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시내 전경저멀리 산티아고 성당 종탑이 보인다
정효정
산티아고에 남은 사람들은 알베르게의 공동 부엌에서 하루 종일 머물렀다. 요리를 하고 인터넷으로 영화를 보며, 단 1km도 걷지 않고 배짱이 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던 중 릴리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레온에서 헤어진 후 첫 메시지였다.
그녀는 레온에서 기차를 타고 사리아로 가 산티아고까지 홀로 걸었다고 한다. 하지만 산티아고에 도착해서도 그녀의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엔 바르셀로나에 있는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에서 오랜 시간 기도했다고 한다. 그녀 표현대로라면 거의 빌다시피 울면서.
그럼에도 신은 그녀에게 어떤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결국 남자친구의 청혼에 답을 내리지 못한 채로 릴리는 미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남자친구와 그의 아들이 마중나와 있었다고 했다. 기뻐하는 이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녀는 답을 찾았다고 한다. 이미 이들을 떠나선 존재할 수 없다고. 그렇게 그녀는 청혼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이야기로 긴 메시지는 끝을 맺었다.
공동 부엌에 있는 다른 친구들도 이 메시지를 보면 분명 반가워할 터였다. 나는 급히 계단을 뛰어 내려가다 4층과 3층 사이에 멈춰 서서 잠시 울었다.
길을 걸으며 생각에 빠져있던 그녀의 옆얼굴이 생각나서였다. 그렇게 답을 찾지 못할까 두려웠지만 릴리는 자신만의 순례를 계속했고, 결국 심장이 뛰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결심했다.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헤맸지만 그 파랑새는 결국 집에 있었다는 치르치르와 미치르의 이야기처럼 릴리는 긴 순례를 하고 집에 도착한 순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내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지만 누군가가 미래를 향해 한 발짝 발을 떼는 것을 보며 산티아고 순례가 끝났다. 하지만 아직 내겐 남은 이야기가 있다. 스페인 친구 라이언에 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