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투자했는데 원금 반토막...증권사 믿지 마세요

[똑똑한 생활경제 27] 장기투자 하면 무조건 성공? 틀렸다

등록 2012.05.16 17:05수정 2012.05.1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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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증권사 정문에는 바늘 없는 시계가 있습니다. OO증권사 직원들은 출근할 때마다 그 시계를 보며 오늘의 시간을 잊고, 장기투자의 원칙을 다시 한번 되새깁니다."

모 증권사의 예전 광고문구다. 이익과 손해에 연연하지 말고, 시간을 잊고 장기투자하라는 뜻일 것이다.

이처럼 투자를 이야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것이 장기투자라는 말이다. 시장이 오르건 내리건 개념치 말고, 장기투자하면 복리 효과와 함께 분명 높은 수익율을 얻을 것이라는 이 이야기는 투자의 '금과옥조'처럼 여겨진다. 그러면서 투자에 실패한 사람에게는 "당신이 장기투자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과연, 장기투자만 하면 투자에 성공할 수 있는지? 장기투자가 가지는 함정과 위험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복리효과? 수익율 변동성이 크면 오히려 원금 손실

1천만 원을 가지고 다음의 4가지 시나리오로 장기투자를 해 보자.

① 연 5% 수익율이 고정되어 있음.
② 첫 번째 년도는 20% 이익, 두 번째 년도는 10% 손해
③ 첫 번째 년도는 50% 이익, 두 번째 년도는 40% 손해
④ 매년 10% 이익, 10년마다 50% 손해

①, ②, ③은 모두 직관적으로 2년 동안 약 10% 이익이 나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①번은 고정금리라면 나머지는 모두 투자결과에 따라 수익율이 달라지는 변동성이 존재한다. 조건만 보면 직관적으로는 모두 이익이 나는 상황(2년에 10%)으로 보이는데, 투자 결과는 생각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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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별 수익율 그래프 각각 시나리오별로 30년 장기투자 결과 ⓒ 이지영


②번을 보면 이익과 손해를 반복하면서 결과적으로 조금씩 원금이 커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지만, 특정 시점에 이르러서는(그래프상 20년 되는 시점)에는 오히려 ①번보다 수익율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③번의 상황은 참담하다. 10년 째부터는 수익은커녕 원금을 까 먹기 시작해서 20년째에는 원금이 반토막이 난다. ④번의 경우 10년까지는 가장 월등한 수익율을 보이지만, 10년째마다 50% 손해를 보게 된다. 마지막 30년째에는 그 이익이 크지 않는 결과를 맞이한다.

이 결과를 통해 우리는 수익율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끼지는 것은 변동성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장기투자할수록 변동성의 역할은 매우 커지게 된다. 높은 수익율을 거둬 불려놓은 원금이 커지면 커질수록…. 만약 주식 시장이 하락하면, 손해보는 돈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③번 시나리오가 가장 낮은 수익율을 보인 이유도 +50%에서 -40%에 이르는 높은 변동성이 그 원인이다. 이 경우, 많이 벌고 많이 까먹는 것이 반복되면서 수익은커녕 원금도 반토막이 나는 결과가 된다.


④번의 경우와 같이 10년마다 -50%가 되는 상황이 너무 극단적인 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1998년 IMF와 2008년 금융위기를 통해 10년마다 한국주가가 반토막 이상 나는 상황을 겪어왔다. 다음 10년에서 그러한 상황이 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과연 할 수 있을까?

장기투자에 대한 흔한 생각 중 하나가 삼성전자 같은 주식을 사놓고, 오랫동안 묵혀 두면 높은 수익율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제일 잘 나가는 회사 주식을 고르는 것이니, 상대적으로 쉬운 투자방법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업은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한다. 잘 나가던 회사도 시대의 변화에 뒤떨어지면 순식간에 뒤쳐지는 것이 바로 요즘이다. 일본 기업 '소니'를 생각해 보자. 10년 전만하더라도 그 위상은 독보적이었다. 그때 '삼성전자'가 '소니'를 앞지를 것이라고 누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실제로 전문가가 조사한 결과 2002년 가장 우량기업이라 할 수 있는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10년간 장기투자했을 때, 이익이 남는 종목은 5개 밖에 없다고 한다(<조선비즈> 2012년 4월 25일 기사 인용). 내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SK텔레콤'이나 'LG카드'를 선택했다면 반토막 내지 회사가 없어지는 상황도 맞이할 수 있다.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주식시장이 하락해도 괜찮다?

주식시장이 하락하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적립식 투자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적립식 투자의 장점은 코스트 에버리지(Cost Average) 효과에 있다. 이것은 매달, 같은 돈을 일정하게 투자하면 주식시장이 하락하면 더 싼 값에 주식을 살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시장 하락에 상관없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론상으로는 적립식 투자를 통한 수익율 극대화는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이건 이론상 이야기일 뿐. 투자 행위는 이론과는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적립식 투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있어야 한다. 첫 번째, 시장이 하락한 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두 번째, 더 많이 하락할수록 이익은 더 크다. 10만 원씩 1년을 투자한다고 가정해 보자. A라는 주식은 6개월 동안 매달 5%씩 하락한 후 그 후 6개월 동안 다시 5%씩 상승하여 제자리로 돌아왔고, B는 매달 10%씩 하락한 후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 경우 10% 하락이 5% 하락보다 수익율은 2배가 된다.

