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288) 건설적

― '건설적으로 받아들일', '건설적인 비판' 다듬기

등록 2010.01.21 19:11수정 2010.01.21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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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건설적으로 받아들일

.. 다행히 뒤에 나오는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평을 평가하는 방식을 수정함으로써 좀더 비평을 건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H.웨이신저,N.롭센즈/임한성 옮김-불완전한 인간>(청사,1986) 22쪽


'다행(多幸)히'는 그대로 두어도 되고 '고맙게도'로 손보아도 됩니다. "뒤에 나오는 것처럼"은 "뒤에 나오듯이"로 손질하고, "대부분(大部分)의 사람들은"은 "거의 모든 사람들은"이나 "사람들은 으레"로 손질하며, "비평을 평가(評價)하는 방식(方式)을 수정(修正)함으로써"는 "비평을 다루는 방식을 고치면서"나 "비평을 바라보는 눈길을 바꾸면서"로 손질해 줍니다.

 ┌ 건설적(建設的) : 어떤 일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려는
 │   - 건설적 비판 / 건설적 행동의 정신으로 / 건설적인 이야기를 해 보자 /
 │     건설적인 모임을 갖기로 약속하였다 / 건설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
 ├ 건설(建設)
 │  (1) 건물, 설비, 시설 따위를 새로 만들어 세움
 │  (2) 조직체 따위를 새로 이룩함
 │
 ├ 비평을 건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 비평을 서로한테 도움이 되도록 받아들일 수 있게
 │→ 비평을 서로 반갑게 받아들일 수 있게
 │→ 비평을 서로 좋게 받아들일 수 있게
 └ …

우리가 익히 쓰는 '건설적'은 한자말 '건설'하고 사뭇 다릅니다. 뜻이나 느낌이 영 딴판이라 할 만합니다. 거의 모든 '-적'붙이 말투는 '-적'을 붙이지 않은 한자말하고 뜻과 느낌이 이어지는데 '건설적'만큼은 아주 새로운 말마디처럼 쓰입니다. "건설적 비판"이나 "건설적인 이야기"하고 "건설 비판"이나 "건설 이야기"는 아주 다른 쪽 말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뜻과 느낌이 사뭇 다른 '건설적'은 얼마나 쓸 만할까요. 다른 한자말 '건설'은 또 얼마나 쓰임직한가요. 때와 자리에 따라서는 '건설'을 넣어야 알맞을 테며, 흐름과 곳에 따라서는 '세우다'와 '짓다'와 '만들다'와 '이룩하다'를 넣어야 알맞겠지요. 그러나 오늘날 우리들은 '세우다-짓다-만들다-이룩하다'를 알뜰살뜰 다루지 않습니다. 이런 말마디 쓰임새를 우리 스스로 하루하루 잊어버리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를 함께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도움되고' '보탬될' 이야기를 스스로 잃고 있습니다. "밥이 되"거나 '이바지할' 이야기 또한 나날이 옅어지고 있습니다.


 ┌ 건설적 비판 → 좋은 비판 / 좋은 이야기
 ├ 건설적 행동의 정신으로 → 좋게 이끌려는 마음으로 / 좋게 하려는 마음으로
 ├ 건설적인 이야기를 → 서로 좋은 이야기를 / 보탬이 되는 이야기를
 ├ 건설적인 모임을 갖기로 → 좋은 모임을 하기로 / 도움되는 모임을 마련하기로
 └ 건설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 좋게 풀어 나가기로 / 알차게 풀어 나가기로

"건설적인 대안을 강구하자"는 말마디를 어디에서나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데, 이 말마디는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말마디일까요. "건설적인 이야기"나 "건설적인 강연"이란 어떤 모습이라는 소리일까요.


우리는 왜 "좋은 길을 찾자"처럼 말하는 법을 잊고, "좋은 이야기"처럼 말하는 길을 잃어야 할까요. "좋은 생각을 마련하자"처럼 말하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이고, "알찬 이야기"처럼 말하지 못하는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요.

좋으니 도움이 되고, 도움이 되니 반가우며, 반가우니 즐겁습니다. 좋으니 알차고, 알차니 보탬이 되며, 보탬이 되니 기쁩니다.

