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세계에서 손 씻고 싶은 15세 소녀, 하지만...

[리뷰] 앨리 카터 <미술관을 터는 단 한가지 방법>

등록 2014.03.05 14:20수정 2014.03.0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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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터는 단 한가지 방법> 겉표지 ⓒ 황금가지

앨리 카터의 2010년 작품 <미술관을 터는 단 한 가지 방법>의 원제목은 < Heist Society >다. 직역하자면 '도둑들의 세상' 정도 될 거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도둑들은 생계를 위해서 무언가를 훔치는, 흔히 말하는 좀도둑들이 아니다. 이들은 엄청난 값어치가 있는 물건들만 노리는 '대도'들로 밥벌이를 위해서 절도를 하는 유형이 아니다.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이런 '대도'들은 대부분 웬만한 일반인들보다 훨씬 여유있는 생활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무언가를 위해서 절도를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음 목표를 위해서, 자신에게 주문을 한 의뢰인을 위해서, 크게 한 건 터뜨린 다음에 영원히 손을 씻기 위해서. 아니면 어떤 사람의 생명을 위해서.

절도범의 가문에서 성장한 소녀

<미술관을 터는 단 한가지 방법>의 주인공 카타리나 비숍은 15살의 여학생이다. 학교에 다니다가 쫓겨 났으니 학생이라고는 말을 못할 수도 있겠다. 카타리나의 집안은 대대로 절도와 연관이 있었다.

카타리나의 나이 세살 때 그녀의 아버지는 다이아몬드 절도 사건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리고 7살 때 그녀의 삼촌은 전 세계 캐비어의 80%를 털기 위한 작전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니 카타리나도 당연히 어린 시절부터 도둑이 되기 위한 정신적이고 육체적인 기술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었다.


문제는 그녀가 15살 되던 해에 생겼다. 카타리나는 도둑의 세계에서 손을 씻고 조용히 남들처럼 학교에 다니면서 일상을 즐기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 기숙학교에서 이상한 사건이 발생하고 그 범인으로 카타리나가 지목되면서 그녀는 학교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안 좋은 일은 이것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도둑 세계의 또 다른 악당에게서 카타리나에게 연락이 온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고가의 미술품 여러 점을 얼마 전에 도난 당했는데 그 범인이 바로 카타리나의 아버지라는 것이다.

이제 카타리나에게 협박이 들어온다. 그 악당은 2주 안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미술품들을 다시 자신에게 돌려주라고 한다. 카타리나는 자기 아버지에게는 알리바이가 있고 절대로 그 범인은 자기 아버지가 아니라고 호소하지만 소용이 없다. 악당의 말에 의하면 2주 안에 자신이 미술품을 받지 못하면 카타리나 아버지의 신상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한다. 카타리나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까.

전문 절도범들이 활약하는 세계

범죄소설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형사나 탐정 또는 살인범들이다. 전문 절도범들이 주인공인 범죄소설은 상당히 드물다. 그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값비싼 소장품들을 안전하게 훔치는 행위는 누군가를 살해하는 행위보다 더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전문 절도범들은 폭력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을 죽이기는커녕 폭행하는 것도 꺼려한다. 이들은 단지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안전하게 꺼내오길 바랄 뿐이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와 마주쳐서 몸싸움이라도 일어난다면 자신이 잡힐 가능성도 그만큼 많아진다.

그래서인지 <미술관을 터는 단 한가지 방법>에서도 잔인한 살인이나 폭행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생각하고 고민하고 때로는 티격태격하면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10대 청소년들의 모습이 주를 이룬다.

10대의 나이에 도둑세계에 발을 디디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겠지만, 한 건 끝내고 정신차려서 영원히 손을 씻을 수 있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은 무언가를 훔치고 싶은 충동이 들때가 있을 것이다. 그 대상은 타인의 물건일 수도 있고 마음일 수도 있다.
덧붙이는 글 <미술관을 터는 단 한가지 방법> 앨리 카터 지음 / 곽미주, 김은숙 옮김. 황금가지 펴냄.

미술관을 터는 단 한 가지 방법

앨리 카터 지음, 곽미주.김은숙 옮김,
황금가지, 2012


#미술관을터는단한가지방법 #앨리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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