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에서 무료 문화생활 누리는 방법

[아일랜드 여행 스케치 25] 아일랜드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Ireland)

등록 2015.08.11 17:55수정 2015.08.1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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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국립미술관의 모습. 조지안 양식의 건물들과 대조되는 건축 양식이다. ⓒ 김현지


서울에 살 때 유난히 서울시립미술관을 좋아했다. 정확히 말하면 서울시립미술관까지 가는 덕수궁 돌담길과 미술관 내에 있는 정원을 좋아했다. 혹자는 덕수궁 돌담길은 연인들이 함께 걸으면 헤어지는 길이라는 말을 했지만 그게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간에 나는 그 길을 한때 연인이나 친구들과 자주 걸었다. 그렇게 덕수궁 돌담길은 복잡한 도시를 살고 있는 나에게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하였다.

그 길을 걸을 때는 마치 과거 속의 사람이 된 것과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천천히 발걸음을 떼면서 나는 그 길을 음미하고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 길을 따라가면 만나게 되는 곳,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비밀의 정원'과도 같은 미술관의 정원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에게 휴식과 쉼을 주고 있었다.


미술을 전공한 가족들의 영향이 컸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미술관 가는 것을 좋아했다. 성인이 된 이후 미술관에 가는 이유는 '그림을 보러 가는 것'과 함께 그림이 전시된 '아름다운 장소'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똑같은 작품이라도 어디에 전시되어 있느냐가 나에게는 더 중요했다. 아무리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라도 갤러리가 맘에 들지 않으면 작품도 시시해졌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작가라도 갤러리가 마음에 들면 그 작가의 작품을 한 번 더 보러 가기도 했다(정확하게 말하면 그 장소를 한 번 더 보러 갔다).

아일랜드에 이사를 온 이후 일 년 동안은 갤러리에 가지 못했다. 더블린에 한 번씩 가게 될 때도 이상하게 시간이 없어서 가지 못 하거나, 가기로 마음먹었다가도 잊어버리곤 했다. 어쩌면 작품보다 건물에 관심이 많았던 나의 눈에는 더블린의 멋진 건물이나 풍경에 빠져 갤러리를 미처 찾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일랜드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Ireland)에 처음 가던 날도 비슷했다. 더블린에 갔었고 다른 볼 일이 있어서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다가 우연히 국립미술관을 발견했다. 빽빽한 건물 사이에 있어 자칫 지나칠 수도 있는 건물이었지만 주변에 있는 붉은 벽돌로 마감된 조지안 양식 건물과 달리 차가운 콘크리트 건물이 먼저 눈에 들어왔었고 나도 모르게 발걸음은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소박하지만 사랑스러운' 아일랜드 국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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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국립미술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렇게 작은 공간이 나타난다. 이 곳에 있는 벽면에는 미술관에 전시된 작가들의 이름이 한 벽면에 쓰여져 있다. ⓒ 김현지


미술관 정문을 열면 작은 공간이 나타난다. 그곳엔 메인 로비로 들어갈 수 있는 또 다른 문이 있다. 대기석과 같이 모던한 벤치가 놓여 있고 갤러리에 관한 간략한 설명이 적혀 있다. 조금만 유심히 관찰하면 벽면 한가득 국립미술관에 전시된 작가들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이상하게도 이 공간이 참 마음에 들었다. 많은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작가들의 이름만으로, 이곳이 어떤 곳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게 해준 그 벽면이 참 의미심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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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국립미술관 로비. 높은 천장고와 천창 때문에 미술관이 한층 넓고 확 트여보였다. ⓒ 김현지


그렇게 한 템포를 쉰 후 흰색의 두꺼운 문을 열면 비로소 아일랜드 국립미술관의 모습이 나타난다. 긴 복도형으로 설계된 로비, 전체가 흰 벽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큰 공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높은 천장고와 천창 때문에 건물이 확 트여 보였다. 건축가는 마치 건축물을 설계했다기보다는 조형물을 디자인한 것처럼 건물의 이곳저곳을 디자인해 놓았다.

내가 들어간 이곳은 2002년에 추가로 설립된 밀레니엄 윙(Millennium Wing)으로서 기존 건물에 추가로 더 지어진 건물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흐린 날씨가 많은 아일랜드의 날씨를 고려해 건물의 천장에 설계된 창문은 미술관 공간을 더 넓어 보이고 밝게 만들어 주었다. 기존의 클래식한 건물에 새로운 건물이 더해진 모습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조화롭게 연결시키려는 아일랜드 사람들의 '문화 계승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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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국립미술관 전시실 모습. ⓒ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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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국립미술관 기념품 코너. 미술관의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념품 코너가 크다. 아일랜드 작가를 비롯, 디자이너의 작품들을 구입할 수 있다. ⓒ 김현지


