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재단 사람 활동가들이 추석 연휴를 앞둔 26일 서울 용산구 빈곤사회연대 사무실을 방문해 추석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이희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추석 한가위만 같아라. 추석 때 건네는 덕담이다. 추석이 주는 '풍요', '넉넉함'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인권 활동가들에게 추석은 '보통날'일 뿐이다.
주5일 근무하는 인권활동가의 평균 월급은 2015년 기준 107만 원이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추석 상여금은커녕 선물도 기대하기 힘든 단체들이 대다수다. 빈손으로 고향집에 가는 활동가들의 마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권재단 사람이 나섰다. 지난 2015년 인권활동가들에게 추석 선물을 전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선물 구입비로 1000만 원 정도를 모금해, 그 돈으로 활동가에게 줄 추석 선물을 사는 것이다.
선물도 아무곳에서나 사지 않는다. 추석 선물세트를 판매해 활동비를 마련하는 비정규직지회, 인권단체 등에서 구입한다. 올해는 '강강술래 선물 두 개'라는 이름으로 대구인권운동연대에서 식료품 세트를, 만도헬라 비정규직지회에서 찹쌀 유과를, 백남기농민기념사업에서 우리밀을 샀다.
"단체들 중에는 후원자를 모으기 쉽지 않아 명절 때 선물을 팔아 활동비를 마련하는 곳이 꽤 돼요. 원가 따지면 단체가 손에 쥐는 돈도 얼마 되지 않을 텐데, 그마저도 소중한 거죠. 다른 활동가들은 '얼마나 열악하면 선물들을 떼어다 팔까'라고 생각하며 사고 싶어 하는데 경제 사정상 쉽지 않아요. 재단이 그 선물들을 사서 전달하니까 선물을 파는 활동가도, 받는 활동가도 모두 좋아하죠." - 인권재단 사람 활동가 정욜취지가 좋아서인지 동참하는 후원자도 꽤 있다. 한 후원자는 '인권 활동가에게 항상 고맙다'며 10kg짜리 사과 50박스를 보냈다. 귀한 연산 오골계 달걀을 보낸 이도 있다. 자신이 받은 선물을 그대로 보내거나 빵같은 것을 직접 만들어 보내는 사람도 있다.
박 소장은 "작년보다 후원은 적었는데, 후원자들 선물 덕에 (활동가들에게) 더 많이 줄 수 있게 됐다"며 "많이 주면 더 좋지"라며 어깨를 들썩였다.
"추석 배달은 주차 전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