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서민들이 주로 먹는 채식 위주의 소박한 식단.
송성영
간디 아쉬람은 마음에 우러나는 만큼 돈을 지불하는 기부제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망 좋은 간디 아쉬람에서 묵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반가운 일이었는데 원하는 기간 동안 먹고 자고 단돈 1루피를 지불해도 상관없다는 것이다(외국인은 일주일). 한낮의 땡볕과 무거운 배낭에 지쳐 있던 나. 만약 무슬림이었다면 하늘을 향해 "알라!"라고 외쳤을 것이다.
신과 같은 그 어떤 존재가 나 같은 가난한 여행자를 위해 가텀씨를 보낸 것 같았다. 그는 앞장서서 나를 신 앞으로 안내하듯 간디 아쉬람의 매니저에게 데려갔다. 나는 여권을 꺼내 몸짓만큼이나 조용 조용한 콧수염의 매니저가 펼쳐 놓은 방명록에 몇 가지 신상을 적어 놓고 여장을 풀었다. 가텀씨가 묵고 있는 바로 옆방이었다.
내가 일주일 정도 묵기로 작정한 숙소의 창문 사이로 히말라야 난다데비가 훤히 들어왔다. 나는 창문 사이로 펼쳐져 있는 난다데비를 바라보며 이 방에 들어서기까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를 이끌어 주는 그 어떤 존재, 혹은 내 의지와 연관된 어떤 기운,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법에 대해 생각의 깊이를 더해 갔다.
태양열을 이용하고 있는 간디 아쉬람은 넓다란 마당을 사이 두고 두 동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내가 여장을 푼 곳은 간디홀에 속해 있었다. 간디홀은 간디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는 너른 공간과 매니저가 묵고 있는 방, 나와 가텀씨가 묵고 있는 방, 모두 네 칸으로 이뤄져 있었다. 간디홀 건너편 동에는 한꺼번에 수십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크고 작은 방들이 여러 칸으로 나뉘어 있었다.
가텀씨를 따라 찾아간 식당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아쉬람을 찾은 사람들로 식당을 가득 메웠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나는 운이 참 좋았다. 사람들이 빠져 나간 사이 용케 찾아와 방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식당 안쪽에선 직접 불을 지펴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간디 아쉬람에는 매니저를 중심으로 세 사람의 요리사와 주변을 청소하는 관리인 그리고 심부름을 하는 두 명의 소년이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저녁 식단은 아주 간소했다. 인도의 가난한 사람들이 먹는, 밀가루를 반죽해서 얇게 화덕에 구운 짜파티와 콩으로 만든 커리의 일종인 달, 그리고 감잣국과 양파와 고추가 나왔다. 모두가 채식이었는데 고추는 아주 매웠다.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말끔하게 식기를 비웠다.
저녁에는 인도 각지에서 찾아온 십여 명의 방문자와 함께 명상과 더불어 진행하는 기도회 시간에 참여했다. 간략한 자기소개를 통해 힌두교, 불교, 이슬람교, 세 가지 종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슬람과 힌두교가 하나 되는 자리... 감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