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노무현>(백무현 지음 / 이상MEDIA 펴냄 / 2015.06. / 1만4500원)
이상
- 지난 6월 26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1년을 그린 <만화 노무현>을 출간하셨는데 반응은 어떤가요?"반응이 아주 뜨겁네요. 출간한 지 일주일 만에 예스24에서 정치·사회 분야 1위에 올랐어요. 오늘(15일) 보니까 종합 순위에서도 31위네요. 노무현이 그립고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이 책을 찾는 이유 아닐까요?
이 책은 노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평전이 아닙니다. 이명박 정권의 '노무현 잔혹사'를 처음으로, 그것도 정면으로 파헤친 책이다 보니 노 대통령이 더욱더 그립고 애잔해서 많이들 보는 것 같습니다.
팟캐스트 <정봉주의 전국구>에 출연하고, 북 콘서트에 나가고 하면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독자들 반응이 대체로 '무서워서 책을 못 보겠다'는 겁니다. 적나라한 노무현 잔혹사, 그해 부엉이바위에 오르기 전 노무현의 진심을 담아냈습니다. (독자들이 그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감정이 폭발한 게 아닌가 합니다. 펑펑 울었다고 하시는 분, 너무 화가 나서 잠을 못 잤다는 분, 먹먹해서 밤을 꼬박 새웠다는 분, 모두 다 노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한 죄스러움이 컸던 것 같습니다."
- 참여정부가 친재벌 정책을 펼쳤다거나 한미 FTA, 이라크 파병 등의 정책을 펼친 점은 어떻게 보세요?"글쎄요. 대표적인 친재벌 정책? 지금 당장 떠오르는 게 없네요. 한미 FTA나 이라크 파병은 찬반이 분명한 논쟁거리죠. 노 대통령은 아마도 주체적인 국제 관계의 일원이 되고 싶었던 게 아니었나 해요. 종속 개념으로 끌려다니는 나라가 아니라요. 우리도 힘 있는 민주주의 국가이니까 자신감 있게, 혹은 자랑스럽게 국제무대를 주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그렇다면 이라크 파병도 그런 맥락 속에서 읽어낼 수가 있겠죠. 행간이 중요하거든요."
- <만화 노무현>은 어떻게 출간하게 되었나요?"제가 <서울신문>에서 대통령 시리즈를 쭉 해 왔는데, 2009년도에 김대중의 일대기를 다룬 평전 성격의 <만화 김대중> 5권을 낸 적이 있었죠. 그런데 그해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김대중 대통령을 썼으니 이번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해야겠다'라고 마음을 먹었는데 잘 안 되었어요. 거리 조절이 잘 안 되는 겁니다. 노 대통령은 진영으로 따진다면 진보진영이기에 노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선이 객관적일 수가 없거든요. 냉정한 눈으로 바라본 평가를 바탕으로 서사를 만들어야 하는데 잘 안 되는 겁니다. 주변에서도 시큰둥했어요.
노 대통령이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하기는 했지만, 지식인 사회에서는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거든요. 대북송금 특검이나, 대연정 제안, 이라크 파병. 부동산 가격 폭등 등 재임 기간에 이뤄졌던 정치나 정책에 대해 그렇게 점수를 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휴식 기간을 가졌지요. 그러다가 만난 사건이 온 국민을 놀라게 한 세월호 사건이었죠. 온 나라가, 온 국민이 300여 명의 어린 학생들이 죽어가는 것을 같은 시각에 보고 있었잖아요. 얼마나 화가 났습니까? 그날 가슴을 친 분노가 노무현 대통령을 불러냈지요.
참여정부 때 태안 기름 유출 사고가 났지요. 그때 노 대통령이 피해지를 방문했는데 해양경찰청장이 대응 맥락을 모르고 비용문제를 들먹이니까 노 대통령이 '지금 당장 일본이든 중국이든 동원할 수 있는 것은 다 동원해서라도 기름을 막아라'라고 지시했잖아요. 청장이 '비용이 든다'고 하니까 노 대통령이 '그런 게 어디 있어요?'라고 목소리 높이면서 질책을 했잖아요.
세월호 사건도 아마 노 대통령이었다면 팽목항으로 달려가서 돌멩이를 맞더라도 현지에서 진두지휘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작년에, '아, 노무현의 가치는 아직도 유효하구나'라고 생각을 하고 노 대통령을 불러내기로 맘을 먹은 거죠."
- 서문에 '시작부터 숨이 턱턱 막혔다'고 하셨던데 이유는 무엇인가요?"서문 첫머리에 썼지만, 가장 뜨거운 가슴을 가졌던 사람이 노 전 대통령 아닐까요? 이 시대에 가장 논쟁적인 사람으로 노 전 대통령만 한 사람이 있나요? 그런 사람에 대한 잔혹사를 그려야 하는데 숨이 안 막힐 리가 없죠.
그리고 만화에 소환해야 할 사람이 이명박 전 대통령부터 형님 이상득 전 의원, 검찰총장, 국세청장, 현역 중진 정치인, 검찰 중수부, 조중동 언론인 등등의 사람들. 그러니까 그해 '더러운 음모'를 꾸몄던 정권 첨병들을 실명으로 불러내야 하는 게 만만치가 않았던 것이죠. 그런 데다가 '나를 버리라'는 노 대통령의 말이 떠올라 처음부터 실제로 숨이 막혀왔습니다."
-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자결'로 규정했던데…."숭고한 자결이죠. 왜 자결이냐 하면, 자신의 목숨을 던지는 데는 속죄와 자존 두 가지가 있는 거 같아요. 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던 분이잖아요. '도덕'이라는 무기와 함께 역사를 살아온 분이니까요. 그런데 '노무현 죽이기'를 통해 집요하게 털다 보니 주변에서 돈을 받은 정황이 드러났거든요. 죽기 살기로 터는데 먼지가 안 나겠습니까? 이 부분에서 노무현은 너무 괴로워했고 이것은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리고 또 하나는 자존이죠. 자신을 지키려는 자존. 인권변호사 출신으로서 독재정권에 저항했던 자신의 역사, 그리고 정의로운 가치를 지키려 했던 정치인 노무현으로서의 역사 등 등이죠. 생각해 보세요. 부도덕한 정권으로부터 도덕성을 심판받는 게 얼마나 괴로웠겠습니까? 그래서 죽음으로서 자존을 지키려 했던 것이죠. 자신의 역사를 지키려 했던 것이죠."
- 만화니까 스토리도 있어야 하고, 약간의 허구도 있을 것 같은데 어디까지 '팩트'인가요?"허구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이 '팩트'고요. 만화적인 장치를 위해 말풍선 안에 들어가는 말을 좀 바꾸긴 했죠. 실존 인물들의 실명이 들어가고 잘못하면 그 양반들이 저를 고소 고발할 수도 있는데 허구로 할 수는 없지요."
"이명박 대통령 측 사람들은 만나주지 않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