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지 않아도 공부가 저절로 되는 곳

[아일랜드 여행 스케치 24] 아일랜드 국립도서관 가던 날

등록 2015.07.13 13:45수정 2015.07.1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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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랜드 국립도서관 입구
한 나라를 대표하는 도서관의 이미지와는 달리 외관은 상당히 소박한 느낌이었다.
아일랜드 국립도서관 입구 한 나라를 대표하는 도서관의 이미지와는 달리 외관은 상당히 소박한 느낌이었다.김현지

언제부턴가 새로운 도시를 여행할 때면 학교 도서관이나 그 도시의 도서관을 찾아가는 즐거움을 발견했다.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라기보단 도서관에 가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차분해지는 것을 느낀다.

고요한 가운데 학문을 탐구하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외면의 내가 아닌 내면의 나를 가꾸는 사람들의 모습은 국경을 불문하고 나에게 신선한 도전 의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교를 비롯해 도시건축물 중에서도 도서관은 다른 건물보다 더 신경을 쓰는 곳이기도 하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건물을 꼽을 때 사람들은 국립도서관을 떠올리기도 한다.

아일랜드 국립도서관((National Library of Ireland) 역시 그런 역할을 톡톡히 감당하고 있다. 이곳은 1890년에 설계된 이래 아일랜드에서 출판된 대부분의 문헌자료-신문, 사진, 지도, 드로잉, 소설 등-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국립도서관과 달리 이곳은 참고문헌 도서관이기 때문에 책을 빌릴 수는 없지만 유명한 아일랜드 작가들의 1판 책들을 볼 수 있고 그들이 공부했던 리딩룸(Reading Room)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

 아일랜드 국립도서관 로비의 모습
아일랜드 국립도서관 로비의 모습김현지

더블린 트리니티 대학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아일랜드 국립도서관은 돔 모양의 외관을 하고 있다. 다른 건물들과 마찬가지로 작은 현관문을 지나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면 건물의 천장, 벽, 바닥 등의 장식품을 통해 건물의 젊지 않은 나이를 가늠해볼 수 있다.

1층 중앙의 원형돔 공간은 커다란 로비 역할과 주변 건물을 연결해주는 통로의 역할만 하고 있다. 본격적인 도서관의 시작은 2층에서부터 시작된다. 2층의 리딩룸으로 들어가기 위해 중앙 로비에 앉아 있는 아저씨에게 말을 건냈다.

"리딩룸에 들어갈 수 있어요?
"가방이랑 소지품이랑 겉옷은 다 로커에 넣고 다시 오세요."


조금은 무뚝뚝하고 무표정해 보이는 아저씨는 최소한의 단어를 사용해 모든 의사전달을 하셨다. 국립도서관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불미스러운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 경비 아저씨의 지시대로 모든 소지품을 로커에 넣어 둔 채 리딩룸으로 향했다. 화려하게 깎인 계단의 조각들과 창문의 스테인드 글라스는 이층으로 올라가는 길을 더 엄숙하고 진지하게 만들어 준다.

 아일랜드 국립도서관 중앙돔의 모습
아일랜드 국립도서관 중앙돔의 모습김현지

짧은 계단을 지나 두 개의 작은 문을 통과하자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여 있는 돔 모양의 리딩룸이 나타났다. 빵모자를 쓴 듯 둥근 모양의 천장은 은은한 하늘색과 흰색 페인트가 적절히 조화되어 칠해져 있었다.


또한 은은한 인공조명과 창문 사이로 넘어 들어온 자연조명이 조화롭게 어울려 도서관 분위기를 한층 더 낭만적으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 은은한 조명 아래에는 100여 개가 채 안 되는 책상들이 있었고 그 곳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지식을 탐구하고 있었다.

이런 곳을 그냥 눈으로만 보고 갈 수는 없지.

 아일랜드 국립도서관 리딩룸
아일랜드 국립도서관 리딩룸김현지

다시 일층으로 내려와 가방 속에 있던 수첩과 펜을 들고 올라왔다. 공부하는 사람들이 잘 보이는 책상에 앉아 나도 뭐라도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공부하면 공부가 저절로 될 것만 같다. 천장을 한번 올려다보고 주변도 한번 둘러보면서 이런 멋진 곳에 내가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며 이유 없이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연하늘색의 높은 천장고를 보고 있자니 내 마음도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아일랜드 국립도서관 리딩룸
아일랜드 국립도서관 리딩룸김현지

국립도서관 치고는 작은 규모였지만 아일랜드의 웬만한 문헌자료들은 이곳에 보관되어 있다. 리딩룸 책꽂이에 꽂혀져 있는 책들은 모두 낡아 자칫 장식용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이 책 역시 아일랜드의 소중한 자산이다.

긴 식민지 시절을 거친 아일랜드 사람들에게 과거 그들의 고유 문화 유산을 찾고 보존하는 작업은 훨씬 중요한 국가적인 사업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번에는 좋아하는 책을 들고 와서 하루 종일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리라 다짐했다.
덧붙이는 글 아일랜드 국립도서관 홈페이지:
http://www.nli.ie/
#아일랜드 #더블린 #아일랜드국립도서관 #리딩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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