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여행에서 다친 무릎, 트레킹도 포기했다

무릎 통증에 진통제 처방 받으러 약국으로... 트레킹 지프에 오르지 못하다

등록 2016.01.26 17:03수정 2016.01.26 18:31
0
원고료로 응원
a

북인도 문시아리 ⓒ 송성영


눈을 뜨자마자 손전화기를 켰다. 오전 5시다. 아직 동이 터오르기에는 이른 시간이다. 압박 붕대에 감긴 무릎이 욱신거리고 온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겁다. 어제 8시간에 걸쳐 시골 버스와 지프차를 갈아타고 문시아리에 도착하자마자 머리맡에 펼쳐져 있는 히말라야 설산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언덕 위로 올라갔던 탓도 있었다.

잠시 붙였던 눈을 다시 떴다. 벽면이 빵 껍질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는 허름한 방안으로 흐릿한 빛이 감지된다. 8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잠시 눈을 붙였다고 생각했는데 3시간을 더 잔 것이다. 먼저 식사부터 해결해야 한다. 어제 바나나와 식빵 몇 개로 식사한 것이 전부다. 숙소 밖으로 나서는데 허리가 꺾일 정도로 허기가 몰려 왔다. 때마침 게스트 하우스 매니저가 숙소 앞에서 얼쩡거리고 있었다.


"숙소 근처에 모모나 자오민, 가격이 저렴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습니까?"
"우리 게스트하우스에서도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게스트 하우스 매니저가 내민 메뉴판은 영어와 힌디어로 되어 있다. 사진이 없어 도통 알 수 없는 음식들이다. 거기다가 가격도 만만치 않다. 가장 싼 음식이 200루피다. 50루피 정도로 한 끼를 때우는 내겐 무리다.

'다섯 형제의 봉우리' 빤짜줄리

a

만두 종류인 모모와 국수종류인 자오민을 먹을 수 있는 문시아리의 허름한 서민 식당. ⓒ 송성영


매니저가 알려준 식당은 코사니에서 즐겨 이용했던 노동자들 식당처럼 허름하다. 거기서 만두종류인 모모와 국수 종류인 자오민으로 허기를 채우고 좀 더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나섰지만 어젯밤 묵었던 반데 로디 게스트하우스 만한 곳이 없다. 최하 400루피다. 800루피 달라는 호텔도 있다. 다시 반데 로디 게스트하우스 돌아와 매니저와 흥정을 했다. 일주일 정도 머물 것인데 1000루피로 방을 쓰면 안 되겠냐 했더니 흔쾌히 받아 드린다.

하루에 200루피 달라는 방을 150루피 정도로 깍은 것이다. 뿌듯했다. 인도에 도착해 2개월 여 만에 히말라야 코앞에까지 홀로 기어들어와 엉터리 영어로 흥정까지 할 수 있었으니 장족의 발전을 한 것이다. 매니저 역시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사실 내가 묵고 있는 방은 아침나절에 잠깐 빛이 들어오는 창고나 다름없는 허름한 방이다. 창고에 침대 하나 달랑 놓여 있는 꼴이다. 오래 동안 비워져 있었는지 이불도 눅눅하다. 중국과 네팔 국경이 가까운 이곳 문시아리까지 와서 이런 값싼 방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었다. 어쩌면 게스트하우스에서 잔심부름을 하고 있는 종업원들이 사용했던 방이었는지도 모른다.

a

목초지에 풀어 놓은 말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문시아리 언덕에 오르면 병풍처럼 둘러서 있는 설산 풍경이 숨 막히게 펼쳐져 있다. ⓒ 송성영


내가 묵고 있는 방은 창고나 다름없었지만 주변에 펼쳐진 히말라야 풍경은 넋을 놓게 만들었다. 목초지에 풀어 놓은 말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문시아리 언덕에 오르면 병풍처럼 둘러서 있는 설산 풍경에 숨이 막힐 정도다.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풍경에 넋을 놓고 있는데 몇몇 소년들이 내게 다가와 묻는다.

