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도 MBC처럼 망가질 수도 있어"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121] 현상윤 새언론포럼 회장

등록 2014.05.26 12:04수정 2014.05.26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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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와 언론노조, 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보도를 모니터 하는 민주언론시민연합 그리고 현장에서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세월호 침몰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듣는 인터뷰를 기획시리즈로 준비했다. -기자 말

a  현상윤 새언론포럼 회장

현상윤 새언론포럼 회장 ⓒ 이영광


"현 언론체제를 유지하려는 정치권력을 교체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하다."

KBS PD로 KBS노조위원장을 지냈고, 3월 정년퇴임한 현상윤 새언론포럼 회장은 세월호로 무너진 언론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을 묻자 이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안전 대책뿐만 아니라 한국 언론계에 중대한 영향을 준 사건이다. 특히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망언으로 시작된 KBS사태는 KBS기자협회와 PD협회 그리고 양대 노조, 보도본부장단까지 사퇴하며 길환영 KBS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얼마 전 KBS에서 정년퇴임한 현상윤 새언론포럼 회장을 지난 22일 프레스 센터에서 만났다. 그에게 세월호 문제와 KBS 사태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현 회장은 일방적이고 무비판적인 정부 발표를 받아쓴 보도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시청률 경쟁을 위한 보도 행태 등 이번 세월호 보도에서 KBS가 보인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 같은 부분들이 종합되어 정권 옹호의 선전도구로 명확하게 인식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현 회장은 "집권당이 모든 인사권을 장악할 수 있어 현행 방송법 체계에서 새 사장이 온다 해도 그 역할은 거의 바뀔 가능성이 없다"면서도 "이번 기회에 구성원들의 인식과 방송제작 관행이 획기적으로 바뀌어 사장의 통제자 역할을 차단해 내고 빼앗긴 보도, 제작의 자율성을 상당부분 되찾아온다면 KBS가 엄청 달라진 모습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 회장은 현재 KBS 상황을 "MBC처럼 망가질 가능성은 있다"면서 "현재 언론 상황은 정부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환경이기에 KBS가 스톱한다고 해서 정권의 타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앞으로 KBS 사태에 대해 현 회장은 "지금은 내부 구성원들이 지성으로 뭉쳐서 현실을 타파하고자 노력하는 시점이다"며 "방송은 방송인들만의 것이 아니고 국민이 주인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함께 해주어야 한다"며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촉구했다. 다음은 현상윤 새언론포럼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a  현상윤 새언론포럼 회장

현상윤 새언론포럼 회장 ⓒ 이영광


-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언론 보도에 대한 비판이 높아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공영방송인 KBS로 집중되는 것 같습니다.
"KBS가 정권보위 차원의 청와대 방송을 그동안 지속해왔고, 주요 방송 내용에 있어서 항상 친정부적인 방송을 해왔습니다. 세월호 참사 보도를 통해서 그런 부분이 더욱더 명확하게 인식되어 KBS에 대한 비판이 집중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더욱이 KBS는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국민들이 KBS에 대해 비판을 하는 것 같아요."


- 국가 재난에서 KBS는 재난 주관 방송사입니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사고에서 KBS는 공영방송으로의 역할을 못했어요, 세월호에서 KBS보도에 대해 어떻게 보세요?
"세월호에 대한 KBS 보도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어요. 첫째는 일방적이고 무비판적인 정부 발표 받아쓰기 보도이고, 둘째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시청률 경쟁에 의한 보도입니다. 예를들어 피해자 가족의 인권을 무시하는 시청률 경쟁이 피해자 가족의 분노를 자아낸 측면이 있어요."

- 지난 15일, KBS는 <뉴스9>를 통해 세월호 보도를 사과했으나 이후 보도는 달라진 점을 못 느낍니다.
"방송이 제대로 역할을 못하는 이유는 대통령이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사장으로 직접 임명하고 그 사장이 인사권을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료화된 방송 조직을 통해서 보도를 통제합니다.

