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에서 자신이 두 명으로 나뉜다

[리뷰] 마이크 윌크스 '미러스케이프 시리즈' 3편 <미러셰이드>

등록 2010.07.14 09:18수정 2010.07.14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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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스케이프 시리즈 3편 <미러셰이드> ⓒ 시공사

▲ 미러스케이프 시리즈 3편 <미러셰이드> ⓒ 시공사

"그림이란 무엇일까?"

 

마이크 윌크스의 판타지 '미러스케이프 시리즈'에서 작품 속의 대미술가 암브로시우스 블렌크는 자신의 수련생인 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멜은 이 질문에 대해서 그림이란 '다른 세계로 가는 창'이라고 대답한다. 현실 세계보다 더 밝고 생생한 다른 세계, 꿈이 실제가 되는 곳으로 가는 창이다.

 

이것도 나름대로 좋은 대답일 것이다. 사람들은 그림을 보면서 다른 세상을 상상하니까. 블렌크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술은 아주 특별한 거울이라는 것이다. 미술이라는 거울을 보면, 보는 사람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림 속의 세계를 '거울 속 풍경'이라는 의미로 '미러스케이프'라고 부른다.

 

그림 속에서 분리되어지는 인격

 

미러스케이프에서는 화가가 상상하는 모든 것이 현실이 된다. 시리즈의 1편인 <미러스케이프>, 2편인 <미러스톰>에서 멜과 그의 친구 루도, 렌은 거대도시 블람을 장악하려는 세력에 맞서 현실과 그림 속 세계를 오가면서 싸운다.

 

반면에 3편 <미러셰이드>에서 이들 세 주인공은 자기 자신과 싸운다. 모든 사람은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함께 가지고 있다. 어두운 면은 그림자나 유령과 같다. 거기에는 숨기고 싶은 자신의 모든 모습이 담겨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적당히 균형잡혀 있다. 이럴 경우에는 문제가 없다. 대신 어느 한쪽이 극단적이 될 경우에 그 다른 면이 분리된다. 그동안 억눌려있던 면이 인격을 갖추고 육체도 갖추게 된다. 이렇게 생겨난 또다른 자신을 '미러셰이드'라고 부른다. 어느날 갑자기 자기자신이 두 명으로 나뉘는 것이다.

 

<미러셰이드>에서는 이렇게 흥미로운 상황이 발생한다. 현실세계와 미러스케이프에 멜과 루도, 렌이 동시에 등장한다. 외모는 서로 똑같지만 성격은 정반대다. 진짜 주인공들은 전편에서처럼 예의바르고 상냥하다. 반면에 주인공의 미러셰이드들은 거의 막장 수준으로 말과 행동이 거칠고 험하다. 유일한 홍일점인 렌은 스패너를 손에 들고 "가까이 오면 대가리를 부서뜨리겠어"라고 주위 사람을 위협한다.

 

현실세계와 미러스케이프에 동시에 등장한 이 세 주인공은 또 함께 위험에 처한다. 양쪽 세계에서 모두 사소한 잘못 때문에 감옥에 갇히게 된 것이다. 감옥에 갇혔지만 희망은 있다. 전설의 나무인 미러트리의 열매를 구해오면 된다. 그래서 이들은 기지를 발휘해서 탈옥하고 미러트리를 찾기 위한 모험을 양쪽 세계에서 각각 시작하는데...

 

주인공과 미러셰이드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

 

판타지에는 주인공의 여정을 방해하는 세력이 항상 나타나기 마련이다. 미러트리의 열매가 얼마나 값어치 나가는 물건인지 모르겠지만 주인공을 위협하며 그 열매를 노리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진짜 적은 미러셰이드들이다. 자신의 내면에서 어두운 부분만 따로 떨어져 나갔으니 그것이 밝은 면의 인격을 얼마나 증오할까. 주인공은 양쪽에서 공격받으며 미러트리를 찾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미러트리는 전설의 나무지만, 미러스케이프에서는 화가의 상상력이 모두 현실이 된다. 그렇다면 멜과 동료들의 상상력이 미러스케이프에서 미러트리와 그 열매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멜도 자신이 그림을 그릴 때, 그림에 완전히 빠져 있을 때 자신이 그리는 그림이 실재라고 느끼곤 한다. 때로는 자신이 그림 속 사물과 사람을 상상하는지, 아니면 그림 속 사물과 사람이 자신을 상상하는지 헷갈릴 때도 있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전체도 어느 누가 그린 그림의 일부일지 모른다.

덧붙이는 글 <미러셰이드> 마이크 윌크스 지음 / 조동섭 옮김. 시공사 펴냄.

미러셰이드

마이크 윌크스 지음, 조동섭 옮김,
시공사, 2010


#미러스케이프 #미러스톰 #미러셰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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