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한 시골 외갓집 사촌누나를 보는 듯 했던 양수리의 새간판들.
김종성
용늪 길은 자연스레 양수리 한가운데 오일장터가 있는 번화가로 이어졌다. 오일장터로 들어서기 전 강변에 자리한 마당 넓은 항아리 가게가 눈길을 끌었다. 아파트가 흔한 도시에 살게 되면서부터 못 보게 돼서인지 항아리를 보게 되면 저절로 마음이 푸근해지고 발길이 머물게 된다.
가게 입구에서 기웃거리다 "항아리 구경 좀 해도 될까요?"라고 물었더니 주인아주머니는 미술관 큐레이터마냥 항아리에 대해 진지하게 설명까지 해주었다. 강가에 길게 놓아둔 크고 작은 다양한 모양의 항아리들이 잔잔히 흐르는 강물과 자연스레 잘 어울렸다.
오일장터를 품고 있는 '양수리 시내'는 종점 방앗간, 금성 이발소 등이 올망졸망 모여 있는 정다운 소읍 분위기 그대로다. 명소 두물머리가 가까이에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다 보니 작은 동네에 여러 대기업 편의점과 큰 마트들까지 들어섰다.
그런데 동네 가게의 간판들이 좀 이상하다. 가게 간판의 디자인과 글씨체 등이 깔끔하게 바뀌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여행을 다녀온 강원도 화천군, 경기도 연천군 등 다른 동네들처럼 지자체에서 가게 간판들을 무상으로 바꿔주었나 보다. 깨끗하고 말끔해서 좋긴 한데 뭐랄까, 시골에 사는 수수했던 외갓집 사촌 누나가 성형수술을 하고 친척들을 반겨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매 1일과 6일엔 양수리 공영 주차장 자리에 오일장이 열린다. 가까운 양평 오일장(매 3일, 8일)처럼 큰 장터엔 외지인들도 많이 오는데, 소담한 동네에 어울리는 아담한 양수리 오일장터엔 동네 사람들이 며칠 만에 한 번씩 만나 안부를 묻고 인사를 나누고 낮술도 한 잔 하는 사교의 장이다.
할아버지가 자전거 안장 뒤에 태우고 데리고 나온 귀여운 손주에게 사탕을 물려주는 노점상 할머니의 인자하고 주름진 미소, 새끼 고양이들을 파는 노점에 둘러앉은 고양이만큼이나 귀여운 아이들, 하늘을 가린 장터의 천막들 사이로 비쳐 들어오는 눈부시고 따사로운 가을 햇살··· 작지만 이런 장터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어 양수리에 자꾸 가게 되지 싶다.
물 따라 길 따라 양수리 생태공원, 두물머리 수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