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279) 정치적

― '정치적 해방', '정치적으로 올바른 삶' 다듬기

등록 2009.12.21 18:34수정 2009.12.2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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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정치적 해방

 

.. 정치적 해방만을 바라는 사람들에겐 영혼의 해방을 되새기고 영혼의 해방만을 바라는 사람들에겐 정치적 해방을 되새기는 예수의 방식은 사람들의 욕망을 거슬렀다 ..  <김규항-비급 좌파>(야간비행,2001) 187쪽

 

 "영혼(靈魂)의 해방(解放)을"는 "영혼이 해방되도록"이나 "넋이 홀가분해지기를"로 다듬고, "예수의 방식(方式)은"은 "예수가 한 일은"이나 "예수가 보여준 모습은"으로 다듬어 줍니다. "사람들의 욕망(欲望)"은 "사람들 욕망"이나 "사람들 생각"이나 "사람들이 바라던 삶"으로 손질해 봅니다.

 

 ┌ 정치적(政治的)

 │  (1) 정치와 관련된

 │   - 정치적 망명 / 정치적 문제 / 정치적 인물 / 정치적인 사건 /

 │     그는 매우 정치적이다

 │  (2) 정치의 수법으로 하는

 │   - 정치적 방법 / 정치적인 수단

 ├ 정치(政治) :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

 │    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

 │    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

 │   - 정치 단체 / 정치 세력 / 정치 활동

 │

 ├ 정치적 해방만을 바라는

 │→ 정치 해방만을 바라는

 │→ 정치 사슬에서 풀려나기만을 바라는

 │→ 정치가 풀려나기를 바라는

 └ …

 

 보기글을 곰곰이 살펴봅니다. 두 가지 글월을 맞대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데, 한쪽은 '(무엇)적 (무엇)' 꼴이고, 다른 한쪽은 '(무엇)의 (무엇)' 꼴입니다. 이러면서 글 끝에 "사람들의 욕망"이라고 적었습니다만, 이 대목은 "인간적인 욕망"이라고 해서 또다시 '(무엇)적 (무엇)'으로 적을 수 있었구나 싶습니다.

 

 보기글은 거의 두 즈믄 해 앞서 살았다고 하는 예수라고 하는 사람 이야기를 합니다. 그때 그이는 아주 밑바닥에서 구르듯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하고, 지식을 많이 갖추거나 지식으로 생각을 나누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다시금 곰곰이 생각합니다. 지식인 예수가 아닌 나무쟁이 예수라 한다면, 예수가 쓴 말은 어떠했을까 하고. 지난날 예수님 삶과 생각과 말을 떠올리거나 되새기면서 오늘날 우리 삶과 생각과 말을 돌아보고자 한다면, 우리는 어떠한 말마디로 우리 모습을 헤아리거나 견주어야 할까 하고.

 

 ┌ 나라가 해방되기를 바라는 사람들한테는 넋이 먼저 해방되어야 함을

 ├ 나라가 좋아지기를 바라는 사람들한테는 마음을 먼저 좋게 가꾸어야 함을

 ├ 나라를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한테는 나부터 먼저 바꾸어야 함을

 └ …

 

 어쩌면 우리들은 처음에는 "정치 해방"이라고 말했는지 모릅니다. 다만, '정치'와 '해방'이라는 낱말을 쓰던 때부터 떠올려보면.

 

 처음에는 "정치 해방"이라고 말하다가, 어느 때부터는 "정치의 해방"이라고 말했는지 모릅니다. 그러고 나서 "정치적 해방"을 말하지 않느냐 싶습니다. 이제부터 앞으로는 우리 생각을 어떻게 나타낼는지 모를 노릇이지만, 예전처럼 "정치 해방"으로 돌아간다든지, 또는 '정치'와 '해방'이라는 낱말을 쓰지 않던 때 우리들 생각과 마음과 느낌을 곱씹으면서 새 말투를 일구어 낼는지 또한 모를 노릇입니다.

