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에서 이상호 기자 환영행사를 하고 있다.
MBC 노조 제공
2013년 초 MBC에서 해직되어 <GO발뉴스> 대표기자로 활약한 이상호 기자가 대법원으로부터 해고무효 판결을 받아 MBC에 복직하게 되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9일 이 기자가 MBC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소송에서 "해고가 절차상 위법하지는 않지만, 사회통념상 타당성을 잃어 징계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어서 무효라고 본 원심 판단은 수긍할 수 있다"면서 해고는 무효이며, 2013년 1월부터 복직 때까지 월 4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판결 직후 이 기자는 "MBC 경영진이 보도 불공정성을 개선하고, 신뢰받는 뉴스를 하겠다고 한다면 영등포 경찰서 '사스마와리'(사회부 경찰 기자)라도 하겠다"고 기쁜 마음을 표현했으나 MBC는 바로 이 기자에 대한 징계를 예고해 또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이 기자는 이 상황을 어떻게 볼지 궁금하여 이 기자의 바쁜 일정을 고려해 10~11일에 걸쳐 이메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이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회사에서 쫓겨나는 거 보고 아이들이 침울해 했는데"- 지난 9일 대법원에서 해고무효 소송 승소 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소감 부탁드립니다,"상식이 무너진 사회를 살다보니, 상식적 판결인데도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혼자 쓴웃음이 나오더라구요. 늘 때리다 하루 매질을 쉬는 '폭력' 남편이 '고맙다'고 느껴지는 식이지요. 그래서 '이거는 당연한 결과다, 나는 고맙지 않다'는 생각을 하려고 노력중이에요."
- 1, 2심에서도 승소하셨지만 대법원이기 때문에 느낌이 달랐을 것 같은데."그렇죠. <GO발뉴스> 고문 변호사 세 분과 동행을 했는데, 그분들도 대법원에 가본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일반 변호사분들도 갈 일이 별로 없는 곳이 대법원인데. 불행하게도 저는 벌써 여러번 갔고, 또 현재 계류중인 것도 몇 개 있지요.
얼마 전 삼성X파일 관련해 대법원이 제게 유죄를 확정했는데, 그때 판결문이 엉터리였어요. 삼성X파일은 정치권과 검찰에 뇌물을 전달한 '결과'를 보고하고 평가하는 내용이었는데, 대법원은 앞으로 있을 뇌물 전달을 '모의'한 것에 불과하다며 이건희 일가에게 무죄를 선물했었죠. 그래서 이번에도 별 기대를 안 했는데 이겨서 더욱 기뻤습니다."
- 가족들 반응은 어땠어요?"아이들이 특히 기뻐했어요. 아들만 둘인데요.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아빠가 MBC 다니는 걸 늘 자랑스러워 했는데, 제가 회사에서 쫓겨나는 걸 보고 많이 침울해 했어요. 첫째는 아빠가 백수가 되는 바람에 다니던 음악학원도 중단해야 했기 때문에 상처가 더 컸을 거예요."
- 재판 기일이 급작스럽게 잡혔잖아요. 그래서 우려하기도 하셨는데."그렇죠. 어찌보면 저 같은 경우는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사건이었지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종북몰이 차원에서 서해 NLL(북방한계선) 광풍이 기승을 부렸고, MBC가 그 와중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을 만나 NLL 광풍 완결편을 방송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는 꼼수다>와 SNS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제기되고 있었잖아요.
확인해보니 실제로 김정남 인터뷰가 추진되고 있었고, 이건 누구든 편을 들어서는 안되는 MBC가 공영방송임을 포기한 사건이었습니다. MBC의 공영성 수호는 경영진과 기자, PD가 공동으로 수행해야 하는 의무라는 사실이 잇따라 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되고 있는데요. 저 역시 그 의무 수행을 위해 트위터를 통해 '내부고발'을 감행한 거였지요.
