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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客 손님 객(客)은 의미요소로 집이나 사당을 나타내는 갓머리 면(？)에 소리요소인 각각 각(各)이 합쳐진 형태이다. ⓒ 漢典
'어려서 고향 떠났다가 늙어 돌아오니(少小離家老大回)
고향 말투 변함이 없건만 귀밑머리는 다 세었구나(鄕音無改鬢毛衰)
동네 아이들은 나를 보고도 알아보지 못하고(兒童相見不相識)
웃으며 묻네, 손님은 어디서 오셨느냐고(笑問客從何處來)'
당(唐)나라 때 하지장(賀知章)이 86세에 귀향의 감개를 가볍게 쓴 <회향우서(回鄕偶書, 고향에 돌아와서 우연히 적다)>이다. 고향을 떠나서도 늘 고향을 생각하며 고향 말투도 바꾸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이미 늙은 낯선 사람을 고향사람으로 알아볼 리 없고, 다만 그저 낯선 '손님(客)'으로 여길 뿐이다.
'고향'이라는 공간이 늘 그곳에 있다 하더라도 이미 흐르는 시간의 배를 탄 이상 영원히 그 기억 속의 고향에 돌아갈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속절없이 흐르는 긴 시간 속에서 모든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손님처럼 잠시 왔다가 언젠가는 다시 손님처럼 떠나야하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손님 객(客, kè)은 의미요소로 집이나 사당을 나타내는 갓머리 면(宀)에 소리요소인 각각 각(各)이 합쳐진 형태이다. 각(各)은 거꾸로 된 발(夂)과 집의 입구(口)를 표시한 것이니 결국 '객(客)'은 축문 연주로 부름을 받은 신령이 하늘로부터 사당에 손님처럼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흔히 '주객전도(主客顚倒)'라는 말을 하는데 중국어에서는 '본말도치(本末倒置)'라고 표현한다. 객(客)은 주(主)인 내가 아닌 남을 가리킨다. 그 '내가 아닌 남'인 객(客)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지가 국가의 발전이나 타인과의 소통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인 객을 환대하는 것을 '호객(好客, hàokè)'이라고 하고, 다른 사람을 내치는 것을 '축객(逐客, zhúkè)'이라고 한다. 자신을 찾아온 모든 사람들을 예우하며 '호객'한 것으로 유명한 맹상군(孟嘗君)은 '계명구도(鷄鳴狗盜)'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진시황의 "진나라 사람을 제외한 객경(客卿)을 모두 쫓아내라"는 축객령(逐客令)에 대한 반론인 이사(李斯)의 <간축객서(諫逐客書)>는 명문 중의 명문으로 뽑히며 널리 회자된다.
5대 16국 남당(南唐)의 마지막 황제, 이욱(李煜)이 쓴 <낭도사(浪淘沙)>에서 "꿈 속에서 이 몸이 나그네인 줄도 모르고 잠시 한바탕의 쾌락을 탐하였구나(夢裏不知身是客, 一嚮貪歡)"라고 노래하고 있다.
스스로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자신조차도 잠시 이 세상에 머물게 된 '손님'이라고 여긴다면, '나 아닌 다른 누군가'와도 보다 쉽게 소통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우리는 다만 '손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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