"어디서 왔나요?"
"한국. 한국 알아?"
"모릅니다."
"저 산 이름이 뭐지?"
"빤짜줄리!"

언덕 바로 앞에 톱니바퀴처럼 펼쳐진 봉우리를 '빤짜줄리'라 부르고 있었다. 녀석들이 빤짜줄리에 대해 영어와 힌디어를 썩어가며 뭐라 장황하게 설명한다. 하지만 나는 녀석들의 말 중에 '다섯 형제의 봉우리'라는 것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나중에 자료를 통해 알게 된 것인데 빤짜줄리(panch chuli)는 산 둘레 112km, 평균 해발 고도 7000m의 난다데비 산군 중에 하나였다.

a

문시아리 언덕 위에서 만난 아이들. ⓒ 송성영


a

문시아리 언덕위에서 훤히 보이는 히말라야 설산 빤짜줄리. ⓒ 송성영


'빤짜'는 다섯이라는 뜻이고 '줄리'는 요리용 화덕이라 한다. 힌두교의 서사시 마하바라타 (mahabbarata)에 의하며 다섯 명의 판다가 형제들이 부족 싸움으로 가족과 왕국을 모두 잃고 승천하기 전 지상에서 마지막 식사를 나누었던 장소가 바로 이 빤짜줄리 5개봉이라는 것이다. 가장 높은 봉우리는 두 번째 봉우리로 해발 6904미터이고 가장 낮은 봉우리는 3봉으로 6312미터이다. 히말라야 봉우리들 중에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봉우리가 이루는 급경사로 인해 산악인들의 애를 먹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눈으로 보기만 해도 아찔한 저 날카로운 봉우리를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해맑은 웃음으로 반겨주는 소년들에게 다시 물었다.

"네팔은 어느 쪽이지?"
"저쪽요?"

문시아리 언덕 위에서 빤짜줄리를 중심으로 오른쪽 설산을 가르킨다. 그곳이 바로 네팔과의 국경을 사이에 두고 펼쳐져 있는 난다코트(Nanda Kot, 해발 6861m) 줄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빤짜줄리 왼쪽으로는 난다데비 주봉(Nanda Devi, 7817m)에서 뻗어 나온 설산이 보인다.

행복의 여신이라 불리우는 난다데비

a

네팔과의 국경을 사이에 두고 펼쳐져 있는 난다코트(Nanda Kot, 해발 6861m) 줄기. ⓒ 송성영


행복의 여신이라 불리우는 난다데비, 문시아리에 오기 전에 묵었던 코사니에서 멀리 펼쳐져 있던 그 난다데비 줄기가 눈앞에 훤히 보이고 그 뒤로 주봉이 있었다.

히말라야는 크게 6개의 지역으로 나뉘어 구분되는데, 그중 하나가 난다데비가 속해 있는 '가르왈 히말라야' (Garhwal Himalaya) 지역이다. 인도와 티베트의 국경지대에 위치한 난다데비는 동봉(7434m)과 서봉(7817m)으로 불리고 있으며 서봉은 인도 히말라야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산 둘레 112km, 평균 해발 고도 7000m의 난다데비는 그 자태의 아름다움과 장엄함으로 세계에서 손꼽는 산이다.

난다데비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져 오고 있다. 인도 고대왕국의 왕족 일행이 매년 이 산의 성소를 찾아 제사를 지냈다는데 눈사태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실제로 300여 구의 인골이 성소 부근에서 발견되기도 했다고 한다.

a

난다데비 주봉(7817m)이 저만치서 하얗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 송성영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의 일대기를 서술한 <히말라야가 처음 허락한 사람, 텐징 노르가이>(에드 더글러스 지음, 시공사 펴냄)에는 다음과 같이 난다데비에 얽힌 이야기가 나온다.

