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미천은 남한강에서 퍼낸 모래로 인해 '배고픈 강'이 되었지만, 남한강 주변에는 팔리지 않은 준설토가 산처럼 쌓여있다. 합수부에서 50여m 떨어진 골재 적치장으로 올라갔다. 높이만도 30m다. 골재가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덮어놓은 녹색 그물망은 군데군데 찢겨있었다. 그 틈에서 잡초가 자라고, 심지어 아카시 나무도 훌쩍 커 있었다. 그 위에 올라간 신재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2016년 12월 말까지 남한강의 준설토는 35% 팔려나갔다고 합니다. 아직 65%가 남아있어요. 상황이 여의치 않자 여주시청은 준설토 적치장의 임대기간을 20년 연장했습니다. 그런데 이 땅의 임대 단가는 평당 6천 원입니다. 이곳 농지의 평당 임대 단가는 보통 1500원정도 하는데, 3~4배나 됩니다. 원래 이곳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은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이 돈도 다 국민 세금으로 나갑니다."
여주시에서 지난 6년간 지출한 골재적치장의 농지 임대료는 300억 원이다. 지난 1일 4대강 6개 수문 개방 조치에서 남한강의 이포보, 여주보, 강천보 등 3개 보는 제외됐다. 5년에 준설했던 곳은 다시 퇴적되고 있고, 준설토는 강 주변에 널브러져 있다. 남한강에 토사를 내어준 지천의 물을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국민 세금은 계속 강 주변 보강 공사에 쏟아붓고 있다. 수문개방 3일째 되는 날, 4대강 독립군은 남한강을 취재한다.
[1신 : 3일 오전 0시 38분]
"낙동강에 똥물? 수질개선 대책, 황당하다"
"저 똥물로 낙동강 수질을 개선시키겠다고?"
오마이뉴스 4대강독립군이 만난 내성천보존회 송분선 회장은 분통을 터트렸다. 이명박 4대강 사업의 마지막 공사였던 영주댐 앞에서다. 작년 10월에 1조1천억 원의 공사비를 들여 준공한 이 댐은 경북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에 있다. 내성천 중류에 있는 댐으로 낙동강 수질이 악화되거나 용수가 부족할 때 물을 흘려보낼 목적으로 만들었다. 맑은 물 공급용이다.
하지만 이 물부터 썩었다. 2일 찾아간 영주댐에 갇힌 물이 녹색 빛이다. 얕은 물속의 바닥에 연둣빛 녹조 알갱이들이 군데군데 모여 있는 것을 육안으로 볼 수 있었다. 낙동강보다 먼저 녹조가 시작됐는데, 낙동강을 맑게 하겠다는 목적 자체가 맞지 않다. 더러운 물에 더러운 물을 보태 물을 정화할 순 없다. 이미 8개 댐으로 물을 가둔 낙동강에는 많은 물이 아니라 맑은 물이 필요하다.
"저기 보이죠. 물속에 떠있는 거. 20여 개나 됩니다. 기포를 뿜어서 녹조 물을 맑게 하겠다는 폭기조입니다. 국민 세금을 들여 모래톱이 형성된 1급수 물을 가둬놓은 뒤 똥물로 만들고 또 국민 세금으로 기계를 설치해 녹조를 해소하겠답니다. 자기 주머니에서 돈이 나간다면 이렇게 할까요?"
송 회장은 혀를 내둘렀다. 그는 이어 "내성천은 낙동강에 맑은 물과 고운 모래 50%를 공급하는 천혜의 자연인데 영주댐을 지으면서 낙동강뿐만 아니라 내성천까지 망가지고 있다"면서 "1조1천억 원의 영주댐 공사비를 아까워할 게 아니라 그보다 몇 백배, 몇 천배 가치가 있는 내성천이 죽어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내성천은 영주댐이 지어지고 난 뒤부터 눈에 띄게 죽어가고 있다. 영주댐에서 나온 녹조 찌꺼기들이 내성천으로 흘러들어 수질을 악화시키고 있다. 영주댐에 가로막혀 모래가 사라지고 있다. 모래 위에 풀이 자라면서 습지화가 진행되고 있다. 모래가 딱딱해지는 장갑화 현상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이날 송 회장을 만난 4대강 독립군 정수근 기자(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는 "댐을 빠른 시일 내에 철거하지 못한다면 우선 물과 모래가 흐를 수 있도록 배사문과 배수터널, 막았던 배수구를 뚫어야 한다"면서 "그렇게라도 인공호흡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4대강 6개보 수문 개방을 맞아 정 기자가 찾아간 낙동강 마지막 구간은 경북 예천군 풍양면에 있는 삼강주막 전망대다.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이 만나는 합수부인데 낙동강은 이곳에서부터 큰 물줄기를 이뤄 흘러가기 시작한다.
특히 절벽 아래 펼쳐진 모래톱이 절경이다. 강물은 원을 그리며 휘돌아가고, 그 안쪽에 거대한 백사장을 만들었다. 그 모래톱은 낙조를 받아서 붉게 반짝였다. 경관미가 빼어난 낙동강 제 1경인 경천대와 비견될만한 풍경이다.
잠깐 감흥에 젖어 낙조를 바라보던 정 기자는 이곳에서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제안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낙동강에서 마지막 남은 모래톱을 물들이는 낙조를 감상하실 수 있다.
(정수근 기자의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 링크)
정 기자는 "이곳은 아직 물이 1급수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상류에 있는 영주댐이 모래를 공급하지 않고, 하류 20km 지점에는 썩은 물을 가둬둔 상주보가 있다"면서 "4대강 사업 때 만든 낙동강 8개 보를 모두 상시 개방해서 이곳을 낙동강 재자연화의 전범을 삼아 죽어가는 강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은 4대강 6개 보의 수문 개방을 전후해 2박3일간 금강과 낙동강을 돌면서 페이스북과 기사를 통해 실시간으로 강의 모습을 조명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적게는 20cm에서부터 많게는 1.25m의 수위만 낮춘 국토부와 환경부의 수위조절 대책으로는 수질 개선 효과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또 4대강 수문개방을 통한 재자연화와 감사를 통해 적폐 청산을 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와 의지를 배반하는 일이다.
4대강 독립군은 마지막 현장 조사 일정으로 오늘(3일) 6개보 수문 개방 조치에서 제외된 남한강의 3개 보를 취재한다. 수도권 시민들의 식수원인 이곳은 수위 조절도 필요치 않을 정도로 안전한 것인지를 조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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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로 구성된 '4대강 독립군'은 그동안 '이명박근혜 정권'으로부터 4대강을 해방시키려고 죽어가는 강의 모습을 고발했습니다. 정권이 교체된 뒤 문재인 정부가 오는 1일부터 우선 4대강 수문 6개를 열기로 결정했습니다. 4대강 독립군은 수문 개방 전과 후의 현장을 전해드리고, 4대강 청문회가 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적폐 청산 1호 '이명박 4대강' 탄핵하자> 기획 보도는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이 진행합니다. 4대강 독립군을 응원해 주세요. 후원 전화 010-3270-3828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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