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리비아 동부 항구도시 토브루크에서 시민들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유혈진압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는 카다피는 벵가지와 토브루크에서 잇달아 통제력을 상실했다.
EPA=연합뉴스
시민 저항이 시작된 지 10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리비아는 살육의 땅으로 변했다. 현지에서의 직접 취재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확한 사망자 집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300명, 국제인권연합(International Federation for Human Rights)은 700명, 알 자지라(Al Jazeera)는 프랑스 인권단체 간부의 말을 빌려 사망자가 2000명에 이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사망자 수를 세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계속 사망자가 늘고 있고, 그들이 모두 광기로 똘똘 뭉친 독재자와 그의 아들들에 의해 살해됐으며, 앞으로도 얼마나 더 무고한 사람들이 죽음으로 내몰릴지 모른다는 것이다.
리비아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독재자인 카다피의 퇴진이다. 그러나 42년을 집권한 카다피는 권력을 포기할 생각은 없고 광기와 엽기가 섞인 말들로 리비아 국민들과 세계를 우롱하고 있다. 그의 아들들은 독재자의 자식답게 역시 국민들을 노골적으로 협박하면서 일선에서 학살을 계획하고 집행하는 일을 맡고 있다.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은 카다피를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것이다. 그러나 '게임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 카다피를 축출할 뾰족한 방법은 현재로선 없어 보인다. 42년 독재라는 말이 어울리게 카다피는 국민들의 목숨을 건 봉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외국 용병까지 동원해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 온 세상에 자신과 자식들의 치부가 드러나고 세계인들의 비난과 국제사회의 압력이 높아지고 있지만 원유 채굴 시설을 폭파하고 유럽으로의 불법 이주민 통제에 협력하지 않겠다고 오히려 으름장을 놓고 있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한 현재로선 카다피를 끌어내릴 방법이 없다.
'국제사회 개입, 무력 사용' 힘든 상황... 리비아에 대한 관심 끊지 말아야학살을 멈추게 할 뾰족한 방법도 없다. 리비아 사람들은 스스로 학살을 멈추게 할 힘이 없고 국제사회 역시 독재자의 비인도적인 범죄를 멈추게 할 수 없는 구조적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리비아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쓴 언론과의 전화 통화나 스스로 촬영한 이미지의 공유를 통해 계속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세계는 가슴을 조리면서 학살을 지켜보는 것밖에 도움을 줄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가들의 연합인 유엔이 할 수 있는 대응책도 제한돼 있다. 금요일(현지 시각) 소집된 유엔 안보리는 리비아의 폭력을 중단할 행동을 취할 때임을 강조하고 결의안 초안을 논의했다. 유엔이 고려하고 있는 결의안에는 유혈진압 중단 촉구와 무기 금수조치, 자산동결, 여행 금지 등의 제재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안하무인이자 광기를 보이고 있는 카다피가 그런 압력에 굴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금요일 카다피의 둘째 아들인 사이프 카다피는 비비씨(BBC) 기자를 초청해 외신들이 유혈진압을 과장해 보도하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향후 계획을 묻는 씨엔엔(CNN) 기자에게는 자신들은 리비아를 떠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에겐 플랜 A, 플랜 B, 플랜 C가 있다. 플랜 A는 리비아에서 살고 죽는 것이다. 플랜 B는 리비아에서 살고 죽는 것이다. 플랜 C 또한 리비아에서 살고 죽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