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는 일반 가정에서 220V 전원을 이용하면, 4시간만에 충전이 가능하다. 게다가 최대 주행거리가 610km에 이른다.
김종철
오후 5시께, 출발지였던 부평공장 안으로 돌아왔다. 차에서 내린 다음에도, 볼트 주변을 서성였다. 그리고 여러 가지 생각들이 오갔다. 한때 파산위기까지 내몰린 GM은 '볼트' 등 전기차를 중심으로 다시 과거 자동차 왕국의 재현을 꿈꾸고 있다.
물론 정부의 적극적인 세제지원 등도 뒷받침하고 있다. 이미 볼트를 구매한 미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석 달에 한 번꼴로 기름을 넣었다는 사람부터, 자신의 연비를 계산해 보니 1리터당 무려 230km라는 계산까지 내놓는 사람까지….
올해부터 미 전역에서 볼트 시판이 진행된다. 부러울 만하다. 그렇다고 볼트가 얼마나 대성공을 거둘지는 의견이 약간씩 갈린다. 게다가 국내 도로 상황 등을 감안하면, 어떨지도 생각해볼 문제다.
미국의 경우 많은 가정들이 독립된 건물에, 별도의 차고를 가지고 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자동차 충전이 쉬울 수도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한 주택이 밀집해 있는 구조다. 또 미국보다 대중교통도 발달돼 있다.
국내 자동차회사 기술연구소 관계자는 얼마 전에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볼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전기차로서 볼트가 앞선 기술을 통해 대중화에 나선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석이나 설날 명절에 몇 시간씩 고속도로 위에 볼트를 몰고 서 있다고 상상해보라"고 말했다.
지방이 고향인 기자가 귀경길에 9시간씩 걸렸던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의 말은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의 기술을 높이고, 전기충전을 지금 주유소 기름 넣듯이 쉽게 할 수 있도록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장 전기차로 가는 것보다 중간단계인 하이브리드차가 아직 우리 현실에 맞다는 이야기도 한다. 새겨들을 만하다.
그럼에도 머지않아 '볼트'가 됐든, 뭐가 됐든, 전기차 역시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올 것이다. 문제는 우리다. 하이브리드는 이미 30년 전부터 일본이 기술과 시장을 선점해 왔다. 전기차는 미국이 앞서 가고 있다. 정부와 업계가 함께 뛰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블루온'이란 전기차를 개발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청와대서 직접 운전하기도 했다. 'MB표 전기차'라는 이야기까지 붙었다. 기자도 당시 직접 운전을 해봤지만, '볼트'와는 기술 완성도 등에서 크게 부족했다. 국내에서 시험주행 중인 볼트는 모두 3대. 이들이 우리 도로 위를 다니면서, 던지는 메시지가 참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