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해안도로
성낙선
대구면 저두리에서 수령 210년의 푸조나무가 서 있는 정자와 마주친다. 마을마다 이렇게 천연기념물에 가까운 정자나무들이 한 그루씩 서 있는 게 신기하다. 정자나무로 보통 느티나무나 팽나무를 많이 보는데 푸조나무가 서 있는 정자는 처음이다.
그 푸조나무 아래에서 고개를 바짝 쳐들고 있는 할아버지 두 분을 만난다. 까치발을 하고 서서는 나무에서 무언가를 따서 연신 입으로 가져가고 있다. 열매를 따먹고 있는 게 분명하다. 가까이 다가가서 무엇을 드시고 있냐고 물었다. '검탱이'란다. 검고 동그랗게 생겨 그런 이름이 붙은 게 아닌가 싶다. 생긴 모양으로는 앵두를 닮았다.
달큼하면서도 시큼한 맛이 난다. 먹을 만하다. 크기가 너무 작아 먹고 먹어도 양이 차지 않는 게 흠이다. 할아버지가 어렸을 땐 나무 위에까지 올라가 따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가지 끝에 늘어진 걸 겨우 붙잡아 따먹고 있다. 두 분이 가지를 붙잡고 서 있는 게 꼭 어린아이들 같다.
여행을 하면서 참 많은 걸 얻어먹고 다녔다. 그런데, 이렇게 길가에 선 푸조나무 열매까지 따먹을 줄은 몰랐다. 내 평생 이런 일이 또 있을까?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