 

 우리가 알맞춤하게 가다듬을 말투란 무엇인지를 언제쯤 찾거나 느끼거나 되새길는지는 참으로 모를 노릇입니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 우리 넋을 찾거나 되새길 날을 맞이할는지는, 우리가 우리 손으로 우리 얼을 보듬는 날을 이룰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 정치적 망명 → 정치 망명

 ├ 정치적 문제 → 정치 문제

 ├ 정치적 인물 → 정치 인물 / 정치꾼 / 정치를 아는 사람 / 정치를 하는 사람

 ├ 정치적인 사건 → 정치 사건 / 정치일 / 정치를 보여주는 일

 └ 그는 매우 정치적이다 → 그는 정치에 매우 밝다 / 그는 정치를 매우 따진다

 

 정치이든 경제이든, 또 해방이든 독립이든, 우리가 쓸 만한 낱말이라면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낱말들을 쓰지 않고서는 우리 삶터를 이야기하거나 다루기 힘들다면 즐겁게 받아들여 써야 합니다.

 

 그리고, 때와 곳에 따라서 이 낱말들이 아니어도 우리 생각과 삶을 찬찬히 밝히거나 나눌 수 있다면, 이 낱말들은 말끔히 털어내면서 우리 생각과 삶을 두루 나누는 말투를 빛내고 갈고닦아 줍니다. 써야 한다면 써야 하는 대로 밝히고, 쓰지 않아도 된다면 쓰지 않는 가운데 새말과 새넋을 찾으면서 애써 주면 됩니다.

 

 

ㄴ. 정치적으로 올바른 삶

 

.. 우리를 환경친화적이게 하시고, 무엇보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삶을 살게 하소서 ..  <에드워드 코렌(그림)/강현석 옮김-인생, 별 거 있나요?>(이소출판사, 2003) 40쪽

 

 '환경친화적(-親和的)이게'는 '환경을 사랑하게'나 '환경을 아끼거나 돌보게'나 '환경을 아끼게'나 '환경을 깊이 생각하게'로 다듬어 봅니다. "올바른 삶을 살게"는 틀린 글월은 아니지만 "올바로 살게"로 손질하면 한결 낫습니다. 또는 "올바로 삶을 꾸리게"나 "올바로 삶을 일구게"쯤으로 손질해 줍니다.

 

 ┌ 정치적으로 올바른 삶을 살게 하소서

 │

 │→ 올바르게 살도록 하소서

 │→ 세상을 올바르게 살도록 하소서

 │→ 올바른 길을 걸어가게 하소서

 └…

 

 "정치적으로 올바른 삶"이란 무엇일까 골똘히 생각해 봅니다만, 저로서는 딱히 떠오르는 모습이 없습니다. 글쎄, 뭘까요. 정치를 올바르게 바라보면서, 또는 정치를 올바르게 하면서 살자는 소리일는지 궁금합니다. 정치를 올바르게 가꾸는 삶이라는 소리인지, 정치를 올바르게 다스리면서 꾸리는 삶이라는 소리인지 궁금합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라는 '정치'입니다. 그런데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 아닌, 여느 자리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삶"이라고 말하면 어떤 뜻에서 하는 말일까요. 제 느낌이지만, '정치꾼 가려내기'나 '정치판 제대로 보기'보다는, 나 스스로 "올바르게 살아가자"는 뜻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 삶을 올바르게 다스리자"는 뜻이요, "내 삶이 올바르게 나아가도록 살자"는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와 달리, 내 삶이 아닌 '정치'를 말하는 대목이었다고 한다면, 이와 같은 뜻이 환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무엇보다 정치를 바르게 보며 살아가도록 하소서"쯤으로 다듬어야 하지 않으랴 싶습니다.

 

 ┌ 우리를 환경을 사랑하면서, 무엇보다 세상을 옳게 보며 살도록 하소서

 ├ 우리가 환경을 사랑하도록 이끌면서, 무엇보다 삶을 옳게 꾸리도록 해 주소서

 ├ 우리가 환경을 아끼고 돌보면서, 무엇보다 올바르게 살도록 도와주소서

 └ …

 

 뜻을 바르게 살피고, 말투를 올바로 가누어야겠습니다. 느낌을 알맞게 헤아리고, 글투를 옳게 가다듬어야겠습니다. 우리는 정치를 비롯해 사회와 문화와 교육과 경제에다가 말과 글 모두 옳고 바르게 가꾸거나 일굴 수 있어야 합니다. 꼭 해야 하는 일을 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 아름다우면서 즐겁게 살아가자면 스스럼없이 맑고 밝은 길을 찾으면서 힘쓸 노릇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9.12.21 18:34ⓒ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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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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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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