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제품 수리 서비스를 전담하는 삼성전자서비스는 전국에 170여 개 서비스 센터를 운영하면서 각 센터별로 협력업체와 도급계약을 맺고 수리 업무 대행을 맡겼다.
김지현
법적으로 도급은 도급인이 부탁한 어떤 일이 수급인이 완성하게 되면 이에 보수를 지급하는 계약관계를 말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이지만 '노무'를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일의 완성'을 놓고 거래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 지점에서 '고용계약'과 구분된다. 여기서 도급계약 관계를 고용계약처럼 이용할 경우, 즉 수급인의 노무에 도급인이 관여하게 되면 '위장도급'이라고 볼 수 있다. 수급인의 실체가 있다면 '불법파견', 실체가 없이 도급인이 사실상 운영하는 업체라면 '묵시적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한다.
이 문제는 한국사회에 이미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최대 기업 가운데 하나인 현대자동차의 사례가 있다. 현대자동차는 생산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도급에 하도급까지 맺어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은 비정규직 노동자 최병승씨가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현대차가 최씨를 직접고용하고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불법파견'이라는 판단이다. 최근에는 신세계 이마트에서 '불법파견'이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에서 적발됐다. 이마트 역시 판매업무에 도급계약을 맺었지만 실제로는 고용관계로 사용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기업이 직접고용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기 때문이다. 낮은 임금으로 사용하면서 비용을 아끼는 것도 하나의 효과지만 무엇보다 도급계약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인력 운용의 유연성이다. 직접고용했을 경우 해고가 쉽지 않은 반면, 도급관계는 도급업체와 계약을 파기하거나 재계약 하지 않는 방법으로 손쉽게 인력을 정리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신세계에 뒤이어 이제는 삼성이다. 삼성전자의 제품 수리 서비스를 전담하는 삼성전자서비스는 전국에 170여 개 서비스 센터를 운영하면서 각 센터별로 협력업체와 도급계약을 맺고 수리 업무 대행을 맡겼다. 하지만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채용·교육·징계·평가 등 고용관계에서 발생하는 사용자의 권한을 행사했다. 이에 '위장도급' 의혹이 제기 됐고, 노동자들은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에 들어갔다.
서비스 기사 직접고용, 과연 손해날까?
삼성을 비롯한 여러 제고기업들이 가전제품 수리 업무에 도급을 많이 사용하는 것은 이 분야가 별로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2012년 말 삼성전자서비스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는 연매출 1조681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 총이익은 1231억 원이지만 각종 영업비용을 제외한 실제 영업이익은 75억 원에 불과했다.
매출은 높지만 서비스 업무의 특성상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협력업체 직원들이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지만 회사가 남기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삼성이 이 정도면 다른 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A/S는 그것 자체로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이라기보다는 고객의 재구매를 유도하는 하나의 영업이라고 보는 게 맞다. 그런 면에서 직접고용은 서비스 기사들의 고용안정에 따른 숙련도 향상과 처우개선을 통한 능률 향상 등 숫자로 환원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직접고용의 효과는 눈에 보이는 것만 있지 않다. 취재 결과 삼성전자서비스는 1년 내내 수시로 협력업체 직원을 뽑는다. "근무 1년을 넘기기 어렵다"는 게 현장 기사들의 전언이다. 그만큼 처우가 나빠 이직률이 높다는 뜻이다. 고용이 안정되고 '다닐 만한 직장'이 된다면 자연스럽게 이직률이 줄고 수시로 진행됐던 채용과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직접고용을 하게 되면 117개나 되는 협력업체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 서비스 기사들의 처우 개선에 사용할 수도 있다.
괴롭다는 서비스 기사들에게서 '행복한 서비스'가 나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