최근에 김시곤 보도국장을 통해서 이런 부분들이 폭로되자, 구성원들 간에도 심증으로만 짐작하던 것들이 확연하게 밝혀진 것입니다. 보도 본부 같은 경우, 지금 제작 거부 투쟁을 힘차게 진행합니다. 이어 사장 퇴진을 촉구하고 있기 때문에 뉴스를 통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지금 KBS 상황을 보면 2년 전 MBC의 상황과 비슷한 것 같아요. 최악의 경우, 길 사장이 시용기자를 뽑을 가능성도 있는데?
"시용기자는 조금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KBS도 MBC처럼 망가질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정권의 입장에서 볼 때 KBS 방송 하나 파행을 겪는다고 큰 타격이 없어요.

지금 언론 상황이 95:5로 정부여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환경입니다. KBS가 스톱한다고 해서 정권의 타격은 그리 크지 않아요. 그래서 KBS가 파행이 되든 말든 길 사장을 버티기 시키고 노조와 싸움을 벌여 소모시킵니다. 나중에는 노사분규로 몰아가면서 불법파업에 대한 책임을 물어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행동하는 방송인들을 드러내겠다는 계산이 있는 것이죠." 

-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폭탄발언이 연일 화제입니다. 하지만 김 국장은 길환영 사장의 탓으로 돌린 채 자신의 책임은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느낌인데 어떻게 보세요?
"김시곤 보도국장도 그동안 자행된  관제적 방송에 대해서 주요한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죠. 그러나 어쨌든 막바지에 청와대의 보도개입과 방송통제 사실을 폭로했다는 점은 평가해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내부 고발자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 것이죠. 물론 사적동기에 의한 측면이 크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는 있습니다.

김 국장이 마지막에라도 청와대의 노골적인 보도통제 사실을 폭로하게 된 배경에는 언론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 문제가 걸려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런 부문은 나름대로 평가해야 할 부분이죠."

- 하지만 김 국장을 보면 길 사장이나 자기나 똑같은 데 왜 자기만 나가야 하나는 생각으로 억울해 하는 것 같아요.
"맞아요. 같이 일을 저질러 놓고는 갑자기 혼자 책임지고 나가라고 하니까 분개한 거죠. 인간적인 배심감이 컸을 것이고 '그런 인간을 사장으로 용인할 수 없다,  응징해야 된다' 고 판단한 거겠죠."

- 본부장이나 김 국장의 책임도 있는데 이런 것으로 자기 책임을 면피하려는 의도는 아닐까요?
"면피하려는 측면은 아니라고 봅니다. 사표냈다고 해서 부역언론인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죠. 본부장은 임원의 신분이기 때문에 사퇴하면 KBS에서 아주 옷을 벗고 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면피의 의미보다는 사장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봅니다."

-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보여진 보도 문제점에 대해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언론장악의 문제점이 세월호로 드러난 것일 뿐 새로울 것이 없다"고 하시던데.
"맞아요. 새로울 게 없어요. 국민들도 KBS가 친 정부 방송이고 권력에 대한 감시 비판이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을 거에요. 그러나 그 부분이 크게 문제가 안 되었는 데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해서 권력에 종속적인 언론의 문제가 피부로 느껴진 것입니니다. 국민의 비판을 증폭시키는 상황이 된거지 이명박 정권 이후부터 언론의 종속화 문제는 심각하게 진행돼 왔습니다. 그래서 2년 전 5개 언론사가 길게는 170일 동안 파업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이고요."

- 길 사장이 사퇴를 거부했어요. 여기엔 길 사장 혼자 생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즉, 청와대가 막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는데 청와대가 원하는 것은 보도를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지 길 사장이 아니란 말이에요. 그럼에도 길 사장을 보호하는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국정원의 언론담당 부서에는 KBS 전담직원이 4~5명 이상 있을 겁니다. 일차적으로는 이 라인을 통해서 KBS에 대한 상황 분석부터 대응 방안까지 작성되어 청와대에 보고되는 것이죠. 통상 사장의 임명과 해임은 정권의 핵심부에서 결정하는데 지금 길 사장의 사퇴 거부는 정권의 의지가 뒷받침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죠.

