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안이 온통 삼나무, 예약은 필수랍니다

[서규호의 낭만 일본기차여행 ⑭] 미야자키 특산 오비삼나무 향기 가득한 우미사치야마사치호

등록 2016.05.16 14:26수정 2016.05.2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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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철도의 매력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의 추억 찾기 놀이"라고 답합니다. 그 정도로 일본에는 수많은 종류의 열차들과 에끼벤(열차도시락)들이 있습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라기 보다는 관광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한 철도 강국 일본의 철도여행.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서 앞으로 다양한 철도여행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 기자 말

남 규슈의 또 하나의 관광열차인 우미사치야마사치호는 남국(南國)을 달리는 특별한 전설이 가득한 관광열차입니다.


미야자키(宮崎)역에서 난고(南郷)역까지 이어지는 니치난센(日南線)을 운행합니다. 일본의 '히무카 신화'의 주인공인 야마사치히코(山幸彦)와 우미사치히코(海幸彦)의 이름에서 유래된 열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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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사치우미사치호 창문 창문에 있는 바다(우미)표시 ⓒ 서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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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에 표시된 야마(山)표시 창문에서 바라면 야마사치표시 인 山 ⓒ 서규호


미야자키역에 출발 준비 중인 우미사치야마사치호는 외관부터가 남다릅니다. 바로 이곳의 특산 나무인 오비삼나무로 만든 측면이 특별한 느낌을 자아 냅니다. 열차 외관을 나무로 만들다니... 디자인이 정말 남달랐습니다. 알아보니 이 열차를 디자인한 분은 미토오카 에이지(水戸岡鋭治)라는 분으로 그 유명한 규슈의 환상침대 특급 나나츠보시(ななつ星)를 디자인한 분입니다.

또한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유후인노모리(ゆふいんの森)도 이 분이 디자인을 했습니다. 특급 디자이너가 디자인 한 열차라고 하니 열차 여행이 더더욱 즐거워집니다. 그래서 일본 내에서도 접근하기 어려운 미야자키의 관광열차지만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좌석을 구하기가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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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미사치야마사치호 외관 오비삼나무로 만들어진 나무외관 ⓒ 서규호


10시 8분 정각 미야자키역 천천히 출발합니다. 2량의 열차로 정원이 51명인 아담한 열차는 내부가 삼나무 천지입니다. 바닥부터 내부 인테리어 자체가 거의 삼나무로 만들어졌습니다. 삼나무의 향기가 콧속 깊이 전해져 와 힐링을 하게 됩니다. 또 우미사치, 야마사치에 관한 전설이 벽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열차를 둘러보면 사방에 한자 '山'과 '海'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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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미사치야마사치호 내부 야마사치우미사치호 탑승시 기념모자와 승차기념판 ⓒ 서규호


객차와 객차 사이를 지날 때는 노렌(暖簾)이라 하는 발이 통로에 쳐져 있습니다. 이 또한 색다른 느낌이겠죠. 니치난해안으로 열차는 달립니다. 진행방향 왼쪽으로 푸른 니치난 해안을 보다 보면 이상한 빨래판 같은 바위가 늘어 서 보입니다.


바로 도깨비빨래판 해안입니다. 신생대 지형이 융기되어 바다 깊은 곳을 밀어 올리고 깎아내리고 하는 과정에서 모래가 굳어 생긴 지형입니다. 그 모습이 마치 빨래판과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대자연의 신기함을 느낄 수 있죠.

열차는 아오시마(青島)역에 잠시 정차 합니다. 직접 내려서 아오시마 산책을 하며 바로 앞에서 도깨비 빨래판도 볼 수 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꼭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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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빨래판 자연이 만들어 낸 예술작품 도깨비빨래판 ⓒ 서규호


니치난(日南)이란 지역 명에서 알 수 있듯이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열차는 남쪽으로 달립니다. 삼나무 판을 붙인 외관은 마치 장난감 열차를 만나는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습니다. 1호 차 서비스카운터에는 미야자키산 망고를 주재료로 만든 하치미츠망고드링크(はちみつマンゴードリンク, 170엔)를 판매 하니 꼭 드셔보시기 바립니다.

열차는 이비이(伊比井)역을 지나면서 규슈 재래선 중 가장 긴 터널을 만납니다. 무려 3660m이니 3km가 넘는 터널이죠. 터널을 지나면 열차 내부에서 승무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바로 어린이를 위한 우미사치 야마사치 전설을 동화구연으로 직접 읽어주는 이벤트의 진행을 위해서죠.

일반 관광열차보다 조금은 긴 1시간 35분의 열차 여행이 지루하지 않게 전설을 읽어 줍니다. 긴 여행이 약간 지루해지기 전에 전설을 읽어주니 열차의 이름도 다시 한번 알게 되는 좋은 시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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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역에 잠시 정차중인 우미사치야마사치 언제나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은 우미사치야마사치호 ⓒ 서규호


11시 5분 오비(飫肥)역에 열차가 도착 합니다. 11분간의 정차 시간을 주는데 이곳 마을 사람들이 나와서 오비지역의 특산품도 팔고 전통 축제복장을 입은 두 아저씨가 기념사진을 함께 찍어 줍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무척이나 즐거워 하죠. 이런 작은 이벤트들이 모여서 관광열차가 되나 봅니다. 열차가 아부라츠역(油津駅)을 지나면 다시 한번 해안을 만나게 됩니다. 열차가 천천히 진행하면서 방송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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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쓰이와 해변을 따라 가다 보며 만나는 7개의 바위. 나나쓰이와 ⓒ 서규호


7개의 바위로 된 나나쓰이와(七ツ岩)를 찍으라는 방송이죠. 바로 포토 타임이죠. 언제나 관광열차는 대표적인 관광 스폿이 나오면 열차를 천천히 달리게 하죠. 작은 배려입니다. 운행이 목적이 아닌 관광이 목적인 열차이니 더욱더 그렇죠. 연신 왼쪽으로 펼쳐지는 절경을 보고 있노라면 다리를 지나게 되는 우미사치야마사치호의 대표적인 외관사진이 이 다리 위를 지나는 모습입니다. JR규슈 공식 홈페이지 메인 사진도 바로 여기 사진입니다. 

종착역인 난고(南郷)역에 11시 42분 도착 하면서 열차 여행은 마무리 됩니다. 내리기 전에 추억록에 글을 남기고 기념 스탬프를 받는 것도 잊지 마세요. 난고역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작은 역이고 역 근처에 아무것도 없어 좀 황당했지만 이런 것도 여행의 낭만이 아닐까 생각 되네요. 다행히 역 앞에 관광버스 히나메구리(ひなめぐり)호가 손님들을 기다립니다.

올 봄 남 규슈의 전설이 가득한 관광열차를 타러 미야자키로 떠나 보아요.

운행일 매주 주말
미야자키역 10:08→난고역 11:42
난고역 15:35→미야자키역 17:15
http://www.jrkyushu.co.jp/trains/umisachiyamasachi/
#미야자키관광열차 #우미사치야마사치호 #아오시마 #도깨비빨래판 #미야자키관광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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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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