성내에서만의 단기 축제지만 벌교의 꼬막축제는 1년 내내 벌이는 장기적인 축제인 셈이다.

모든 축제가 대동소이하겠지만 음식축제도 마찬가지로 뿌리가 있어야 하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어져야 한다. 뿌리란, 그 지방의 음식이거나 그 지방이 특별한 음식으로 정평이 난 고장인가 하는 것이다. 꽃이란, 그 독특한 재료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보기 좋고 맛스런 음식들을 무대에 올리는 작업이다.

끝으로 열매란, 축제를 통해 지역 음식문화를 발전시키고 또 축제가 끝나도 관광객들이 축제음식을 먹기 위해 다시 지역을 찾게 해 경제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낙안의 음식축제는 뿌리와 열매가 없고 벌교의 꼬막축제는 꽃이 없는 형태다.

남도음식축제와 꼬막축제의 자기반성과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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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열린 보성군 벌교읍의 꼬막축제 ⓒ 서정일


이번 음식축제를 계기로 낙안지역이나 벌교지역은 자기반성을 통해 음식축제 관련해 종합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듯 보이며 좀 더 확실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낙안의 남도음식축제는 무대음식을 생활음식으로 빠르게 전환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이 지역에 온 관광객들의 불만 제1순위가 바로 음식 관련한 것이었음을 상기할 때 남도음식축제는 공허해 보인다. 평소 음식 맛을 보기 위해 이 지역을 찾는 이가 없다는 점에서도 의미 없는 축제로, 또한 낙안읍성을 빼고 낙안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했다고 볼 때 꼬막축제와 대비된다.

최근 우려할만한 일은 뿌리가 없고 열매가 없는 낙안의 남도음식축제에 관해 전라남도 타 지자체에서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전주시 같은 경우 전통 음식의 고장임을 내세워 남도음식을 넘어 세계음식축제로까지 도전하고 있다는 점은 순천시 낙안 남도음식축제의 위기라고 볼 수 있다.

벌교 또한 생활음식과 더불어 무대음식을 고민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꼬막축제는 다소 거칠어 전국이나 세계 축제로 자리매김하기에는 어색한 부분이 많다. 이는 축제라는 것이 무대 성격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인데 벌교 꼬막축제는 무대에 올릴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

낙안은 지난 16년 동안이나 낙안읍성이라는 좋은 무대를 가지고 음식을 덧붙여 축제를 벌어왔으면 그저 화려한 음식의 꽃만 보여줄 것이 아니라 정작 축제가 끝나면 읍성내 식당이나 지역에 기술을 전수해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하고 지역 경제의 열매를 맺게 하는 노력이 필요했던 부분이다.

벌교는 아무리 꼬막이라는 뿌리를 갖고 있고 지역경제에 열매까지 맺고 있다고 하더라도 축제를 벌이겠다고 생각했으면 관광객을 위해 무대음식도 마련할 생각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모든 것들이 지난 29일부터 3, 4일 동안 북적이던 낙안 벌교 지역을 바라보는 뜻있는 이들의 입바른 소리다.

낙안군과 낙안군 폐군(廢郡)
현재의 순천시 외서면을 비롯해 낙안면, 별량면 일부, 보성군 벌교읍 그리고 고흥군 동강면, 대서면 일부의 땅은 옛 낙안군이었다. 하지만 101년 전인 지난 1908년 10월 15일, 일제는 항일투쟁무력화, 동학혁명진원지분산, 침략거점도시화를 위해 낙안군 자체를 없애버리고 주민들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낙안군 #남도TV #남도음식문화축제 #꼬막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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