아일랜드 국립미술관(내셔널 갤러리)은 1854년에 설립되었고 대중에게는 1864년부터 공개됐다. 아일랜드 작가들을 포함,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을 비롯해 한 번 즈음은 들어봤을 유럽의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1~2점씩 전시되어 있다. 여타 유럽의 국립미술관과 비교하기에는 다소 소박한 미술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미술관이 참 마음에 든다. 미술관 로비로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시원함도 좋고 실내 공간 안에서 눈을 들어 하늘을 볼 수 있는 천창이 있는 것도 좋다. 미술관의 시작과 끝을 장식해주는 기념품 가게가 미술관의 규모에 비해 큰 것도 마음에 들고 높은 천장을 가진 갤러리 레스토랑의 모습도 사랑스럽다.

세 명의 화가를 주목하세요

1~2시간이면 충분히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아일랜드 국립미술관. 더블린 여행 중 문화생활이 고픈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장소이다. 아일랜드 국립미술관에서 눈여겨볼 만한 아일랜드 화가를 소개한다.

1. 잭 버틀러 예이츠(Jack B. Yeats)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민족주의 시인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 Yeats)의 동생이자 화가.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화가이다. 그들의 유년시절 고향이었던 슬라이고는 형에게도 시적인 영감을 준 곳이지만 동생의 작품 활동에도 큰 영향을 끼친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는 대부분의 작품을 슬라이고에서 그렸을 만큼 고향에 대한 애착이 강한 사람이었다.

초기에는 주로 신문과 책에 필요한 삽화를 그리다가 이후 아일랜드 독립투쟁의 시기를 거치면서 그만의 작품 스타일을 구축했다. 슬라이고를 배경으로 한 아일랜드 풍경, 동물들, 마을 사람들의 풍경 등 사실에 기반을 둔 작품을 많이 남겼지만, 작품의 느낌은 다소 상징주의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용하는 색채 역시 밝은 색채보다는 검은색이 들어간 짙은 색이 주를 이루는 작품이 많아 작품의 전체적인 느낌은 어두운 편이다. 잭 예이츠의 작품을 통해 20세기 초반의 아일랜드 슬라이고를 많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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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B. Yeats, Irish, 1871-1957 The Liffey Swim, 1923 Oil on canvas 61 x 91 cm ⓒ 아일랜드국립미술관


2. 윌리엄 존 리치(William John Leech)
더블린 태생의 화가로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풍경 화가 중 한 사람이다. 아일랜드의 RHA(Royal Hibernian Academy) 예술 학교에 다니기 전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예술학교에서도 미술 교육을 받았다. 그 후 파리로 건너가 후기 인상주의에 영향을 받은 작품을 많이 남겼다. 20세기 초반 영국의 해안가, 사람들, 전통 의상, 영국 주택가의 모습 등을 주로 그렸다.
후기 인상주의에 영향을 받아 빛과 색의 특성을 이용한 작품에 관심이 많았고 평평한 캔버스 위에 추상적인 요소를 가미하는 작품들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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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iam John Leech (1881-1968) A Convent Garden, Brittany, c. 1913 Oil on canvas, 132 x 106 cm ⓒ 아일랜드국립미술관


3. 월터 프레드릭 오스본(Walter Frederick Osborne)
19세기 후반의 아일랜드 인상주의 화가이다. 윌리엄 존 리치의 스승이기도 했던 오스본은 그 당시 힘들었던 아일랜드 시골 마을의 풍경을 자주 그렸다. 그가 자주 그렸던 여성, 어린이, 노인들은 매우 사실적이었으며, 표정에서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그가 주로 그린 풍경은 19세기 후반의 아일랜드 시골의 모습이었는데, 작품을 통해 당시 아일랜드의 어려운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다. 그 당시 이미 유명한 화가로 활동하고 있었지만, 일찍 죽은 여동생의 딸을 비롯해 부모님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기 때문에 작품 활동은 그에게 중요한 수입원이기도 했다. 오스본 역시 43세의 젊은 나이에 폐렴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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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ter Frederick Osborne, Irish, 1859-1903 In a Dublin Park, Light and Shade, c.1895 Oil on canvas 71 x 91 cm ⓒ 아일랜드국립미술관


덧붙이는 글 아일랜드 내셔널 갤러리 National Gallery of Ireland
Web: http://www.nationalgallery.ie/
Add: Merrion Square W, Dublin 2
Opening hours
Monday – Saturday 9:30 – 5:30 pm
Thursday 9:30 – 8:30 pm
Sunday 12:00 pm – 5:30 pm
Public Holidays: 10:00 – 5:30 pm
#아일랜드미술 #아일랜드국립미술관 #내셔널갤러리 #더블린 #아일랜드출신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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