현재 권력 핵심부의 판단은 길 사장이 물러나게 되면 청와대 책임론으로 불똥이 튈 여지도 크다는 것입니다. 사장이 물러날 경우, 부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가야 하는데 부사장 체제로는 보도국을 포함한 내부구성원의 저항을 억누르기가 어려워 길 사장를 고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2년 전 MBC처럼 노조를 상대로 전쟁을 벌여 말 안듣고 저항하는 방송인들을 다 들어내라는 미션이 주어진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길 사장은 자숙하고 사죄를 구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당당하게 적반하장격으로 폭력적인 좌파노조에게 KBS를 내줄 수 없다는 헛소리를 하며 프레임을 짜고 있는 것이죠."

- 일각에서는 지금 당장 물러날 경우, 정권의 사람을 앉히기엔 부담이 커서 시간끌기라는 견해도 있던데.
"후임 사장이 임명되는 데 두 달 가까이 시간이 걸려요. 그 경우, 부사장이 직무대행할텐데 그 경우 내부 저항을 막아내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다고 봐야죠."

- 길 사장은 21일 사내 방송을 통해 "좌파의 방송장악을 막겠다"고 했어요,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청와대가 길 사장을 통로로 보도에 일일이 간섭하고 방송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인데... 갑자기 웬 좌파 노조 타령입니까. 폭력적인 좌파 노조와의 전쟁이라는 익숙한 색깔 론 프레임으로 국면을 전환해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꼼수이자 이 정권이 통상 써 먹는 못된 수법을 그대로 빌려다가 써먹으려는 수작이죠."

- KBS 보도문제와 더불어 수신료 인상 문제가 다시 떠올랐어요. 그러나 국민들은 오히려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을 벌이는데 어떻게 보세요?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수신료를 올려주는 건데 지금처럼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관제방송으로 많은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수신료 인상을 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독재정권시대에나 가능한 일이죠. 세금을 올려서 종편방송의 호주머니를 채우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KBS 주인은 대통령이 아니고 시청자 국민입니다. 그래서 국영방송이 아니고 공영방송입니다. 수신료 거부운동은 KBS가 공영방송으로써 제 역할을 못하고 있을 때, KBS의 진짜 주인인 시청자 국민이 직접 나서서 KBS를 바로 잡겠다는 주권회복 운동의 일환이라고 봅니다."

- 공영방송 사장이나 보도국장 등 경영진의 막말이 물의를 일으키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KBS는 물론이고 MBC 고위 간부들의 행태를 보면 어쩌다가 언론계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개탄스럽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당해서도 시대의 아픔에 공감하려는 모습은커녕 유가족들들을 비하하고 심지어 모욕까지 하는 언사들이 횡행하는 것을 언론계가 얼마나 썩었는가 하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 됩니다. 언론인으로의 기본 자질은 물론 최소한의 상식과 양심 이런 것들을 모두 망각하고 오로지 개인의 출세를 위해서 그렇게 한다는 느낌 밖에 안 들어요."

- 19일, KBS기자협회가 제작거부에 들어갔고, 노조도 파업에 들어갈 전망입니다. 언론에서는 KBS가 창사 이후 최대 위기라고 하던데 앞으로 길 사장 퇴진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앞으로 벌어질 일이라 전망하긴 어렵지만, 지금은 내부 구성원들의 자성과 현실을 타파하고자하는 힘과 권력의 힘이 맞 부딪히는 시점입니다. 지금까지는 내부 구성원들의 힘이 권력의 힘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 사실이죠. 그런 측면에서 사실상 우려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또 방송은 방송인들만의 것이 아니고 국민이 주인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함께 해주셔야 된다고 봅니다. 방송인들의 힘만으로는 권력의 압력을 물리치고 길 사장을 쫒아낼 수 있을지, 그래서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명실상부한 공영방송의 모습을 이루어 낼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그 때문에 국민도 같이 KBS를 위해서 투쟁과 지지를 해주신 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죠."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현상윤 #KBS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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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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