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궁전이라고 불리우는 하와 마할(Hawa Mahal). “하나, 둘, 셋...... 열... 스물...” 재미삼아 창문을 세어보려다 복잡하고 헷갈려 그만 포기!
정수지
암메르 포트(Amber Fort)를 가기 전 잠시 들린 하와 마할(Hawa Mahal). 바람의 궁전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셀 수 없는 창문이 벌집처럼 빼곡히 박혀져있는 파사드(건축물의 출입구가 있는 정면 혹은 건물 외관을 의미하는 말)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 모습은 마치 크라운 왕관의 가운데 형상같기도 했는데, 건물의 대칭 구조가 기이하면서 환상적인 느낌을 자아냈다.
"창문이 왜 저렇게 많은 줄 알아?" 수시의 말로는 외부출입이 자유롭지 못했던 왕실 여성들이 실내에서나마 바깥을 구경할 수 있도록 만든 세상과의 통로였다고 한다. 창문의 모양은 타일처럼 반복된 패턴으로 나뉘어진 틀로 중앙에 문을 여닫을 수 있는 작은 창문 하나가 더 붙어 있었다.
아래에 붙어있는 문을 여는 것인지, 아니면 틀 사이로 보는 것인지, 양쪽 다 시야의 폭은 상당히 좁을 듯했다. 안에서는 바깥을 볼 수 있었지만 바깥에서는 분명 건물 안 사정을 알 수 없었다.
층이 올라갈수록 점점 더 촘촘해졌던 창문 틀 간격에서 왠지 위층은 더 은밀한 공간처럼 느껴졌다.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지은 아름다운 무덤 타지마할이나 외출이 부자유한 여성들을 배려한 하와 마할같은 건축물을 마주하니 여성을 생각하는 인도 남성들의 마음이 남다르게 느껴진다.
구속과 소유욕이 전해지면서도 애틋한 마음과 사랑의 의미도 깃들여져 있는 듯했다. 환상적인 외관도 그렇지만 탄생하게 된 과정을 듣고 있자니 인도 건축물은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놀랍기만 하다.
"미안한데, 오늘 일정 다 맞추려면 시간이 없어. 서둘러야 해."올드시티를 벗어난 뒤 강길을 따라 보이는 언덕 위에는 근사한 성곽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자이푸르 시내에서 느껴졌던 컬러풀한 화사함과 달리 은은하고 고상한 기품이 느껴지는 성. 수시는 우리가 다녀올 때까지 주차장에서 기다리겠다며 조언을 덧붙였다.
이놈의 날씨... 강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