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순혜 교수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참석자들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그렇게 시작한 벽화 작업인데 설상가상 주민들까지 우호적이지 않았다. 재개발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주민들은 마을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벽화를 싫어했다. 문화재보호법으로 재개발을 못하고 재산상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주민들에게 벽화는 그저 눈엣가시였다.
유 교수는 속칭 잘 나가는 작가였다. 방송국에서 최고 대우를 받으며 20년가량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해 왔다. 출판계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그녀가 참여한 책이 프랑스 유명 출판사와 출간 계약도 맺을 정도로 인정을 받았다. 그런 그녀에게, 환영도 받지 못한 채 뙤약볕에서 땀을 흘리며 벽화를 그리는 것은, 무의미하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조금씩 변화가 느껴졌다.
"7~8개월 후 주민들 마음이 열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인사를 받아 주는 어르신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수고한다고 노란색 양은 주전자에 믹스커피 20봉지를 타 주시는 할머니도 계셨어요. 저는 믹스커피를 마시지 않거든요. 1년이 지나니 이곳저곳에서 지붕 고치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이렇게 벽화를 그리는 걸 보니 이 마을은 진짜 재개발 안 하는구나 싶어, 스스로 지붕을 고치는 집이 10곳은 됐어요. 3년이 지나고 나서 주민센터와 경찰서에 확인해 보니, 쓰레기 무단투기와 범죄율까지 줄어들었더라구요."매일 흘린 땀방울이 결실을 맺었다. 서로의 마음이 통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주민들 마음이 열리는 걸 느꼈고, 사람의 변화를 발견했다. 그녀도 신기했다. 그저 벽화 하나 그렸을 뿐인데, 사람에서 출발해 마을 전체가 변해 가는 모습을 본 것이다. 결국 마을의 역사는 돈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