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열차로 1시간 거리, 하루 종일 기차 타고 갑니다

일본철도의 매력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의 추억 찾기 놀이"라고 답합니다. 그 정도로 일본에는 수많은 종류의 열차들과 에끼벤(열차도시락)들이 있습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라기 보다는 관광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한 철도 강국 일본의 철도여행.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서 앞으로 다양한 철도여행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 기자 말

▲ 오스미요코가와역 카레이가와역과 함께 100년 전통의 오스미요코가와역 ⓒ 서규호

히사츠센은 지난번에 소개해 드린 이사부로*신페이열차를 비롯해 많은 관광열차들이 달리는 아름다운 열차 노선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열차는 요시마츠역(吉松駅)에서 출발해 68.5Km를 달려 가고시마추오역(鹿児島中央駅)에 이르는 구간을 운행하는 하야토노카제(はやとの風)입니다. 2004년부터 운행하니 올해로 12년째 운행을 하고 있습니다.

히사츠센의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는 관광열차로 전원적인 농가 풍경과 긴코만(錦江湾)의 사쿠라지마(櫻島)를 열차 안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규슈산칸센(九州新幹線) 개통으로 구마모토에서 가고시마추오까지 1시간이면 이동 가능하지만 이 관광열차들을 타고 히사츠센으로 이동하면 하루가 꼬박 걸립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초 단위 세상에서 천천히 달리는 관광열차를 타면서 느릿느릿 시간여행을 떠나게 되는 거죠.

요시마츠역에서 출발하는 하야토노카제는 지난번에 이사부로*신페이열차를 타신 분이라면 요시마츠역에서 바로 환승해 탑승이 가능합니다. 검은색의 강렬한 외관의 관광열차는 11시 25분에 출발 합니다. 11시 20분에 이사부로*신페이호가 도착하니 5분 만에 빠르게 환승 합니다.

▲ 하야토노카제호 외부 검은색 모양의 하야토노카제호를 배경으로 사진찍는 엄마 ⓒ 서규호

검은색 관광 열차는 기간에 따라 3량 또는 2량으로 운행합니다. 역시나 내부에는 규슈의 관광 열차에서 느낄 수 있는 고풍스러운 모습을 자랑합니다. 원목의 바닥 장식재와 대형차창은 전면이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자유롭게 앉아 전망을 즐길 수 있습니다.

11시 41분경 오스미요코가와역(大隅横川駅)에 도착합니다. 정차 시간이 4분인데 이유가 있습니다. 히사츠센에서 가장 오래된 역 중에 하나이고 그 당시의 역사(駅舎)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2차 대전 당시의 총알 자국도 그대로 남아 있어 '국가등록 유형문화재'로 등록되어 보존되고 있습니다. 목조로 만들어 오래된 시골역의 향기가 느껴지네요. 하루 이용객이 100여 명에 불과하지만 역사가 있는 역이라 잠시 시간을 주어 포토타임을 갖게 합니다. 2003년 기준으로 100년이 된 역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니 대단하네요.

▲ 하야토노카제호의 내부 모습 전망스페이스의 하야토노카제호의 모습입니다. ⓒ 서규호

다시 하야토노카제를 탑승하니 배꼽 시계가 울립니다. 에키벤(열차도시락) 소개 하나 해드릴게요. 바로 '햐쿠넨노타비모노가타리카레이가와(百年の旅物語かれい川)'라는 에키벤입니다. 일본 내 에키벤 경연대회에서도 항상 상위권을 위치하며 남규슈 가고시마의 맛을 널리 알리고 있죠. 1080엔이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드는 정말 명품의 에키벤이 아닐 수 없네요.

대나무 수제로 만든 도시락통과 밥은 죽순과 표고버섯으로 지어 그 맛을 더했고, 고로케와 가고시마산 붉은 고구마튀김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정말 강력 추천이니 꼭 드셔 보시기 바랍니다. 주말에 카레이가와역(嘉例川駅)에서 판매를 하고 주중에는 사전 주문을 해야 드실 수 있습니다.

▲ 카레이가와역 히사츠센의 전통이 살아 숨쉬는 카레이가와역 ⓒ 서규호

열차는 드디어 카레이가와역에 도착합니다. 카라에가와역은 오스미요코가와역과 함께 1903년에 만들어진 역으로 히사츠센의 고풍스런 역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역도 '국가등록 유형문화재'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이 역에서도 5분간 정차합니다. 여기 저기서 기념 승차 사진을 찍는데 같이 동승한 여승무원도 연신 셔터를 눌러 주느라 5분이란 시간이 훌쩍 가 버립니다.

다시 열차는 카레이가와역을 천천히 출발 합니다. 에키벤도 먹었으니 맥주 한 잔 해보시죠! 발포주사쯔마골드(発泡酒サツマゴールド)는 이 지역에서만 드실 수 있는 지 비루(地ビル)입니다. 이 지역의 옛 지명이 바로 사쯔마 지방이라 그 이름을 따서 만든 맥주입니다.

이제 열차는 서서히 내륙을 빠져 나와 푸른 바다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바로 긴코만(錦江湾)으로 그 유명한 사쿠라지마가 보입니다. 사쿠라지마는 가끔씩 폭발하는 활화산으로 항상 산 정상에는 하얀 연기기 피어 오릅니다. 이런 바다의 풍광을 보고 싶으시면 A석을 예약하면 좋습니다.

하지만 열차 여행 중에 거의 자리에 앉지 않고 가기 때문에 A석 자리가 만석이라도 실망하지 마세요. 열차 안에서 기념 스탬프를 찍으면서 즐거운 추억을 남길 때 쯤 가고시마추오역에 도착합니다. 열차가 가고시마추오역에 도착하면 승차 기념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분주해 집니다. 아이에게 즐거운 추억을 하나 남겨 주러 남규슈로 떠나 보아요.

운행안내
요시마츠역 출발 11:25-->12:51 가고시마추오역 도착 하야토노카제 1호
요시마츠역 출발 15:01-->16:44 가고시마추오역 도착 하야토노카제 3호

가고시마추오역 출발 09:26-->11:11 요시마츠역 도착 하야토노카제 2호
가고시마추오역 출발 13:23-->14:54 요시마츠역 도착 하야토노카제 4호
1일 2왕복 매일 운행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