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음표에 갇힌 한자말 (49) 도상圖像icon

[우리 말에 마음쓰기 822] '지기(知己)'와 '벗'과 '동무'와 '너나들이'와

등록 2009.12.22 12:01수정 2009.12.2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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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지기(知己)

.. 더우기 자기 부친의 지기(知己)였고 또 태백산에서 익힌 짐승과의 사귐이 자꾸 마음을 끄는 데에야 ..  <백운-양치는 성자>(해뜸,1988) 113쪽


'부친(父親)'은 '아버지'로 고치고, "짐승과의 사귐"은 "짐승과 사귀는 법"이나 "짐승과 사귀기"로 고쳐 줍니다.

 ┌ 지기(知己) = 지기지우
 │   - 막역한 지기 / 그는 지기가 많다 / 그는 지기를 위해서는 /
 │     약간의 지기를 가진 사람입니다
 ├ 지기지우(知己之友) : 자기의 속마음을 참되게 알아주는 친구
 │   - 지기지우를 사귀다
 │
 ├ 부친의 지기(知己)였고
 │→ 아버지 옛 동무였고
 │→ 아버지한테 너나들이였고
 │→ 아버지와 가까이 사귀신 분이었고
 │→ 아버지와 가까운 벗이었고
 └ …

가까이 사귀는 사람은 '가까운 사람'입니다. '벗'이요 '동무'입니다. 조금 더 가까운 사이를 가리키는 '너나들이'라는 우리 말이 있으며 '어깨동무'라는 우리 말 또한 있습니다. 속마음을 아는 동무를 가리킬 때에는 '속동무'라고 이름을 붙여 볼 수 있습니다. '마음동무'라고 이름을 붙여도 어울립니다. 오래도록 한길을 함께 가는 좋은 동무는 '길동무'입니다. 어쩌면, '삶동무'라는 이름을 붙이는 사람도 있겠지요. 아마, 한집에서 오래도록 돕고 사랑하고 아끼면서 살아가는 님을 놓고는 '삶동무'라 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 막역한 지기 → 허물없는 벗
 ├ 그는 지기가 많다 → 그는 좋은 벗이 많다 / 그는 마음벗이 많다
 └ 약간의 지기를 가진 사람 → 너나들이가 여럿 있는 사람

여러모로 살펴보면 우리한테는 좋은 동무만큼 '동무를 가리키는 좋은 이름'이 꽤 많습니다. 예부터 익히 써 온 이름이 많고, 우리가 새롭게 빚어낼 이름 또한 많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좋은 이름을 알맞게 살려서 쓰는 손길은 잘 안 보입니다.


속마음을 참되게 알아주는 벗이라는 '지기'요 '지기지우'라지만, 속마음을 알아주는 벗은 말 그대로 '속동무'요 '속벗'입니다. 서로를 참되게 알아주는 벗은 말 그대로 '참동무'요 '참벗'입니다.

 ┌ 벗
 │: 참벗 / 속벗 / 길벗 / 삶벗 / 책벗 / 글벗 / 일벗
 │: 마음벗 / 사랑벗 / 마을벗 / 고향벗
 ├ 동무
 │: 참동무 / 속동무 /  길동무 / 삶동무 / 책동무 / 글동무 / 일동무
 │: 마음동무 / 사랑동무 / 마을동무 / 고향동무
 └ 너나들이 / 어깨동무


우리 깜냥껏 우리 동무를 사귀면 됩니다. 우리 슬기에 따라 우리 스스로 다른 사람 앞에서 좋은 동무로 다가서면 됩니다. 나부터 좋은 동무가 될 때에 내 곁에는 좋은 사람이 가득합니다. 나부터 좋은 마음을 가꾸면 내 둘레 동무들 누구나 좋은 마음으로 좋은 삶을 가꾸어 갑니다.

