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낙엽길, 거 운치있네

[제주오름 기행 58] 여름에 가볼 만한 붉은오름

등록 2010.08.11 18:44수정 2010.08.12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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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로는 낙엽길 능선 등반로는 낙엽길 ⓒ 김강임


요즘 피서는 숲길 걷기가 인기다. 갑자기 걷기 열풍이 확산되더니 요즘 제주는 올레길은 물론 숲길이 북새통을 이룬다. 그만큼 숲은 사람들의 심신을 자유롭게 할 뿐아니라, 영혼까지 맑게 한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제주에는 숲으로 둘러싸인 기생화산이 많다. 삼나무는 물론 소나무와 단풍나무, 참나무 등 오름마다 식생대가 달라 기생화산을 걷다보면 그 매력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찾아간 곳이 바로 사려니 숲길 주변에 자리한 붉은오름이다.


붉은오름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섭지코지 주변에 있는 붉은오름과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에 있는 붉은오름, 그리고 제주시 조천면 교래리와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의 경계선에 있는 붉은오름이 있다.

그중에서도 남조로길 옆에 있는 붉은오름은 사려니 숲길의 종착지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려니 숲길을 걷는 사람들은 붉은오름이 마지막 지점이기 때문인지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붉은오름이야말로 사려니 숲길보다 더욱 운치 있고 숲으로 가득 찬 기생화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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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로 삼나무 숲 등반로 ⓒ 김강임


제주시에서 남조로를 타다보면 사려니 숲길로 통하는 숲길이 있다. 자동차를 갓길에 세우고 200m 정도 들어가니 오른쪽에 '붉은오름 가는 길'이라는 팻말이 서 있었다.

오름답사를 자주하지만 처음 올라가는 오름에 대한 기대는 늘 설렌다. '오름의 몸통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등반로는 어떨까? 분화구는 어떤 모양일까?' 제주의 오름 속에 들어가보면 겉에서 보지 못했던 오름 속살이 마치 수수께끼처럼 궁금하다.

붉은오름은 입구부터 소나무와 삼나무, 낙엽송이 빼꼭히 들어 서 있었다. 답사 하루 전날 내린 비로 검은 흙은 아직 물기가 마르지 않았으며 숲은 수분을 흠뻑 머금고 있었다. 등반로가 조금은 미끄러웠지만 조심조심 걷는 발걸음은 나무뿌리에 의지해야 한다. 이때 간간히 흐르는 땀방울까지 만끽할 수 있는 여유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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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로 서식하는 식생대 붉은오름 식생대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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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하군락 양하군락 ⓒ 김강임


등반로 주변에는 음지에서 자라는 천남성 열매와 양하 이파리가 숲의 여백을 메우고 있었다. 더욱이 붉은오름의 매력이라면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등반로가 한적하다는 것이다.

조금은 경사진 등반로를 따라 15분 정도 걸었을까. 드디어 원형분화구의 능선 길이다. 붉은 오름 분화구 원형분화구. 짐작으로 봐서 분화구는 꽤 넓어 보였다. 분화구 안에 갖가지 식생대가 서식하고 있어 분화구 안을 식별하기란 어려웠다. 다만 좁은 능선길이 등반로라는 생각으로 능선길을 한바퀴 돌아볼 작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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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 낙엽길 붉은오른 능선 낙엽길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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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 거석(큰돌) 능선 거석 위에 뿌리내린 나무들 ⓒ 김강임


능선길은 온통 낙엽길이다. 가을에만 밟을 수 있는 낙엽길을 한여름에 밟는 능선길에서 가을을 느낀다. 특히 분화구를 돌다보면 아주 큰 돌(거석)이 자리하고 있다. 그 돌 위에 뿌리를 내리고 서식하는 많은 생명체들의 강인함이 역동적이었다.

매미소리와 새소리가 정적을 깨는 붉은오름. 이런 곳에서는 신선들이나 사는 줄 알았다. 능선을 10분 정도 돌다보니 반갑게도 나타난 전망대. 전망대 계단을 올라가니 사려니 숲은 물론, 한라산, 그리고 제주동쪽의 오름군이 기가 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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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전망대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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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군들 전망대에서 본 오름군들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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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조망 붉은오름 전망대에서 본 한라산 ⓒ 김강임


숲길을 걸으며 보지 못했던 하늘을 드디어 전망대에서 볼 수 있다. 늘 보는 하늘이지만 붉은오름 전망대에서 보는 하늘이 왜 그리도 반갑던지. 전망대에서 다시 이어지는 능선은 내리막길. 그 내리막길에서 붉은오름 자연휴양림으로 통하는 이정표가 있었다.

능선을 걷는데도 만만치 않은 시간. 붉은오름 능선길은 유유자적, 시끌벅쩍한 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고 지내도 좋을 신선이 사는 나라 같았다.

붉은오름
 붉은오름은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와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경계에 있는 오름으로 표고 569m, 비고 129m이다. 정상은 봉긋하고, 남사면은 침식되어 흘러내린 형태로 원형 화구를 이룬다. 붉은오름은 한라산 한 줄기가 사라오름과 성널오름을 거쳐 붉은오름으로 이어지며 정상까지는 가파르다.

굼부리 깊이는 50m 내외, 등성이는 자연림과 울창한 숲을 이루며 지름이 약 100m 정도다. 능선을 따라서 오름의 정상를 둘러 볼 수 있으며, 무성한 나무로 사방은 볼 수 없다. 붉은오름 기슭에는 삼나무와 해송 숲이 울창하고, 중턱은 낙엽수림, 자연림이 숲을 이룬다.

- 제주특별자치도 관광정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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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강임

#붉은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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