결국 박근혜씨 대선승리 직후 첫 언론인 해고 사례가 된 것이라, 저는 솔직히 박근혜씨 임기중에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을 거라고 봤어요. 당연히 임기 내 판결이 이뤄진다면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었지요."
(김정남 인터뷰와 관련해 MBC는 9일 회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김정남과 인터뷰를 시도했다는 취지의 글로 방송사의 공영성이나 신뢰도가 의심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징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재철 전 사장 솜방망이 선고에 물타기 하려는 판결"
-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선고가 앞당겨진 이유말인가요? 그건 법조기자들이 써야 할 기사인데. (웃음) 대한민국 대법원이 불행하게도 생각보다 대단히 정무적인 기관이거든요. 보통 해고무효 소송의 대법원 계류기간이 평균 3년 정도됩니다. 제 앞에 밀려있는 소송들이 제법 많아요. 그런데 제 경우는 2심 선고가 지난해 말에 있었으니 반년이 조금 넘은 것뿐인데 무려 2년 이상 앞당겨졌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추론입니다만, 그 이유를 세 가지 정도로 분석해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첫째는 상고법원 설치를 추진하는 대법원 입장에서는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실정이거든요. '봐라 대법원이 얼마나 중립적인 판결을 내려왔느냐'라고 주장할 만한 판결을 축적해야 한다는 거죠. 이번 선고는 디테일에서 일부 개악된 부분이 있습니다만, 전반적으로 하급심의 판결을 존중한 것이어서 상고법원 추진을 위한 '명분쌓기용' 판결이 아니었냐는 시각이 있을 수 있습니다.
둘째는 김재철 전 MBC 사장 솜방망이 선고에 대한 '물타기용' 판결이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 전 사장에 대한 배임 등 혐의에 대한 선고가 하필 제 선고와 같은 날 있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실형을 받았던 하급심 판결을 벌금형으로 대폭 낮춰준 판결이었거든요.
이같은 감경 이면에는 MBC 현 경영진의 감경 탄원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건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었죠. 왜냐면 현재 안광한 사장이 김 전 사장의 수하로 부사장을 지내던 사람이었죠. 어찌보면 광의의 종범이라 할 수 있는 안광한씨가 전임 고참을 위해 탄원서를 냈다는 건데, 이건 난센스죠. 김 전 사장은 이번 판결을 통해 다시 정치적 재기를 노릴 수 있게 됐는데, 결국 한패끼리 짜고 벌인 짓이라는 의심을 씻을 수 없을 듯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를 MBC 안에 묶어둠으로써 MBC 밖에서 대안매체 <GO발뉴스>를 통한 보도와 영화제작 등 박근혜 정권의 책임을 묻는 언론활동을 막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노림수가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는 쑥스럽지만, 제도권 언론에 대한 통제가 이명박 정권을 거쳐 박근혜 정권 들어서며 내면화, 구조화되고 있는 가운데 마지막 눈엣가시 같은 언론지대가 바로 대안매체 쪽이 아니겠습니까?
더구나 부산영화제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세월호 다큐 <다이빙벨>이 최근 들어 태국, 미국, 일본 등지의 영화제에 잇따라 초청되고 심지어 그랑프리까지 차지하면서 청와대에서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는데요.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에 저를 MBC라는 통제된 새장 안에 가둬두려는 의도가 작동한 것이 아닌가 이렇게 보는 시선도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 대법원이 MBC 사측의 상고를 기각하긴 했으나 판결문을 보면 그리 만족스럽지 않아요. 해고가 과도할 뿐 징계사유는 된다는 게 대법원 판결인데."네, 일단 대법원 선고 뒤 '고맙다'고 말했는데, 그 말을 취소하고 싶을 만큼 실망스러운 내용도 담고 있더라고요. 이를테면 해고가 절차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는 부분, 나아가 SNS와 인터넷 방송에 참여한 부분에 대한 가벌성 인정과 같은 대목은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인데, 향후에도 문제제기를 통해 전향적인 결과를 얻어낼 수 있도록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습니다."
"안광한 사장, 자격미달... 이러시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