우리는 내 삶부터 알차게 가꾸면서 내 이웃 삶을 함께 알차게 보듬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내 삶부터 좋게 여미면서 내 이웃 삶을 나란히 좋게 북돋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내 삶부터 알뜰살뜰 꾸리면서 내 이웃 삶을 어깨동무하고 넉넉하게 일으킬 수 있습니다.

껍데기가 아닌 알맹이를 살찌우는 삶이요 생각이요 말입니다. 겉이 아닌 속을 어루만지는 삶이요 생각이요 말입니다. "이제부터는 건설적인 방향으로 토론을 합시다"가 아니라 "이제부터는 서로한테 도움이 될 수 있는 쪽으로 이야기를 나눕시다"입니다. 나한테만 좋은 길이 아닌 당신한테도 좋아 서로서로 좋은 길이 바로 '-적'붙이 굴레에 갇힌 '건설적'이 숨겨 놓고 있는 좋은 뜻입니다.

ㄴ. 건설적인 비판

.. 솔직하고, 건설적인 비판도 이에 속한다 ..  <소 알로이시오 몬시뇰/박우택 옮김-가난은 구원의 징표이다>(가톨릭출판사,2002) 14쪽

'솔직(率直)하고'는 그대로 두어도 되고, '꾸밈없고'로 손질해도 됩니다. "이에 속(屬)한다"는 "이에 들어간다"나 "여기에 들어간다"나 "이와 마찬가지이다"로 다듬습니다.

 ┌ 건설적인 비판도
 │
 │→ 좋은 이야기도
 │→ 새로움을 찾는 이야기도
 │→ (좋은 쪽으로) 다른 생각을 내놓는 이야기도
 │→ 다른 길을 찾는 이야기도
 │→ 대안을 찾는 이야기도
 └ …

집을 짓거나 다리를 놓을 때 흔히 '건설'이란 말을 씁니다. '짓다(집을)'나 '만들다'라든지 '놓다(다리를)'나 '닦다(길을)'를 쓰면 될 텐데,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알맞춤한 자리에 제대로 쓰려고 하지 않습니다. 집이든 다리든 길이든 공장이든 학교든 무엇이든 온통 '건설'만 할 뿐입니다. 건물을 '올리'고 새로운 도시를 '일구'는 일이란 찾아보지 못합니다.

우리는 참말로 예부터 '건설'이 아니고서는 아무 일도 못하면서 살았을까요. '건축'을 하지 않고는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았을까요.

오늘날과 같은 흐름이라면, 앞으로 몇 해 지나지 않아 '짓다-만들다'뿐 아니라 '놓다-닦다-올리다' 같은 낱말들은 국어사전에만 잠들어 있는 낱말로 바뀌리라 봅니다. 슬기롭고 알차게 나누어 오던 우리 말과 글은 어느새 잊혀진 낱말로 탈바꿈을 하거나 죽어 사라지고 만 낱말로 굴러떨어지리라 봅니다.

 ┌ 슬기로운 생각도
 ├ 알찬 생각도
 ├ 빛나는 생각도
 ├ 훌륭한 생각도
 └ …

스스로 슬기롭고자 하지 않으니 우리 삶에 슬기로움이 깃들지 못하고, 우리 말글 또한 슬기로움하고는 멀어집니다. 스스로 훌륭하고자 하지 않으니 우리 삶에 훌륭함이 스미지 못하고, 우리 말글 또한 훌륭함하고는 담을 쌓습니다. 날마다 조금씩 쌓여 어느새 큰산을 이룹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는 다음과 같은 책을 써냈습니다.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
<책 홀림길에서>(텍스트,2009)
<자전거와 함께 살기>(달팽이,2009)
<헌책방에서 보낸 1년>(그물코,2006)
<모든 책은 헌책이다>(그물코,2004)
<우리 말과 헌책방 (1)∼(8)>(그물코,2007∼2009)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는 다음과 같은 책을 써냈습니다.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
<책 홀림길에서>(텍스트,2009)
<자전거와 함께 살기>(달팽이,2009)
<헌책방에서 보낸 1년>(그물코,2006)
<모든 책은 헌책이다>(그물코,2004)
<우리 말과 헌책방 (1)∼(8)>(그물코,2007∼2009)
#-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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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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