'1964년 10월 중국은 신장성의 롭 노르 핵 실험장에서 최초의 원폭 실험에 성공했다. 린든 존슨(Lyndon Johnson)은 소련 상공에 떠 있는 미국 보유의 인공위성 몇 기로 중국의 핵무기 계획을 감시하라고 명령했다. 그에 따라 CIA는 인도와 티베트 국경 산맥에 원자력 시설을 설치하여 롭 노르의 핵실험을 감시한다는 성공할 것 같지 않은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가장 높고, 중국에 접근하기에 정치적으로 가장 편리한 봉우리로 난다데비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1965년의 첫 원정에서 플루토늄 238을 채운 SNAP 원자력 발전기가 난다데비 정상 능선 600미터 아래에 놓였으나, 결국 1966년 거울에 눈사태로 매몰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그 발전기로 인해 수백만 명의 건강을 위협하게 되었다고 한다.

'... 뒤이은 원정들에서의 회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원자력 발전기는 그곳에 남아 점차 부식되면서 히말라야의 이 지역에서 발원하는 강의 하류에 사는 수백만 명의 건강을 위협하게 되었다. 1967년 두 번째 원정에서 도청 장치가 난다 코트 근처에 설치되어 눈과 얼음에 묻힐 때 까지 1년 이상 작동했다.'

히로시마 원폭, 체르노빌 핵발전소, 후쿠시마 핵발전소 등을 통해 보아왔듯이 핵에너지는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위험한 물질이다. 또한 지구촌 저편에서 굶주려 죽어가는 사람들이 즐비한데 한쪽에서는 그 위험천만한 핵에너지를 통해 좀 더 먹고 마시고 즐기는 소비문화를 누리고 있듯이 인류의 탐욕을 가장 크게 집약시켜 놓은 것이기도 하다. 이 탐욕스러운 에너지가 인류를 파멸로 몰아가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좀 더 많은 핵에너지를 생산해 내겠다고 난리다.

난다 데비는 인류의 종말에 얽힌 이야기 속에도 등장한다. 여타의 창조신화가 그렇듯이 인도의 창조신 마누는 상상을 초월하는 인물이다. 손을 하늘로 향하고 학처럼 한쪽 다리만으로 꼿꼿하게 서서 10만 년 동안 고행하고 거기다가 물구나무 자세로 100만 년 동안 고행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

"성자시여 나는 아주 작고 보잘 것 없는 물고기입니다. 큰 고기들이 무서우니 그들에게서 나를 지켜 주소서! 힘 있는 물고기다 힘없는 물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우리들 세계의 법칙이오니 이 무서움 속에서 날 구해 주소서 이 고통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날 지켜주신다면 반드시 그 은혜를 갚겠습니다."

자비심이 많은 마누는 물고기를 들어 올려 달처럼 새하얀 항아리에 넣어 자식처럼 물고기를 보살폈다. 물고기는 어느 사이에 항아리가 좁을 정도로 크게 자랐다. 마누는 큰 우물로 데려가 돌봐주었고 물고기는 우물이 비좁을 정도로 더 크게 자랐다.

물고기는 다시 마누에게 말했다.

"성자시여 나를 강가로 인도해 주소서 이곳에서 벗어나게 해 주소서."

물고기의 말에 마누는 강가에 놓아 주었지만 시간이 흐르자 강도 비좁았다. 물고기가 다시 말했다.

"성자시여 내 몸은 이제 너무나 크게 자라서 강가에서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나를 바다로 데려가 주소서."

마누는 그를 바다에 풀어주었고 바다에 나선 물고기가 말했다.

"성자시여 당신은 모든 면에서 나를 잘 보살펴 주셨습니다. 이제 제 말을 잘 들으십시오. 당신을 위해 말씀드립니다. 살아있거나 살아있지 않은 것들, 움직이거나 움직이지 않은 것들, 이 세상 모든 것들에 파멸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물고기는 마누에게 세상의 종말이 왔음을 이야기하며 피할 방도를 알려줬다.

