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여성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리뷰] 크리스틴 한나 <나이팅게일>

등록 2016.02.23 08:09수정 2016.02.23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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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나이팅게일> 겉표지

<나이팅게일> 겉표지 ⓒ 인빅투스

"엄마는 전쟁에서 뭘 하셨어요?"
"난 살아남았지."

전쟁은 모든 것을 바꾸어놓는다. 많은 것을 파괴하고 사람들의 삶을 망가뜨린다. 젊은 남자들은 징집되서 전선으로 떠나고, 남편을 전장으로 보낸 여인들은 하루하루 가슴 조이면서 살아가야 한다.


이건 일반적인 전쟁이 터졌을 때의 이야기고, 전쟁에 패해서 점령군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들어오게 된다면 사정은 또 달라진다.

전쟁 때문에 모든 물자가 부족해 졌기에 점령군들은 지역을 통제하려고 한다. 현지 주민들에게 식량 배급표를 나누어주고 부족한 물자를 채우기 위해서 현지인들의 집에 있는 온갖 물건들을 징발해간다.

반항하다가는 총살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러니 크리스틴 한나의 2015년 작품 <나이팅게일>에 나오는 위의 대화처럼 어쩌면 전쟁에서는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될 수도 있겠다.

나치군이 점령한 프랑스의 도시

2차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프랑스가 그런 모습이었다. 나치 독일의 군대는 프랑스를 점령했고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한다. 프랑스 주민들은 얼마 되지 않는 딱딱한 빵과 치즈 등을 받기 위해서 배급소 앞에 줄을 서야 했다. 반면 독일 군인들은 멋대로 프랑스 주민들의 집에 들어가서 각종 귀중품과 생필품 등을 가져갔다.


동시에 프랑스 내에서 '레지스탕스'라고 불렸던, 나치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목숨을 내걸고 반나치 지하 활동을 했다. 이런 활동을 하다가 발각되면 남자는 사형 당하고 여자는 어디론가 끌려갔다.

크리스틴 한나는 <나이팅게일>에서 이 시기 프랑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독일에 점령당한 1940년대 초반의 프랑스가 무대다. 주인공은 자매 사이인 비안느 로시뇰과 이사벨 로시뇰이다. 로시뇰(Rossignol)이란 단어는 나이팅게일(유럽산의 작은 지빠귀 새)을 의미한다고 한다.


비안느는 결혼해서 딸이 하나 있지만 남편은 징집당해서 전장으로 떠나게 된다. 이사벨은 아직 미혼이다. 전쟁이 터지고 독일군이 도시로 들어오자 이 두 명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비안느는 어떻게든 가정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돌아올 남편을 기다리며 딸을 돌보는 데 최선을 다한다.

반면에 이사벨은 적극적으로 독일군에 저항하기 위해 지하 활동에 뛰어든다. 전단지를 돌리고 각종 연락책 역할을 하면서 아슬아슬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가정을 지키든 저항을 하든 이들은 '살아남아야 한다'라는 일종의 의무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던 곳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

가족을 지키며 나치군에 저항하는 두 여인

크리스틴 한나는 <나이팅게일>의 이야기가 자신에게는 일종의 운명이었다고 한다. 2차대전의 자료를 찾아보던 중에, 나치 점령하의 프랑스에서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불굴의 용기를 가지고 레지스탕스 활동을 했던 한 여성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이사벨의 실제 모델이었던 인물이다. 그러니 이 작품은 어찌보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셈이다.

작가는 이런 영웅적인 여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동시에 작가는 자신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그 당시에 살았더라면 자신은 과연 위험을 감수할 수 있었을까.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과 자식들의 목숨을 걸고 활동할 수 있었을까. 이 질문이 바로 작품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작품을 읽다보면 전쟁 중 파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웅장한 루브르와 튈트리 정원. 그곳에는 곳곳에 나치 깃발이 펄럭이고 벤치에는 나치 군인들이 앉아있다. 루브르가 한때 왕들의 궁전이었다는 것이 상상되지 않는 풍경이다.

성장기의 아이들은 비쩍 마르고 영양 부족으로 청소년기의 징후를 보이지 않는다. 나치군은 주택과 도로의 경계인 돌담도 모조리 부숴버렸다. 그렇게 해야 감시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나이팅게일'에는 '상실'이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한다. 전쟁은 많은 것들을 상실하게 만든다.
덧붙이는 글 <나이팅게일> 크리스틴 한나 지음 / 공경희 옮김. 인빅투스 펴냄.

나이팅게일

크리스틴 한나 지음, 공경희 옮김,
인빅투스, 2016


#나이팅게일 #크리스틴 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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