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305) 지역적

― '지역적으로 역할이 분화', '지역적 특색' 다듬기

등록 2010.04.01 14:00수정 2010.04.0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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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지역적으로 역할이 분화

 

.. 예전에는 집, 학교, 직장이 모두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지역적으로 역할이 분화되었고, 그에 따라 사람들이 오래 이동해야 하는 일이 계속 늘어간다 ..  <안드레아 브라운/배인섭 옮김-소비에 중독된 아이들>(미래의창,2002) 36쪽

 

"역할(役割)이 분화(分化)되었고"는 "할 일이 나누어졌고"나 "맡은 일이 다르고"나 "저마다 다른 일을 맡고"로 다듬습니다. "오래 이동(移動)해야"는 "오래 움직여야"나 "길에서 오래 보내야"로 손질하고, '계속(繼續)'은 '나날이'나 '자꾸자꾸'나 '차츰'으로 손질해 줍니다.

 

그렇지만, '인근(隣近)'이나 '근처(近處)'나 '인근(隣近)' 같은 말마디를 쓰지 않고 "가까운 곳에 있었다"처럼 적은 대목은 반갑습니다. 글쓴이가 조금 더 마음을 기울여 주었다면 다른 자리에서도 한결 알맞고 알차게 글월을 풀어내지 않았으랴 싶습니다.

 

 ┌ 지역적(地域的) : 지역에 속하거나 지역과 관계있는

 │   - 지역적 특수성 / 지역적 갈등 / 지역적 분포 / 지역적 차이 /

 │     지역적 특색 / 지역적인 특권 / 지역적으로 불균형하다

 ├ 지역(地域)

 │  (1) 일정하게 구획된 어느 범위의 토지

 │  (2) 전체 사회를 어떤 특징으로 나눈 일정한 공간 영역

 │  (3) 구기 경기에서, 경기자가 맡고 있는 일정한 구간

 │

 ├ 지역적으로 역할이 분화되었고

 │→ 지역으로 할 일이 나누어졌고

 │→ 지역마다 할 일이 달라졌고

 │→ 지역에 따라 맡은 일이 따로따로 갈렸고

 └ …

 

꽤 예전부터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겠습니다"처럼 읊는 날씨 방송이 잘못되었다고 이야기를 하는 분이 많습니다만, 이 같은 말투가 바로잡히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날씨를 알리면서 으레 읊는 "많은 비가 내리겠습니다"라는 말마디 또한 올바르지 않다고들 합니다만, 이 말마디 또한 올바르게 바로잡지 않습니다.

 

"전국에 비가 내리겠습니다"라 읊어야 알맞고, "비가 많이 내리겠습니다"라 읊어야 올바릅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다듬어야 알맞은지를 알고 있는 방송 사회자는 얼마나 될까요. 방송을 듣는 우리들은 어떻게 읊어야 알맞은지를 얼마나 헤아리고 있을까요.

 

"전국적 분포"가 아닌 "전국 분포"입니다. "지역적 분포"가 아닌 "지역 분포"입니다. "전국적 차이"가 아닌 "전국 차이"이고, "지역적 차이"가 아닌 "지역 차이"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말마디는 따로 떼어내는 자리가 아닌 글월을 통째로 놓고 살필 때에는, "전국적으로 차이가 있다"가 아닌 "전국에 따라 다르다"이며 "지역에 따라 다르다"입니다.

 

국어사전에는 '-적'을 붙여, "지역적 특수성"이니 "지역적 갈등"이니 "지역적 특권"이니 하고 나오지만, "지역 특수성"이나 "지역 갈등"이나 "지역 특권"으로 다듬어야 알맞습니다. 구태여 '-적'을 붙일 일이 없습니다. 남달리 '-적'을 붙일 만한 까닭이 없습니다.