ㄴ. 도상圖像icon

.. 그 플롯을 채우는 각 사건들이 관습형으로 이미 존재하며, 그 특정 장르에 어울리는 도상圖像icon이 필요할 때마다 제대로 드러나는 것을 일컫는다 ..  <이효인-김기영, 하녀들 봉기하다>(하늘아래,2002) 129쪽

'플롯(plot)'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 구성(構成)'으로 나옵니다. 한자말 '구성'이란 '얼거리'나 '짜임새'를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이 보기글에서는 "그 플롯을 채우는"을 "그 얼거리를 채우는"이나 "그 틀을 채우는"이나 "그 이야기틀을 채우는"으로 손질해 줍니다. "각(各) 사건(事件)들이"는 "사건들마다"나 "여러 가지 일들이"로 다듬고, "관습형(慣習型)으로 이미 존재(存在)하며"는 "관습에 따라 이미 있으며"나 "언제나처럼 이미 자리잡으며"로 다듬어 봅니다. "그 특정(特定) 장르(genre)에"는 "그 남다른 갈래에"나 "그러한 갈래에 남달리"로 손보고, '필요(必要)할'은 '있어야 할'이나 '써야 할'로 손보며, "드러나는 것을"은 "드러나는 모습을"이나 "드러나는 일을"로 손봅니다.

 ┌ 도상(圖像) : 종교나 신화적 주제를 표현한 미술 작품에 나타난 인물 또는 형상
 ├ 아이콘(icon) [종교]
 │  (1) 그리스 정교에서 모시는 예수, 성모, 성도(聖徒), 순교자 등의 초상
 │  (2) '우상'을 전문적으로 이르는 말
 │
 ├ 그 특정 장르에 어울리는 도상圖像icon이
 │→ 그 특정한 갈래에 어울리는 모습이
 │→ 그러한 갈래에 어울리는 그림이
 │→ 그 같은 갈래에 어울리는 조각들이
 │→ 그 갈래에 남달리 어울리는 조각그림들이
 └ …

글쓴이는 한자말 '도상'을 쓰면서, 한글로만 적으면 글을 읽는 이들이 알아보지 못할까 걱정스러워 한자로 '圖像'을 밝힙니다. 그러나, 이렇게 밝혀 놓고도 못미더운지 알파벳으로 'icon'까지 밝힙니다.

그런데, 여러모로 궁금합니다. 이렇게 한자를 밝히고 알파벳까지 밝혀 놓으니 좀더 환하거나 또렷하게 알아볼 수 있을까요. 이렇게 적어 놓았기 때문에 한결 나은 글이 되었을까요. 이처럼 적은 글이기에 좀더 알차며 똑똑한 글이라 할 만한가요.

제 깜냥껏 이 보기글을 새롭게 고쳐써 봅니다. "그 얼거리를 채우는 이야기들이 일찌감치 있어 왔으며, 그러한 갈래에 어울리는 조각들이 그때그때 제대로 드러나는 일을 일컫는다"로.

 ┌ 그림 / 조각
 ├ 그림조각 / 조각그림
 ├ 그림틀 / 조각틀
 └ …

영화를 이야기할 때에 쓰는 낱말은 거의 서양말에서 빌어 오곤 합니다. 우리가 만든 문화예술이 아닌 영화인 터라 어쩔 수 없다 할 테지만, 서양에서 빚어낸 영화라 하더라도, 우리 또한 즐기는 영화요 우리 또한 빚어내는 영화입니다.

서양사람이 빚어낸 영화에서 쓰는 전문 낱말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서양사람은 저희들끼리 '여느 삶에서 널리 쓰는 낱말'을 엮거나 그러모으면서 전문 낱말을 일굽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낱말로 전문 낱말을 삼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쓰는 전문 낱말을 우리들 한국사람은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요. 영화를 비롯해 연극이나 춤이나 노래나 문학에서 쓰는 전문 낱말은 어떻게 새기고 삭이고 받아들이면 좋을까요. 우리는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영화를 하고 연극을 하고 문학을 하고 있는가요. 우리는 누구와 함께 나누고자 영화를 하고 연극을 하고 문학을 하고 있을까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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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음표 한자말 #한자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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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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