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학 탐정>겉표지
레드박스
이렇게 타인에게서 죽음을 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 거리에서, 술집에서 또는 지하철에서 보게 되는 많은 사람들이 어떤 죽음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된다면 그 사실 때문에 피곤해질 수도 있다. 평소에 사람들을 쳐다보기가 싫어질 정도로.
대신에 이 능력을 이용해서 돈을 벌거나 유명해질 수도 있다. 흔히 말하는 '신통한 점쟁이'가 가진 능력이 바로 사람의 앞날을 예측하는 것이다. 사람이 어떤 죽음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아 맞출 수 있다면, 의뢰인에게 그만큼 좋은 일도 없을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언제 어떻게 죽을지 궁금해하니까.
미쓰다 신조는 자신의 2008년 작품 <사상학 탐정>에서 바로 이런 인물을 창조해냈다. 갓 스물을 넘긴 탐정 쓰루야 슌이치로가 바로 그 인물이다. 그는 타인에게서 죽음의 기운을 느낀다. 이 능력은 자신이 원하거나 노력해서 생긴 것이 아니다. 슌이치로의 외할머니에게도 같은 능력이 있었다. 그의 외할머니는 그 바닥에서 꽤 유명한 영매였다.
그런 능력이 슌이치로에게 이어진 것. 당연히 슌이치로는 평범한 10대를 보내지 못했고, 자신의 재능을 나름대로 살리기 위해서 대학 진학을 거부하고 일종의 탐정 사무소를 차렸다. 그 탐정사무소로 첫 번째 손님이 찾아온다. 자신을 스무살이라고 밝혔지만 그보다 더 앳돼 보이면서도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 그녀는 자신에게 사신이 따라다닌다고 하소연하며 수사를 의뢰한다. 그녀 주변에 어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을까?
죽음이라는 운명을 막을 수 있는 방법많은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그 대상이 무엇이건 간에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도 문제이겠지만, 보기 싫은 것이 저절로 보이는 것도 골칫거리일 것이다. 그것이 죽음과 관계된 거라면 더욱 그렇다.
죽음을 보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사상학 탐정> 이외에도 많다. 영화 <식스 센스>부터 딘 쿤츠의 장편 <살인예언자>까지. 이런 작품들에서 주인공은 모두 죽은 사람들을 본다. 죽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반면에 <사상학 탐정>에서 주인공은 타인에게서 죽음의 기운을 감지한다. 죽음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죽음이 다른 상황의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때로는 죽음이 다른 것들을 이용하기도 한다. 특히 상징적인 것들을. 열세 단 짜리 계단에서 사람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대형 십자가가 넘어져 사람을 덮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죽어서도 이승을 떠나지 못한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죽음의 기운을 몸에 지니고 다닌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그런 기운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그 능력은 축복일 수도 있고 저주일 수도 있다. <사상학 탐정>의 주인공 슌이치로는 앞으로 이 시리즈 내에서 그 능력을 어떻게 이용할지 궁금하다.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13의 저주
미쓰다 신조 지음, 이연승 옮김,
레드박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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