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진 통일부 부대변인.
연합뉴스
"현 단계에서는 확인해 드릴 수 있는 사항은 없다는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15일 오전 통일부 정례브리핑. 박수진 통일부 부대변인이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개최사실과 정부가 제2차 고위급 접촉 날짜를 북한에 제의했다는 보도를 확인해달라는 기자들의 빗발치는 질문에 '확인해드릴 수 없다'는 답변을 10여 차례나 반복했다.
<조선일보>가 이 내용을 이날 1면 머리기사로 첫 보도한 뒤 통일부는 출입기자들에게 "확인해 드릴 수 없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사실상 인정'이지만 정확한 회담 일정과 대표단 면면, 회담의제, 남북 어느 쪽이 먼저 제안했는지 등이 불투명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이 당 회의에서 "오늘 오전 10시에 판문점에서 남북 실무회담이 열린다고 한다"며 "서해 NLL(북방한계선), 전단살포 등의 의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언론이 정부는 물론 박지원 의원에게까지 '물을 먹은' 상황이 됐다.
통일부 "남북관계는 상대방이 있는 문제, 그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확인해 드릴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는 박 부대변인에게 기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투명한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이런 식으로 회담이 열린 것에 대해서도 확인을 않는 것이 대통령이 얘기한 투명한 대북정책인가", "현 정부는 비밀회담이나 비선을 통한 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가져왔고, 그렇게 원칙을 지켜온 것을 대북정책의 성과로 평가해왔다"고 따졌다.
박 부대변인은 이에 대해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우리가 실시간으로 확인해 드리지 못하는 점이 있다는 것 그리고 상대방이 있는 문제라는 점을, 그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해 주시기 바란다"고 답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그가 한 말중 유일하게 의미가 있는 발언이었다. '회담 상대방인 북한이 비공개를 원하고 있으며, 정부도 그에 합의했기 때문에 이미 보도가 나오고 있음에도 확인해 주지 못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정부는 이날 오후 회담이 끝난 뒤에야 이를 공식확인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회담 개최 사실을 비공개한 이유에 대해 "(지난 7일) 서해상에서 함정 간 교전이 발생했고, 연천에서 총격이 발생하는 등 남북 관계 상황이 예민한 시점이고, 남북이 (비공개하기로) 합의한 사항이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그 이전과는 크게 달라진 것이었다. 지난 2월 1차 남북 고위급 접촉때 북측은 비공개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이에 반대해 결국 공개로 진행됐고, 북측이 비공개를 요구했다는 것까지도 공개했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위한 접촉 제의도 북측의 답변이 나오기 전에 공개한 바 있다.
"군사회담, 북 요구 수용해 비공개 한다면 이전보다 유연해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