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라 성은 타지마할과 야무나 강을 사이에 두고 2.5km 떨어진 곳에 마주보고 있다.
Dustin Burnett
샤 자한의 건축물 중 가장 유명한 타지마할은, 샤 자한이 끔찍이도 사랑한 뭄타즈를 위해 지은 그녀의 무덤이다. 15세에 페르시아의 공주였던 아르주만드 바누 베금과 결혼한 샤 자한은, 아내가 된 왕비를 모든 여성 가운데 가장 빼어나다고 칭송하며 '뭄타즈 마할,' 번역하면 '황궁의 보석'이라는 뜻의 이름을 지어준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한시라도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결혼 19년 동안 14명의 아이를 출산한다.
사랑하던 아내가 죽자 슬픔에 빠진 샤 자한은 식음을 전폐하다 머리가 하얗게 세 버린다. 그리고 아내에 대한 사랑으로, 22년에 걸쳐 외국의 온갖 값비싼 장식재를 들여와 크고 화려한 묘역인 타지마할을 짓는다.
요약하면 '샤 자한과 뭄타즈는 서로를 너무나 사랑했고, 그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로 타지마할이 완성됐다'이다. 이야기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꼬임 없고 직선적인, 해피엔딩 스토리를 듣고 감동하기엔 때가 너무 탔나.
"뭄타즈랑만 결혼한 게 아니네. 뭐야 숭고한 사랑 어쩌고 하더니."
다행히 결점을 찾았다. 물론 샤 자한이 아내를 여럿 거느렸다고 해서 뭄타즈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결론짓기는 어렵다. 그건 그렇다 쳐도, 그렇게 사랑하는 여인이라면 출산의 고통도 조금 생각해 줄 수 있는 거 아닌가. 19년 동안 14번의 출산이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뭄타즈는 결국, 14번째 아이를 밴 만삭의 몸으로 샤 자한을 따라 고원 지역으로 원정을 나갔다가 눈을 감는다.
순수하고 고결해 보이는 샤 자한과 뭄타즈의 러브스토리에 찬물을 끼얹고 나니 조금 마음이 풀린다. 이야기도 슬슬 마음에 들기 시작한다. 뭄타즈가 죽은 지도 오래. 샤 자한도 늙어 병에 들자 왕위를 노린 아들들의 권력 다툼이 심해진다. 권력을 잡은 셋째 아들 아우랑제브는 형 다라 시코를 공개 참수형에 처하고 아버지인 샤 자한을 아그라 성에 감금한다. 샤 자한은 뭄타즈의 무덤 타지마할이 멀리서 바라보이는 아그라 성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