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을 입에 달고 사는 길거리 '포장마차 찻집'의 젊은 주인. 20대 중반의 찻집 주인에게 어린 남매가 있다고 한다.
송성영
근사한 찻집이라도 가는 줄 알았는데 그가 안내한 곳은 작고 허름한 길거리 찻집이었다. 겨우 비 가림만 해 놓은 찻집은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포장마차나 다름없다. 입가에 웃음이 붙어 있는 젊은 찻집 주인은 이제 막 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가텀씨가 짜이 두 잔을 주문하자 움막 옆에 마련해놓은 화덕에 장작개비를 넣고 불을 지펴 즉석에서 차를 끊여 내온다. 짜이에서 달콤한 연기 냄새가 난다.
이른 아침부터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저녁까지 짜이와 샌드위치 혹은 짜파티를 구워 팔고 있다는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찻집 주인은 총각이 아니었다. 결혼하여 어린 두 남매가 있다고 한다. 가텀씨와 나는 간디 아쉬람에 머물면서 거의 매일 아침 이 찻집에서 짜이를 마셨다. 10루피, 우리 돈으로 200원짜리 짜이를 정성껏 끓여 올리며 무엇이 그리 행복한지 그는 늘 웃고 있었다. 우리는 잔돈이 없을 때 이 찻집에서 가끔 외상으로 음식을 사 먹기도 했다.
짜이를 마시고 나서 우리는 언덕 아래의 코사니 상가로 나섰다. 가텀씨는 상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오랜 친구처럼 인사를 주고받는다. 그리고는 한국에서 온 수행자라며 나를 소개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수행자가 아니라 그냥 여행자라고 말해 줬지만 그는 예의 그 익살스런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키득 키득... 여기 사람들은 수행자라고 하면 좋아합니다." "나를 거짓말쟁이로 만들 겁니까?""당신 모습이 수행자인데... 왜 그게 거짓말이란 말이오.""겉모습만 그럴 뿐이지요."그는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 때부터 1~2년에 한 차례씩 이곳 코사니에서 1~2개월씩 머물다 가곤 했다고 한다. 30년 세월을 오고가면서 어지간한 코사니 역사를 꿰고 있었다. 처음 자신이 이곳 코사니에 왔을 때는 몇몇 상가를 제외한 마을 주변이 지금보다 더 울창한 숲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언덕 위에 호텔들이 많이 들어서 있는데 거기가 다 숲이었지요. 밤이 되면 멀리서 호랑이 소리가 들려왔고, 레퍼드가 마을까지 내려와 개를 물어가곤 했습니다. 지금도 마을 근처 숲에 레퍼드가 있습니다.""레퍼드요?""레퍼드 몰라요? 당신 모바일에 있는 번역기를 이용해 봐요."그가 한 자 한 자 불러준 알파벳을 번역기에 찍어보니 '레퍼드(
leopard)'는 표범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인도에 오기 전 큰 아들 녀석이 손전화기에 깔아준 번역기를 이용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코사니 상가를 둘러보다가 한 상가 건물의 낡은 벽면에 그려진 그림 한 폭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 여성이 도끼를 들고 있는 남자를 붙잡고 다른 한 여성이 나무를 껴안고 있는 그림이었다. 나무, 숲을 지키는 환경에 관련된 그림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코사니의 숲 살린 '나무 껴안기 운동'... 벌목 저지시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