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에 들어가면 비밀의 세계가 펼쳐진다

[리뷰] 마이크 윌크스 <미러스케이프>

등록 2010.03.04 16:50수정 2010.03.04 16:50
0
원고료로 응원
a

<미러스케이프> 겉표지 ⓒ 시공사

아름다운 전원의 풍경을 담은 그림을 보면,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천국 같은 파란 하늘에 물결처럼 수놓인 흰 구름, 그 앞에 줄을 선 아름드리 나무들에 달려있는 잘 익은 과일들.

잔잔한 호수로 이어지는 포근한 풀밭, 호수 한가운데에서 호수 표면에 완벽하게 물그림자를 드리운 작은 섬.


이런 사실적인 풍경화를 보면 그 안에서 풍경을 만끽하며 마음 편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그리고 그림 속에서 얼마나 시간을 보내건, 다시 그림 밖으로 나왔을 때 현실세계의 시간은 거의 흐르지 않았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현실세계에서 그림을 바라보듯이, 그림 속에서 현실세계를 바라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야말로 현실이 그림이 되고 그림이 현실이 되는 세상이다.

화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세상

이런 꿈 같은 이야기도 판타지 소설 속에서는 가능해진다. 마이크 윌크스의 작품 <미러스케이프>에서 그런 세상이 펼쳐진다. 사람들은 특별한 방법을 통해서 그림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물론 아무 그림에나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러마크'라는 독특한 상징 기호가 그려진 그림에만 가능하다. 이 미러마크도 아무 화가나 그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분야에서 대가로 인정받는 예술가만이 미러마크를 자신의 그림 속에 넣을 수 있다. <미러스케이프>에서는 암브로시우스 블렌크라는 화가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림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극히 제한되어 있다. 수세대에 걸쳐서 위대한 예술가들만이 이런 비밀을 공유하고 전수했던 모양이다. <미러스케이프>의 무대는 마치 중세의 유럽을 연상시킨다. 과학기술은 발달하지 않았고 부유한 사람들은 마차를 타고 다닌다. 시골사람들은 오두막에 살면서 주말이면 성당에가고 자급자족과 물물교환으로 생활한다.

주인공인 13세 소년 멜도 이런 곳에서 부모님과 함께 산다. 멜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으며 조용히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림에 재능이 있어서 남는 시간에는 언제나 자신이 직접 만든 물감과 거위날개 깃털을 가지고 그림을 그린다.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날, 왕국의 수도에서 암브로시우스 블렌크의 비서가 멜을 찾아온다. 그는 멜의 재능을 간파하고 멜을 블렌크의 수련생으로 데려가려고 하는 것이다. 모든 비용은 블렌크가 제공하는 조건이다.

멜은 기뻐하며 수도로 떠나지만 수련생 생활도 쉽지만은 않다. 이미 그곳에서 생활하던 다른 수련생들이 멜을 촌놈 취급하고 따돌리며 멜에게 허드렛일만 시킨다. 멜은 힘든 생활 속에서도 나름대로 친구를 만들며 예술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던 도중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우연히 알게 되는데...

그림 속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미러스케이프>의 작가 마이크 윌크스는 화가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들 중에는 풍경화도 있지만 비현실적인 환상세계를 묘사한 것들도 있다. 작가는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했던 것 아닐까.

그 그림이 고요한 풍경화라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피 튀기는 전장을 담은 그림 또는 머리 세 개 달린 용과 집채만한 거미가 판을 치는 그림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그 안으로 들어간 주인공의 신변도 위험해진다. 아니 그런 그림이라면 들어가고 싶은 생각 자체가 없어질 것이다.

작품 속에서 멜도 그림 안으로 들어가서 모험을 한다. 화가가 상상력을 발휘해서 그린 그림인 만큼 그 안에는 온갖 휘귀한 동물들이 있다. 유니콘, 인어, 그리폰, 맨티코아 같은 전설의 동물을 비롯해서 각종 이종교배동물들도 있다. 낙타와 판다가 교배를 하고 원숭이와 여우가 짝을 짓는다.

이런 기괴한 동물만 아니라 편안히 쉬기 좋은 아늑한 집도 있다. 그안에는 자신의 시중을 들어주는 천사도 있다. 예술가가 상상한 것은 무엇이든 그림 속에서 현실이 된다. 예술가는 자신이 늙어서 은퇴할 때가 되면 그림 속의 집으로 들어가서 남은 여생을 보내려고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지는 것처럼, 위대한 예술가는 죽지 않고 자신의 작품 속에서 영원히 산다.

덧붙이는 글 | <미러스케이프> 마이크 윌크스 지음 / 조동섭 옮김. 시공사 펴냄.


덧붙이는 글 <미러스케이프> 마이크 윌크스 지음 / 조동섭 옮김. 시공사 펴냄.

미러스케이프

마이크 윌크스 지음, 조동섭 옮김,
시공사, 2010


#미러스케이프 #판타지 소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낙동강 해평습지서 '표범장지뱀' 본 전문가 "놀랍다"
  2. 2 "이게 뭔 일이래유"... 온 동네 주민들 깜짝 놀란 이유
  3. 3 팔봉산 안전데크에 텐트 친 관광객... "제발 이러지 말자"
  4. 4 공영주차장 캠핑 금지... 캠핑족, "단순 차박금지는 지나쳐" 반발
  5. 5 윤석열 정부 따라가려는 민주당... 왜 이러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