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
유성호
우선 필자는 동성애에 매우 비판적이다. '막연히' 뭔가 자연스럽지 않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나중에 내 자식이 동성애적인 성향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도 한다. – 이준석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의 <주간경향> 기고문
이준석씨가 주간경향에 기고한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동성애에 매우 비판적"이지만 그건 "막연한 거부감"일 뿐이고,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을 사람들에게 "납득 시킬" 만한 주장이 있었으면 한다는 게 요지였죠.
일단 솔직해서 좋았어요. 다른 사람들도 이준석씨처럼 솔직했으면 좋겠어요. 출산율 저하가 걱정된다느니, 자연 법칙에 어긋난다느니, 성경에 하지 말라고 되어 있다느니 하는 수준 이하의 이야기로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외치지 말고요. 그리고 동성애는 찬성과 반대의 대상도 아니에요. 그건 '난 사랑을 반대한다' 혹은 '난 우정을 반대한다' 뭐 이런 이야기와 비슷한 거거든요.
그런데 이준석씨의 글은 "동성애에 매우 비판적"이라는 첫 문장부터가 심각한 오류를 가지고 있어요. 비판이란 "잘못된 점을 지적하여 부정적으로 말한다"는 뜻이에요. 이준석씨는 동생애에 비판적인 게 아니라 단지 거부감을 가지고 있을 뿐이에요. 동성애가 잘못 된 게 아닐 뿐더러, 이준석씨 글 어디에서도 동성애가 잘못 되었다고 말하고 있지 않잖아요.
그냥 동성애가 싫은 거잖아요. 싫기는 싫은데 싫어해야 할 근거를 모르겠다는 거잖아요. "창조질서를 무너뜨린다는 기독교 계열 보수주의자들의 주장"이 이준석씨가 보기에도 한심하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준석씨는 "동성애에 매우 비판적"이라고 쓸 게 아니라, "동성애가 싫다"라고 했어야 하는 거에요.
우린 그걸 취향이라고 불러요.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싫어하는 사람이 있고,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채소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죠.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겠지만 동성애를 하는 사람도 이성애를 하는 사람도 다 사람을 사랑하는 취향이 달라서 그런 거에요. 이준석씨가 쓴 것처럼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 한 해에 결혼하는 커플 중 5% 정도가 동성커플이라면 이건 동성애가 더 이상 특이한 게 아니라는 증거에요.
이준석씨의 글은 동성애를 싫어하는 이들의 심정을 아주 솔직히 드러낸 글이에요.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사실은 막연히 동성애가 싫을 뿐이라는 걸 스스로 솔직히 드러내는 게 문제 해결을 가장 쉽게 만들 수 있어요.
동성애에 반대를 한다고 하면 그에 대응하는 논리가 필요하지만, 동성애 반대가 사실은 동성애를 싫어하는 취향일 뿐이라고 인정한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잖아요. 그 취향이 구리긴하지만 부러 반대하고 싶지는 않아요. 할 수도 없구요.
이준석씨의 글은 그런 측면에서 가치가 있는 글이에요. "동성애에 매우 비판적"이라는 첫 문장의 오류 때문에 점수가 조금 깎였네요. 90점 드릴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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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자연스럽지 않은 동성애"... 솔직해서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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