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입건유예'... 검찰, 창피한 줄 알아라

[取중眞담] 장휘국·장만채 두 진보교육감의 입건유예

등록 2012.10.10 19:36수정 2012.10.11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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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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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5개월 동안이나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왼쪽)과 장만채 전남도교육감을 시쳇말로 '탈탈 털었지만' 결국 입건유예하고 말았다. 검찰이 '진보교육감 죽이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 이주빈


결국 털어서 먼지 안 나왔다. 검찰은 선거비용 과다계상 의혹을 제기하며 5개월 동안이나 장휘국 광주광역시교육감과 장만채 전남도교육감을 '먼지 털듯' 털었다. 소환조사는 물론이고 압수수색까지 벌였다. 하지만 수사의 끝은 입건유예. "유독 정치바람 잘 타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검찰은 9일 선거비용을 실제보다 부풀려 보전 받은 혐의로 선거기획사인 CN커뮤니케이션즈(CNC)의 옛 대표였던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과 옛 회사관계자, 후보자 측 관계자 등 모두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이 의원 측은 "검찰의 터무니없는 날조이자 정치탄압"이라며 "법원에서 무죄를 입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또한 검찰은 그동안 같은 혐의로 5개월 동안 수사를 해온 장휘국 광주시교육감과 장만채 전남도교육감에 대해서 "CNC 측이 작성한 서류에 따라 소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했고, 실제 수익자가 아닌 점 등을 고려해 입건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하자마자 그동안 장휘국·장만채 대책위를 꾸려왔던 시민사회는 "시도민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진보교육감을 욕보인 검찰은 사과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이들은 그동안 줄기차게 "기소대상조차 되지 않을 두 진보교육감을 검찰이 정치적으로 욕보이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대체 '입건유예'가 무엇이기에 시민사회는 검찰에 사과까지 요구하는 것일까. 입건은 말 그대로 하나의 사건이 성립하는 기초다. 입건이 되려면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어야 한다. 범죄혐의가 소명되면 검찰은 무혐의, 기소유예, 기소 등의 처분을 결정한다. 그런데 두 교육감에게 검찰은 입건을 유예했다. 단어 그대로 풀이해서 검찰은 두 교육감에게 '사건을 성립시키는 것을 미루겠다'고 한 것이다.

검찰은 5개월 동안이나 두 진보교육감이 선거비를 과다계상한 혐의가 있다며 기소를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 지역민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한 교육감을 범죄혐의조차 소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개적으로 두 차례 이상 소환조사했다.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압수수색까지 벌였다. 장흥지청에 있던 사건을 서울지검 공안부로 이송했다. 결국 입건조차 미룰 '일'(사건이 성립되지 않았다)을 두 교육감이 마치 피의자인 양 내사내용 등을 중간중간 언론에 흘렸다. 그런데 그 끝이 기소도, 기소유예도 아닌 입건유예다.

지난 7월 장휘국 교육감 대책위는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를 빗대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있다, 그 사람이 바로 장휘국 교육감"이라고 했다. 장휘국 대책위의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있다'는 주장을 결국 검찰이 입증해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애초 이 사건은 통합진보당 내분 사태와 맞물려 시작됐다. 사태의 중심에 이석기 의원이 있었고, 그가 국회의원 당선 전에 선거기획사를 했던 것이 새삼 문제가 됐다. 우연찮게도 두 진보교육감을 비롯한 다수의 선거후보자들이 이 회사와 선거관련 거래를 했다. 검찰은 이석기-장휘국-장만채를 한 묶음으로 엮었다. 법원에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에도 장 교육감 회계장부 등을 슬쩍 끼워 넣어 '진보세트'를 만들었다. 시민사회와 언론이 '도 넘은 진보죽이기 꼼수'라고 비판했지만 검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관련기사: 도 넘은 검찰과 언론의 '진보 죽이기' 꼼수).

그리고 장장 5개월 동안 검찰이 부린 '꼼수'는 결국 '입건유예'로 끝나고 말았다. 기소로 자기존재를 증명하는 조직인 검찰로선 수모다. '기소독점권'이라는 무시무시한 무기를 쥐고, '중간수사 발표'라는 희한한 여론전을 병행하며 지난 5개월 동안 변죽을 울린 검찰엔 낯뜨거운 일이다.

검찰 수사결과 발표 이후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그간 밝혀 온 바와 같이 한 점 부끄럼 없이 선거를 치렀다"고 강조하면서 "늦었지만 검찰의 발표를 광주시민과 함께 환영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검찰은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 기소조차 못할 수사를 무리하게 시작했다. '진보교육감 표적수사'하는 '정치검찰'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수사를 시작해 5개월 동안 압수수색에 소환조사까지 하고서도 두 진보교육감의 범죄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 '무능검찰'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한 중간 중간 소명되지 않은 사실을 언론에 흘렸다. 피의사실 공포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위법검찰'의 오명을 스스로 자초했다. 이 모든 것의 끝이 '진보교육감 입건유예'다. 이쯤 되면 검찰은 '늦었지만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장휘국 #장만채 #이석기 #검찰 #진보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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