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처럼 되지 않기 위해 살인자를 사냥한다

[리뷰] 배리 리가 <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

등록 2012.09.12 14:30수정 2012.09.1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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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 겉표지 ⓒ 랜덤하우스

가족 구성원 중에서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유죄선고를 받고 교도소에 들어간다면 남은 가족들의 생활도 그 범죄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교도소에 들어간 가족 생각과 걱정 때문에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과 웃음을 조금씩 잃어갈 것이다. 주변사람들의 눈길도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소문이 퍼지면 동네에서 얼굴을 제대로 들고 다니기 힘들테고,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과도 소원해질 수 있다.


이보다 더 심한 경우에는 피해자의 가족들이 찾아와서 보복하려고 한바탕 난리를 피울 수도 있다. 아니면 매스컴에서 줄기차게 찾아와서 가해자의 어린 시절과 성장과정 등을 물을 수도 있겠다.

어느쪽이건 간에 남은 가족들의 생활은 그다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기 어렵다. 가족 중에서 나이가 어린 사람이라면 더욱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그 기억에서 벗어나기 힘들 정도로.

살인마를 아버지로 둔 소년

배리 리가의 2012년 작품 <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의 설정은 이런 상황을 극단적으로 끌고 간 경우다. 주인공인 17세 소년 재스퍼 덴트는 최악의 연쇄살인범을 아버지로 두고 있다. 재스퍼의 아버지인 빌리 덴트는 21세기의 가장 악명 높은 연쇄살인마였다.

빌리는 21년 동안 세 자리 숫자의 살인을 저질렀다. 재스퍼가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한 살인행각은 재스퍼가 태어나고 성장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반복됐다. 빌리는 재스퍼를 살인현장에 동행하게 만들었고, 아들에게 살인의 기술과 살인자의 심리에 대해서도 가르쳐주었다.


다른 아이들은 아버지와 함께 야외에서 캐치볼을 하며 야구를 배우는 나이에, 재스퍼는 피와 살점이 튀기는 살인현장에서 잠재적 살인자로 성장하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살인이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는 법. 빌리는 4년 전에 체포되었고 여러 차례의 종신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작품의 도입부에서 재스퍼는 친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소년이다. 여자친구도 있고 친한 친구도 있다. 그래도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과거에 아버지가 자신에게 들려주었던 살인에 관한 이야기가 문득 떠오르곤 한다. 잠을 자는 도중에도 마찬가지다.


재스퍼는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마을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재스퍼는 우연히 현장을 보게되었고 이것이 연쇄살인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재스퍼는 아버지의 광기와 어둠의 세계에서 벗어날 기회를 찾았다고 믿는다. 그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동원해서 살인마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주인공은 어떻게 성장해갈까

범죄소설의 역사에서 재스퍼보다 어린 나이에 탐정으로 데뷔하는 인물도 몇 명 없을 것이다. 나이도 그렇지만 재스퍼의 경우는 그의 동기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 재스퍼는 기특하게도 아버지가 자신에게 보여주었던 어둠의 세계에 빠져들지 않았다.

대신에 거기에 정면으로 맞서서 그를 극복하려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아버지가 잡혀간 이후에, 재스퍼는 피해자의 가족과 여러차례 마주했다. 그중 한 아이는 울면서 재스퍼에게 말했다. "자기 아빠가 하는 짓을 왜 막지 못한 거야?"

트라우마의 종류도 여러가지다. 가해자의 가족은 피해자의 가족과 마주할때 가장 힘들고 마음이 아플지도 모른다. 재스퍼는 자신에게도 살인자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막연히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것을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는 '재스퍼 덴트 시리즈'의 1부에 해당한다. 동일한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시리즈물이 그렇듯이 이 시리즈도 주인공의 성장과 변화에 관심을 갖게 만든다. 책장을 열면 잔인한 살인현장이 눈앞에 나타나지만, 그보다는 재스퍼와 그 아버지의 미래가 더욱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 <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 배리 리가 지음 / 권도희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덧붙이는 글 <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 배리 리가 지음 / 권도희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

배리 리가 지음, 권도희 옮김,
알에이치코리아(RHK), 2012


#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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