 

 ┌ 지역적으로 불균형하다

 │

 │→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 한 지역으로 쏠려 있다

 │→ 한 군데로 몰려 있다

 └ …

 

틀림없이 옳게 써야 하는 말이요, 어김없이 바르게 가누어야 할 글입니다. 엉터리로 펼쳐도 되는 말이거나, 엉망진창 적바림해도 되는 글이 아닙니다. 옳게 꾸리며 즐거운 삶이고, 옳게 가다듬으며 넉넉한 생각이며, 옳게 추스르며 좋은 말입니다. 살뜰히 보듬으며 아름다운 터전이며, 따스히 품으며 슬기로운 마음이고, 바르게 갈고닦으며 빛나는 글입니다.

 

 

ㄴ. 지역적 특색

 

.. 특히 아즈미노에서 소년 시절을 보낸 나로서는, 이곳의 지역적 특색을 너무 잘 이해하고 있었다 ..  <마루야마 겐지/조양욱 옮김-산 자의 길>(현대문학북스,2001) 177쪽

 

'특(特)히'는 '더욱이'나 '게다가'로 다듬습니다. "소년(少年) 시절(時節)"은 "어린 날"로 손볼 수 있으나 그대로 두어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들이 익히 쓴다고 하는 말투가 무엇이고, 우리한테 어떠한 말투가 한결 잘 어울리는지를 차분히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꼭 "소년 시절-청년 시절"이나 "소년기-청년기"처럼만 말해야 할까요? "어린 날-젊은 날"처럼 말하면 어울리지 않을까요? '이해(理解)하고'는 '알고'로 손질해 줍니다.

 

 ┌ 이곳의 지역적 특색을

 │

 │→ 이곳 지역색을

 │→ 이곳 특색을

 │→ 이곳이 어떠한가를

 │→ 이곳이 어떤 마을인가를

 └ …

 

국어사전을 뒤적여 보면, "지역적 특수성"과 "지역적 특색"이 나란히 실려 있습니다. 이 보기글에서도 "지역적 특색"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우리들은 "지역적 특색"이라고 이야기할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한테는 '지역색'이라는 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역적 특수성"이나 "지역적 특성"이 아닌 '지역성'입니다. 조금 더 헤아려 본다면, 따로 "지역적 성격"이라 하지 않고 '지역성'으로 뭉뚱그리면 됩니다.

 

'지역색'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떠한 지역의 특색"이라고 풀이합니다. '특색(特色)'은 "보통의 것과 다른 점"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지역색'이란, "어떠한 지역이 둘레 지역과 다른 점"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지역이 어떠한 모습으로 있는가"를 가리키는 셈입니다.

 

이를 하나하나 갈무리해 봅니다. '지역적 특색 → 지역색 → 이 지역은 어떠한 모습인가 → 이곳은 어떠한 동네(마을)인가'로 이어진다고 하겠습니다. 차근차근 살펴보면 더없이 쉽고 단출하게 나눌 수 있는 말인데, 우리들 모두 차근차근 살펴보지 않으면서 우리 말을 뒤죽박죽으로 얽어 놓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 게다가 아즈미노에서 어린 날을 보낸 나로서는, 이곳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 더욱이 아즈미노에서 어릴 적을 보낸 나로서는, 이곳을 훤히 잘 알고 있었다

 └ …

 

그러나, 우리들은 '지역'이니 '지방(地方)'이니 하는 한자말을 즐겨쓰면서 토박이말 '마을'과 '고을'과 '고장'을 잃고 있습니다. 지난 1970∼80년대에 '새마을운동'이 일며 '새마을'이라는 토박이말을 남달리 드높였습니다만, 옳고 바른 마음으로 드높인 운동이 아닌 까닭에 좋은 낱말 '새마을'은 빛이 바래고 말았습니다. 그러면, '새마을'이야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새동네'라든지 '새고을'이라든지 '새고장' 같은 낱말을 일구어서 나누면 좋을 텐데, 이러한 흐름을 붙잡는 우리들이 아닙니다. '신촌(新村)'과 '뉴타운(newtown)'으로 뻗어나갈 뿐입니다. '신촌'이든 '뉴타운'이든 그저 '새마을-새동네-새고을-새고장'을 나라밖 다른 말투로 담아내었을 뿐인데.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2010.04.01 14:00 ⓒ 2010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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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우리말 #적的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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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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