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무원 두 분이 한팀으로 3교대 근무를 하는 언제나 분주한 서빙고 철도 건널목.
김종성
한강 야경의 정점을 찍는 무지개 분수도 좋지만, 잠수교 북단 언덕위에 서면 어디선가에서 "땡땡땡~" 향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련하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그 소리를 따라 잠수교 위 반포대교를 향해 언덕길을 조금 오르면 정말 도심 속 향수어린 풍경이 나타난다. 낡은 철로 위로 빨간 테두리를 한 길고 둔중한 차단봉이 서있는 '서빙고 북부 건널목'이다.
직원 두 분이 근무하는 유인 철도 건널목으로 서울에 몇 개 안 남은 귀한 건널목이다. 서빙고 북부 건널목은 한강가 자전거도로 옆에 자리하고 있어 자전거족에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곳이다.
철도 건널목을 사이에 두고 동부이촌동에서 한남동·용산·이태원 방면으로 오가는 차량들과 시민들로 건널목이 늘 북적북적하다. 비슷한 위치에 지하차도가 있지만, 이 건널목을 이용하면 지하차도와 달리 돌아가지 않고 곧바로 오갈 수 있어서 자가용들이 쉴 새 없이 지나가는 곳이다.
건널목 주변 풍경을 구경하며 잠깐 서 있은 지 몇 분 사이에 서울과 양평을 오가는 중앙선 전철과 ITX 춘천고속열차가 내달려 지나갔다. 그럴 때마다 예의 "땡땡땡" 경보소리와 함께 차단봉이 내려오고 유니폼을 입은 역무원이 오가는 사람들과 차량들을 저지하는 등 풍경이 분주해진다. 건널목을 걸어서 지나가는 주민들과 역무원 아저씨가 서로 안부를 묻고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어느 소읍의 풍경마냥 참 정답다.
낡은 철로 옆에 작은 사무실이 붙어있는 소박한 건널목엔, 나이 지긋한 건널목 지킴이 아저씨 두 분이 한 팀으로 3교대로 근무한단다. 자정이 넘으면 전철도 안 다니는데 굳이 새벽에도 근무를 해야 하느냐는 내 우문에, 아저씨는 웃으시며 심야와 새벽에 시멘트, 화물 등을 실은 수송열차가 한낮만큼이나 자주 지나간다고 한다. 그 시간에도 건널목을 지나가는 사람과 차량들이 있기 때문에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3교대 근무를 하는 것이라고. 주말과 대체연휴가 붙어 있어 꽤 길었던 지난 추석연휴에도 꼬박꼬박 일하셨다고 한다.
내가 편안하게 살아가는 도시는 이렇게 많은 분들의 보이지 않는 노고가 있어서 가능했음을 또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참, 수고가 많으시네요!"란 말로 아저씨에게 감사함을 대신했다. 다음번에 이 건널목에 들릴 땐 비타민 음료 하나 챙겨들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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