그리고 세 번째, 이게 제일 중요하다. 시장의 오르내림에 흔들리지 말고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는 것인데, 실상 이건 이론상의 이야기일 뿐 사람의 심리와 행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주식시장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데, 더 떨어질 것이라는 두려움과 공포를 극복하고 꾸준히 적립식으로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주가가 오르면 욕심으로 투자하고, 폭락하면 공포심으로 팔아버리기 쉽다.

이런 인간의 심리에 대한 실험도 있다. 20달러를 가지고 시작해, 동전을 던질 때마다 1달러를 걸어 딸 수도 있고 잃을 수도 있으며, 반대로 걸지 않고 건너뛰어 위험을 피할 수도 있는 게임에 사람들이 참여한다. 게임을 20번 동안 지속한 결과 사람들은 돈을 잃은 직후에는 주어진 기회의 41%만 판돈을 걸었다. 심지어 돈을 딸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들은 꺼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 상황은 투자에 그대로 적용된다. 시장이 하락해서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면 투자를 지속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적립식 투자는 더 많이 하락하면 하락할수록 유리하다. 그럼에도 주식시장 하락의 공포심을 극복하고, 꾸준히 투자하는 배포 두둑한 투자자가 얼마나 될까? 과연,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있을까?

10년 동안 묶여둘 수 있는 돈 얼마나 있으십니까

"투자는 빚을 내서 하지 말고, 절대 여윳돈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하라"는 이 말을 잘 지키고, 운좋게 투자 실패의 나쁜 시나리오를 다 피했다고 해보자. 이 상황이 가능하려면 여윳돈이 그것도 장기적으로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한번 따져보자. 대부분의 가정에서 과연 그런 여윳돈이 얼마나 될까?

2년마다 전세금 올려줘야 하고, 부모님 병원비도 필요하고, 차도 바꿔야 한다. 아이들 커가면서 교육비도 만만치 않다. 처음에는 맞벌이라 괜찮을 것 같다가도 육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부인이 직장을 그만두기라도 하면 당장 생활비도 쪼들리는 것이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묶여둘 수 있는 여윳돈이 있겠는가? 만약, 있다 하더라고 그리 큰 금액은 아니지 않을까? 투자실패 시나리오를 운 좋게 피했다 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내 기대만큼 대단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주식시장이 하락할 때 투자 전문가는 앵무새처럼 "시장의 등락에 동요하지 말고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떠들면서 장기투자를 못하는 것이 마치 개인의 조급함 때문인 것처럼 말한다. 오랫동안 기다릴 수 있는 돈이 별로 없다. 특히, 개인은…. 당장 돈을 써야 하는데, 어떻게 장기투자 하겠다고 기다릴 수 있겠는가?

장기투자는 무조건 성공한다는 믿음은 거짓

"장기투자하면 성공한다"는 말이 너무나 당연시된다. 그러나 장기투자 성공의 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없어도 상관없는 여윳돈이 많아야 하고, 좋은 주식이나 펀드를 고를 줄 알아야 하고, 주식 시장이 아무리 하락에도 공포에 휩싸여서도 안 된다. 시장이 반 토막 나는 위기상황은 미리 예측하고, 여기에 대비도 해야 한다. 보통 사람이 하기에는 결코 쉽지 않는 조건이다.

물론, 장기투자로 성공한 시나리오도 당연히 존재한다. 그러나 실패의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제는 좀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주식시장의 오르내림에 나의 기분이 좌우되는 삶은 불행하지 않을까? 돈을 잘 모으는 것은 내 돈을 손해보지 않는 것부터 시작한다. 맘 편하게 필요한 돈을 차근차근 만들어 나가는 것이 투자보다는 화려하지 않을 지는 몰라도 행복지수는 훨씬 더 높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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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지영 시민기자는 현재 생활경제상담센터 푸른살림에서 지속가능한 경제적 자립을 돕는 교육활동가 및 생활경제상담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생활경제상담센터 푸른살림에서는 소중한 돈 잃지 않고 제 때 잘 쓰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정보는 네이버 '푸른살림' 카페(http://cafe.naver.com/goodsalim)를 참고해주세요.


덧붙이는 글 이지영 시민기자는 현재 생활경제상담센터 푸른살림에서 지속가능한 경제적 자립을 돕는 교육활동가 및 생활경제상담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생활경제상담센터 푸른살림에서는 소중한 돈 잃지 않고 제 때 잘 쓰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정보는 네이버 '푸른살림' 카페(http://cafe.naver.com/goodsalim)를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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