"당신은 이제 크고 튼튼한 배를 만들어야 합니다. 배에 튼튼한 끈을 매어 일곱 성자와 함께 타십시오. 그 배에 예전에 제가 일러주었던 모든 씨를 넣고 종류에 따라 잘 보관 하십시오. 성자여 그 배에 오른 뒤에 나를 기다리면 됩니다. 저는 뿔 달린 모습으로 나타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한 말을 하나도 어김없이 다 시행하도록 하시고 제 말에 한 치라도 의혹을 갖지 마십시오."

마누는 물고기 말대로 실행했다.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간 마누 앞에 물고기가 나타났다. 마누는 물고기의 뿔에 닻줄을 걸고 물고기가 이끄는 대로 대지를 모두 삼켜버린 바다를 헤쳐 나갔다. 배를 집어 삼킬 듯한 거센 바람과 파도를 헤쳐 마누 일행은 히말라야의 한 봉우리에 줄을 잡아맬 수 있었다. 그곳이 바로 가르왈 히말라야에서 최고 높은 봉우리 난다데비라는 것이다.

인도의 신화 '마누의 대홍수'와 기독교의 구약 성서에서 나오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가 닮아 있다. 마누의 이야기가 먼저인지 노아의 방주가 먼저인지는 중요치 않다. 이 두 이야기에서 우리가 귀 담아 들어야 할 것은 세상의 종말에서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사랑과 자비에 있다는 것이다.

생명수를 흘려보내 삼라만상을 풍요롭게 해주는 난다데비는 히말라야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사랑과 자비의 신이다. 난다데비의 사랑과 자비는 비옥한 땅을 적시는 생명수와 같은 것이다. 하여 정복할 대상이 아니라 받들어 모시는 대상인 것이다.

난다데비를 닮은 사람들의 미소

a

히말라야 설산이 펼쳐져 있는 문시아리 언덕 위로 산책 나온 가족. ⓒ 송성영


난다데비는 단순한 신앙의 대상이 아니다. 어떤 신성한 대상을 숭배하는 것은 그 대상을 닮겠다는 것이다. 생명수를 내주는 난다데비를 숭배하며 마음에 새기다 보면 저절로 그 신성이 마음속에 깃들게 될 것이고 또한 난다데비가 그러하듯 누군가에게 사랑과 자비를 베풀게 될 것이다.

문시아리 언덕 위에서 만난 소년들이며 난다데비를 향해 묵상에 잠겨 있거나 가족들과 함께 산책에 나선 사람들이 낯선 이방인인 내게 보내는 미소가 해맑은 것은 행복의 여신, 저 히말라야 난다데비를 닮은 까닭이 아닐까 싶었다.

사위가 어둑해질 무렵 숙소로 돌아와 보니 내 옆방에 외국인 청년이 입실해 있었다. 나처럼 홀로 인도 배낭여행을 왔다는 그는 벨지움 사람이라고 한다. 나는 그가 '벨지움'이라고 할 때, '벨지움'이 '벨기에'라는 것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는 문시아리에서 이틀에 걸쳐 처음 만난 외국인 배낭객이었다. 길이 멀고 험한 까닭에 문시아리는 외국인 배낭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그는 내가 한국 사람이라고 했더니 '안녕'이라는 말을 불쑥 꺼낸다. 그는 문시아리에 오기 전에 외국인 여행자들의 거리, 델리 빠하르간지에서 한국인 여성을 만나 며칠 동행했었다고 한다. 의과대학생이라는 그는 내일 아침 일찍 난다데비 트레킹을 떠난다며 현지 가이드를 찾고 있었다.

"목적지가 있습니까?"
"아니요. 그냥 발 길 닿는대로......"
"그럼 나하고 함께 트래킹 하실래요? 함께 가면 여행경비도 줄일 수 있을 텐데요."
"무릎을 다쳐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의과대학생이라고 했죠? 내 무릎 상태를 볼 수 있나요?"

