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290) 외발적

― '외발적外發的 문화가 초래한 업業이라는 점' 다듬기

등록 2010.01.31 12:26수정 2010.01.31 12:26
0
원고료로 응원
- 외발적外發的 문화

.. 나쓰메 소세키의 혜안은 그것이 무리에 무리를 거듭한 외발적外發的 문화가 초래한 업業이라는 점을 가장 먼저 간파하고 있었다 ..  <강상중/이목 옮김-청춘을 읽는다>(돌베개,2009) 60쪽


"나쓰메 소세키의 혜안(慧眼)은"은 "눈밝은 나쓰메 소세키는"이나 "세상을 꿰뚫어 보던 나쓰메 소세키는"으로 다듬습니다. "무리(無理)에 무리를 거듭한"은 "어긋나고 또 어긋나는"이나 "일그러지고 거듭 일그러지는"으로 손보고, '초래(招來)한'은 '불러들인'이나 '불러일으킨'으로 손봅니다. '업業'은 그대로 둘 수 있으나 '짐'이나 '아픔'이나 '잘잘못'으로 손질해 주고, '점(點)'은 '대목'으로 손질하며, '간파(看破)하고'는 '읽어내고'나 '꿰뚫어 보고'나 '알아차리고'로 손질해 줍니다.

 ┌ 외발적 : x
 ├ 외발 : x
 │
 ├ 외발적外發的 문화
 │→ 밖에서 생겨난 문화
 │→ 밖에서 들어온 문화
 │→ 바깥 문화
 └ …

한자로는 '外發的'으로 적는다고 하는 '외발적'이라고 하는데, 우리 나라 국어사전에는 '외발'이나 '외발적' 모두 안 실려 있습니다. 이는, 이 두 가지 한자말이 우리 말이 아니라는 소리입니다. 두 낱말 모두 일본말이라는 소리입니다.

그러나, 이 글을 담은 책을 엮은 한국 출판사 사람들은 '외발적'을 우리 말로 옮겨내지 않습니다. 이 책을 옮긴 분 또한 일본말을 우리 말로 풀어내지 않습니다. 곧이곧대로 일본말을 적어 놓고 한자를 달아 놓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이렇게 적어 놓은 일본 한자말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아차릴 수 있을까요. 얼마나 많은 한국사람들은 이 일본 한자말 뜻을 옳게 읽어낼 수 있을까요. 우리는 왜 이 같은 일본 한자말을 들어야 하고 읽어야 할까요. 학문하는 사람은 왜 이러한 일본 한자말을 우리 말로 옮길 생각을 안 하고 있을까요. 이 모습 그대로 써도 되는지요? 이 모습 그대로 익히고 생각하고 받아들여야만 하는가요?


 ┌ 외발적 요인 → 바깥 요인
 ├ 외발적 변화 → 밖에서 일어난 변화 / 밖에서 부추겨 바뀜
 └ 외발적 동기 유발 → 밖에서 일으킨 실마리

여느 사람들은 '외발적'이라는 일본 한자말을 쓰지 않습니다. 오로지 학자들만 이러한 일본 한자말을 씁니다. 대학교에서 쓰고, 대학교재에 적히며, 갖가지 학술책에 나타납니다.


어쩌면 일본에서는 누구나 흔히 쓰는 낱말일 수 있습니다. 우리한테는 낯설 낱말이지만, 일본에서는 하나도 낯설지 않을 낱말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 한자말은, 아니 이 일본말은 우리가 새롭게 받아들이며 우리 말로 삼을 만합니까. 우리한테 이 일본말이 없으면 우리 느낌과 생각을 나타낼 수 없습니까. 이 일본말이 한자로 어떻게 적는가를 찬찬히 밝혀 주면, 아직까지는 낯설고 두루뭉술할 말뜻이나 말느낌을 환하게 알아챌 수 있습니까.

 ┌ 어긋나고 또 어긋나는 바깥 문화가 일으킨 잘잘못
 ├ 일그러지고 거듭 일그러지는 바깥 문화가 불러들인 아픔
 └ …

새삼스러운 이야기입니다만, 일본사람은 일본말을 써야 합니다. 한국사람은 한국말을 써야 합니다. 중국사람은 중국말을 쓰고, 미국사람은 미국말을 써야 합니다.

미국사람은 중국말이나 일본말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중국사람은 한국말이나 일본말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한국사람 또한 일본말이든 미국말이든, 우리한테 걸맞거나 우리 삶과 문화를 북돋울 수 있을 때에는 어느 나라 말이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 한자말 '외발적外發的'은 어떠한 말이 될 수 있을까요. 이 일본 한자말은 우리가 즐겁고 반갑게 받아들일 만한 일본말이 될 수 있을는지요? 한자말이고 아니고를 떠나고, 일본말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이 낱말은 우리 삶을 살찌우거나 북돋워 주고 있는지요?

학문하는 어르신들은 왜 이러한 말마디를 그예 붙잡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대학교나 대학원에 들어가 어르신한테 학문을 물려받는 젊은이들은 왜 이러한 말마디를 고치거나 손질할 생각을 품지 않고 똑같이 받아먹기만 하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학문은 우리 땅에 뿌리내리면서 나날이 새롭게 거듭날 수는 없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학문은 낮은자리 여느 사람하고 어깨동무할 만한 말마디로는 펼쳐서는 안 되거나 펼칠 수는 없는지 궁금합니다.

몇몇 뜻있는 분들은 '우리 말로 학문하기'를 한다고 외치고 있는데, 이 나라에서 학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우리 말로' 학문을 해야 할 노릇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땅에서 의사로 일하는 이라면 마땅히 '우리 말로' 의술을 베풀고, 이 땅에서 법을 다루는 이라면 마땅히 '우리 말로' 법을 다루어야 하며, 이 땅에서 교육과 정치와 문화와 예술과 과학을 하는 이라면 마땅히 '우리 말로' 교육을 하고 정치를 하고 문화를 하고 예술을 하고 과학을 할 노릇이 아닌가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이게 뭔 일이래유"... 온 동네 주민들 깜짝 놀란 이유
  2. 2 3일마다 20장씩... 욕실에서 수건을 없애니 벌어진 일
  3. 3 팔봉산 안전데크에 텐트 친 관광객... "제발 이러지 말자"
  4. 4 참사 취재하던 기자가 '아리셀 유가족'이 됐습니다
  5. 5 공영주차장 캠핑 금지... 캠핑족, "단순 차박금지는 지나쳐" 반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