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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치과진료를 좋아하신다. 치과실을 이용하는 몇 명의 단골 중 한 명이다. 아직까지 한방진료실에 온 적은 없지만 나도 그 분을 잘 안다. 보건지소에 한번 들르면, 각 방을 돌아다니면서 특유의 인사법으로 인사를 한다. 오늘도 나타나셨다.
"이히, 우헤헤헤. 우호호."
"아, 아저씨 또 왔네. 진료 안 받을거면 빨리 가셔요."
"으히히. 어이. 어이."
간호사 선생님 어깨랑 팔꿈치를 슬쩍 슬쩍 건드린다. 간호사 선생님이 '아, 이 아저씨가'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하면 금세 도망간다. 그리고 문 밖에서 약을 올리는 것이다. 현관에서 제일 가깝다는 이유로 내과진료실은 제일 먼저 골탕을 먹는다. 그 다음은 치과실.
"아저씨 가세요. 장난치지 말고."
역시나 똑같은 반응. 알아 듣기 힘든 말을 중얼중얼 하면서 서성거린다. 이제 다시 발길을 돌려 한방진료실 차례다.
"아저씨 왔고만. 왜 왔는가?"
"이 히히히. 우히 우히."
"응. 알았어. 알았으니까 조심히 가셔요."
"아하. 아하."
"그래. 알았어. 지금 바뻐."
능숙하게 대처하는 우리 한방 간호사 선생님. 평소 어르신들한테 거리낌 없이 '엄마, 아빠'하고 부르는 성격이 빛을 발한다. 무던한 반응에 재미가 없었는지 몸을 휙 돌려 문을 나선다. 가나 싶었는데 다시 들어왔다. 그리고 간호사 선생님 책상에 놓인 사탕을 마구 움켜쥔다.
사실 이 사탕은 오귀방 할머니께 선물로 받은 것이다. 너무 많은 양이라 환자분들께 입가심용으로 드리자고 제안해서 책상 한쪽에 사탕 그릇을 놔뒀다. 설상가상으로 진료실 복도에 오귀방 할머니가 계신다. 별 말은 안 하지만 얼굴은 찌푸림 한가득이다.
간호사 선생님이 다른 분들도 드셔야 된다며 꾸짖자 양쪽 호주머니를 불룩하게 채웠던 사탕이 다시 밖으로 나온다. 복도에 계신 어르신들에게 하나씩 나눠준다. 마치 '내가 나눠 줄라고 가져간 거야'라고 말하는 듯이. 원래 사탕의 주인인 할머니도 사탕 한 개를 받는다. 낯빛이 좋지 않다.
아저씨의 돌출행동에 곤욕을 치르는 건 간호사 선생님들 만이 아니다. 하루는 현관 밖에서 물을 마시며 쉬고 있었다. 갑자기 치과실 쪽에서 고함이 터져나온다.
"그러시면 안 된다니까요."
잠시 후 현관문을 열고 나온 아저씨가 입 안에 뭔가 머금고 있다. 그걸 풀밭에 뱉어버렸다. 뒤따라 나온 치과선생님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씩씩거렸다.
"제가 그러지 말라 그랬죠."
대답은 한결 같다.
"으.. 이이이."
정신적으로 뭔가 곤란을 겪고 있을 거라 의심했지만, 오며 가며 본 아저씨의 모습은 정상인과 다름없었다. 자전거를 타며 '찌릉찌릉' 경적을 울리는 모습,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르는 모습, 공사장에서 일하는 모습도 보였다.
나로도 길거리를 걷다 보면, 어쩌다 마주칠 때가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나에게 소리친다.
"이이이히. 어어."
"아... 예 예."
알아듣기 힘들어서 처음엔 건성으로 지나쳤다. 다시 생각해보니 나름 반가워서 인사를 했던 것이다. 장난치러 올 때마다 내 얼굴을 수십 번은 봤을 테니까.
같이 근무하는 동료와 아저씨의 정체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주민들 얘기를 들어보면 결혼도 하고 슬하에 아들과 딸이 있다고 했다. 베일에 싸인 정체가 서서히 벗겨진다. 자주 보다 보니 정감도 간다. 익숙하면 괜찮은 법이니까. 만약 입구에 경비가 있어서 못 들어오게 했다면 어땠을까? 기억 속에 이상한 아저씨로만 남아있었겠지. 이제 새하얗게 때가 빠진 와이셔츠처럼, 장난 꾸러기 아저씨만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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