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소리 시원한 가사동백숲해변
성낙선
내 몰골을 보고 감까지 깎아준 식당 아주머니 다시 산비탈을 걸어 올라서 가사동백숲해변을 빠져나온다. 이후로는 대체로 평탄한 길이다. 약산면 소재지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횟집이라 식사하기가 어려운 줄 알지만, 이 지역을 벗어나면 점심을 굶게 될지도 모른다. 염치불구하고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간다.
이곳에서도 처음에는 밥이 없다고 난색을 보인다. 하지만 내 몰골을 유심히 본 식당 아주머니가 '그래도 자전거까지 타고 온 사람을 그냥 되돌려 보낼 수 없다'며 다 떨어지고 없는 밥을 어디서 구해 와서 한 상 그득히 차려준다.
'혼자서 이러고 다니는 거냐'며 안쓰러운 표정을 짓던 아주머니, 나중엔 식탁에 마주앉아 감까지 깎아준다. 조약도에 와서 정말 제대로 '손님' 대접을 받는다. 그 정성이 내 몸에 '약'이 됐으면 좋겠다.
고금도에서는 다른 건 다 그만두더라도 이충무공 유적지 하나만은 꼭 보고 가야 한다. 충무사다. 이곳은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의 수군 본영이 진을 치고 있던 곳이기도 하고,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숨을 거둔 뒤 그의 유해를 모셨던 곳이기도 한다.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낮은 언덕에 이순신 장군이 잠들었던 묘지가 평평한 잔디밭으로 남아 있다. 봉분은 사라졌지만, '역사'는 남아 있다. 이순신 장군의 유해는 전쟁이 끝난 뒤 아산으로 옮겨진다. 장군이 숨을 거둔 지 6개월 뒤다.
충무사 주변을 새롭게 단장하는 공사가 한창 분주하게 벌어지고 있다. 충무사로 들어서는 길 주변의 담장을 모두 돌담으로 교체하고 있다. 마을회관은 충무사와 어울리게 품위가 있어 보이는 한옥으로 짓고 있다. 모두 충무사와 잘 어울리는 풍경들이다. 앞으로 충무사가 이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거듭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