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북스 인턴 생활 중 이후북스에서 열흘간 인턴으로 머물며 고양이 로르카와 노래를 하고 있다
황남희
아, 인턴에 대해서 말을 해야지. 그녀와 어떻게 친해지게 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정말 어떻게 친해지게 되었지?' 나도 매번 생각해본다. 그건 미바 때문이다. 미바는 <다시 봄 그리고 벤>이라는 아름다운 그림책을 만든 창작자이자 어디선가 우리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기에 어미새로 불린다.
미바가 그녀에게 이후북스를 소개해줬다. 누군가의 얘기를 흘려듣지 못하는 그녀는 이내 이후북스에 오게 되었고 난 책과 음반을 팔게 되었다. 그리고 1주년 때 공연을 하게 되었다. 난 그녀의 노래가 겨울에 덮는 이불처럼 감싸주는 느낌이 무척 좋았고, 그녀의 책이 봄볕처럼 따스해서 무척 좋았고, 그녀의 공연이 정말로 목욕탕 같아서 무척 좋았다. 이 과정을 구구절절 얘기하는 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나는 '그냥 다 좋았어요'라고 말한다.
진짜로, 인턴에 대해 말을 해야지. 나보다 밥을 더 많이 먹는 인턴에 대해서. 나보다 밥을 더 많이 먹고 빨리 먹는 인턴. 하지만 밥도 많이 먹고 빨리 먹으면서 말도 많이 하는 인턴. 그 세 가지를 동시에 하는 인턴을 보니 부러워졌다. 난 말을 많이 하면 덜 먹게 될까 두려운 거지근성이 있는데 인턴을 보면 이것을 극복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녀는 수요일에 지방 공연을 하고 왔다. 와서는 잔뜩 풀이 죽어있었다. 자신의 노래에 귀 기울일 준비가 되지 않은 관객들과 관객의 입장에 눈을 뜰 준비가 되지 않아 만족스럽지 않았던 공연을 생각하며, 잊을 만하면 한숨을 쉬었다. "맺지 못한 작은 점들이 떠오른다. 한 번에 하나씩, 한 숨에 한 걸음. 한 번에 하나씩, 두 숨에 두 걸음" 본인이 지은 노래 <만년필>의 가사처럼. 자신의 노래를 그런 식으로 들려주는 건 이미 노래가 되었다는 것이다.
인턴은 요즘 매일 일기를 쓴다. 의자에 걸터앉아 핸드폰을 들고 다리를 쭉 뻗어, 나 보란 듯이 긴 다리를 자랑하며. 또는 소파에 드러누워 내 에코백에 다리를 올리고서는 역시 핸드폰을 이용해서 뚝딱뚝딱 생각을 적어 내려간다. 일기를 다 쓰면 내게 말해준다. 난 인턴이 쓴 일기를 제일 먼저 읽고는 생각한다. '이런 사기 캐릭터!'
그녀는 내가 오른쪽 코닦지를 다 파고 이제 막 왼쪽 코닦지를 파려고 하는 그 짧은 순간에, 대단히 좋은 사유들을 문장으로 쏟아낸다(난 이 일기를 쓰는데 적어도 하루는 걸릴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이렇게 좋은 글을 어떻게 이렇게 빨리 쓰냐고 묻지 않는다. 나는 그녀가 한 번에 한 숨을 내뱉을 때 이미 한 문장씩 쓰고 있다는 걸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