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사르 인정 물영아리 습지, '와, 장관이네!'

수령산 일대 물영아리오름 습지보호지역

등록 2010.08.03 15:34수정 2010.08.0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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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영아리 습지 수령산 일대 기생화산 화구호 ⓒ 김강임


땡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니 물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물 하면 떠오는 곳이 바다와 계곡이다. 하지만 습지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습지에서 만나는 물은 시각적 시원함을 주며 물과 함께 독특한 경관형태를 형성하여 지역 문화적 자연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

습지하면 떠오르는 곳은 바로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나 우포 늪, 그리고 한강하구 습지다. 이는  환경부 지정 습지보호지역으로 안정된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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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안내도 탐방 안내도 ⓒ 김강임


7월 마지막 주말, 찾아간 습지보호지역은 화산 기생화구의 원형과 전형적인 온대산지 습지 특성을 갖고 있는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산 188번지에 소재한 물영아리오름 습지지역이다. 안내소에서 안내 책자를 받아들고 등반로로 이동하려니 안내원이 "독사 조심하세요!"라는 말을 던진다. '독사' 라는 말이 정수리에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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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사조심 등반로 입구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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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로 잡초무성, 돌에 패인 등반로 ⓒ 김강임


환경부 지정 습지보호지역이라 해서 등반로가 잘 정비된 줄 알았는데, 물영어리오름 등반로는 1m도 안 되는 등반로로 울퉁불퉁 파인 돌길, 물영아리 오름에 서식하는 식물들이 잡초처럼 우거졌다. 정말이지 잡초 속에서 독사가 기어 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산수국과 새우난이 오르미를 반겼다.

해발 508m 물영아리 오름, 이 오름의 특별함은 2006년 10월 18일 람사르협약 습지에 등록됐다는 것이다. 육지의 다른 습지와 구분한다면 화산섬 특유의 기생화산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온대산지 습지의 생태 특징을 지니고 있는 습지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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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로 데크시설 정상까지 이어지는 나무 계단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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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 하늘이 보이지 않는 숲길 ⓒ 김강임


잡초 우거진 등반로를 빠져나가자 나무계단이 이어졌다. 그 나무계단은 무려 880여 개.  급경사를 이뤄 노약자나 어린이는 다소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쭉쭉 뻗은 소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야말로 풋풋함이었다.

쉬엄쉬엄 오르면서 주위를 살펴보니 물영아리 오름에서 서식하는 식물을 만날 수 있었다. 비자나무, 줄사철나무, 참식나무는 그늘을 제공하고 백금량과 보춘화가 보석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름 정상까지 이어진 계단 끝에 비로소 산정 화구호가 나타났다. 기대와 셀렘으로 계단을 힘겹게 오른 것이 한순간에 녹아내리는 순간이었다. 물영아리 습지는 산정호수로 둘레가 300m, 깊이가 40m인 오름 습지는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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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 식생 화구호를 꽉 메운 습지식물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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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식물 습지식물 ⓒ 김강임


습지를 꽉 메운 세모고랭이군락은 마치 논에 심어놓은 벼이삭 같았다. 또한 바늘골 주변에 서식하는 물고추나물과 고마리, 보풀군락, 마름군락은 화구호 여백을 채웠다. 무더위에 나타나는 물의 시원함과 습지 식생대를 이루는 동식물의 생태계를 한 눈에 볼수 있으니 계단을 오르며 흘렸던 땀방울이 한순간에 '쏴--' 하고 식히는 것 같았다.


습지 경계의 식생으로 복분자 딸기와 좀찔레군락이 화구호를 에워쌌다. 습지 주변을 빙글빙글 맴도는 잠자리떼는 원형화구에 찾아온 손님들에게 쇼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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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 동물 화구호에 서식하는 동물 ⓒ 김강임


논이나 연못에서 산란하는 참개구리는 한여름 더위에 낮잠을 자는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요염한 자태를 드러냈다. 아니 습지지역의 터줏대감이랄까. 이곳에는 멸종위기종 2급인 물장군과 맹꽁이, 그리고 식물210종, 동물 47종이 서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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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영아리 습지 물영아리 습지 ⓒ 김강임


화구에 물이 있는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물영아리. '신령스럽다'라는 말의 '영'자처럼 해발 508m에서 만나는 습지는 기생화산 탄생의 신비는 물론 보물이 아닐 수 없었다.

드디어 하산, 독사 조심이라는 우려가 실제로 나타났다. 계단 끝에서 만난 잡초 속에서 뱀과 참개구리의 사투가 일어난 것이다. 필사적으로 도주한 참개구리가 등반로까지 뛰어나오자 이를 먹잇감으로 여긴 독사가 등반로를 가로 막았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머리까지 깨어나는 시원함은 화구호에서 만난 습지의 경관처럼 싸늘했다.

하지만 좁은 등반로와 풍우로 인한 등반로 훼손, 등반로 주변의 무성한 잡초, 독사조심에 대한 대책, 주차장 시설 미흡, 안내소 앞 도로 과속운행(방지턱이나 서행 표시판 없음)은 환경부가 인정한 습지보호지역임에도 열악한 환경으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탐방객들은 물영아리 습지의 신비스러움보다 불편함과 불안을 안고 탐방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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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강임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 제주공항, 부두-1137번 (번영로)-남조로 교차로(검문소)- 1118번 (남조로)이용
-탐방 시간 1시간 30분 정도.
-주의사항 : 긴옷, 긴바지. 운동화. 양말 꼭 신을 것.독사조심


덧붙이는 글 -찾아가는 길 : 제주공항, 부두-1137번 (번영로)-남조로 교차로(검문소)- 1118번 (남조로)이용
-탐방 시간 1시간 30분 정도.
-주의사항 : 긴옷, 긴바지. 운동화. 양말 꼭 신을 것.독사조심
#물영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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