그는 둘둘 말려 있는 압박붕대를 풀어 무릎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빙그레 웃는다.

"엠 알 아이를 찍어보지 않아도 될까요?"
"그건 한국에 가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그의 말을 직역하자면 이랬다.

"당신의 몸에서 나오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그 소리를 따라 움직이세요."

몸이, 다리가 원하는대로 하라는 것이었다. 다리가 아프다고 하면 멈추고 괜찮다고 하면 걸으라는 것이었다.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마음이 가는대로 가라는 것이었다. 마음이 가는대로 가다보면 몸도 따라 가게 될 것이라는 말이었다. 멋진 말이었다.

"예, 좋은 말입니다. 당신 말이 맞습니다."

멋진 말이라고 맞장구를 쳤지만 사실 나는 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를 전적으로 믿고 있지 않았다. 그 마음의 소리를 의심하고 있었다. 내 안 깊숙이에 자리 잡고 있는 분노심만 사라진다면 무릎이 잘못돼도 상관없다 여기고 있으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무릎이 절단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서양 의학을 하는 젊은 청년의 입에서 그런 동양 의학적인 처방을 듣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나는 그와 함께 무리를 해서라도 히말라야 난다데비 트레킹에 동참하고 싶었다. 나의 영어가 짧아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없지만 그와 많은 것들을 말없이 소통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a

문시아리 왼편 가운데에 높이 솟은 설산을 이곳 사람들은 시바산으로 부르고 있다. 그 아래로 고리강가강의 원류가 흐르고 있다. ⓒ 송성영


그날 밤 나는 인터넷을 통해 난다데비 베이스 캠프 트레킹에 관련된 자료들을 검색했다. 난다데비는 주변의 동식물과 자연 환경 보호를 위해 오랫동안 봉쇄되었다가 최근에 다시 개방되었다고 한다. 난다데비로 향하는 길은 빤짜줄리를 오른쪽에 두고 서쪽에서 북쪽으로 뻗어가는 고리강가(Goriganga)강을 따라 오르게 된다.

고리강가는 인도와 네팔 서북부 사이로 흐르는 사르다(sarda)강의 원류이기도 하다. 난다데비 베이스 캠프 트레킹 코스는 인도-티베트의 옛 교역로였던 자우하르(Jauhar) 계곡을 가로지른다. 자우하르는 티베트 문화의 흔적이 풍부한, 상업의 요충지였다고 한다. 나는 그 오래된 티베트를 접하고 싶었다.

하지만 다음날 이른 아침, 난다데비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향한 지프차는 벨기에 청년 혼자서 탔다. 나는 트레킹은 고사하고 무릎 통증으로 잠시 끊었던 진통제 처방을 받기 위해 절룩거리며 약국을 찾아가야 했다. 약국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내 안의 소리가 들려왔다.

"무모한 용기가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덧붙이는 글 대홍수와 마누에 얽힌 신화는 그대로 옯긴 것이 아니라 내용을 요약했습니다.
#북인도 문시아리 #히말라야 난다데비 #빤짜줄리 #벨기에 의대생 #몸의 소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을 살리고 사람을 살릴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적게 벌어 적게 먹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평생 화두로 삼고 있음. 수필집 '거봐,비우니까 채워지잖아' '촌놈, 쉼표를 찍다' '모두가 기적 같은 일' 인도여행기 '끈 풀린 개처럼 혼자서 가라' '여행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제발 하지 마시라...1년 반 만에 1억을 날렸다
  2. 2 대통령 온다고 수억 쏟아붓고 다시 뜯어낸 바닥, 이게 관행?
  3. 3 시화호에 등장한 '이것', 자전거 라이더가 극찬을 보냈다
  4. 4 '한국판 워터게이트'... 윤 대통령 결단 못하면 끝이다
  5. 5 "쓰러져도 괜찮으니..." 얼차려 도중 군인이 죽는 진짜 이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