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툰] 史(사)람 이야기 16화: 딸바보 이경검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역사카툰)
# 막내딸과의 약속을 지켜 25칸 기와집을 물려준 순녕군 이경검성종 임금의 4대손이자 임란 공신이었던 순녕군 이경검(李景儉)에겐 늙그막에 본 딸 하나가 있었다. 이름은 효숙. 천성이 총명하고, 외모도 이쁘장하여 이경검이 항상 옆에 두며 귀여워 했다.
하루는 이경검이 재물을 주고 산 집을 수리하는 현장에 막내딸 효숙이를 데리고 갔다. 경검은 농담삼아 '효숙이 너에게 이 저택을 너에게 줄 것'이라 했는데, 어린 효숙은 이런 아버지의 말을 굳게 믿었다고 한다.
9살 효숙은 그날 이후, 자기집이 생겼다며 집안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다녔다. 이야기를 들은 이경검은 아버지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차마 어린 딸을 속일 수가 없었다.
그는 아들, 딸을 불러 모은 뒤 한양 명례방(明禮坊·지금의 서울 필동)에 위치한 25칸 기와집을 아내인 김씨 부인과 공동명의로 구입하고 효숙에게 양도하기로 결정한다.
물정 모르는 딸의 행동을 모른 척하며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이경검은 그렇지 않았다.
주나라 성왕이 오동잎을 잘라주고 동생을 제후에 봉한 고사를 상기시키며, '부모 자식간의 믿음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느냐'라며, 아무리 말실수라도 어린 딸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공언했다.
게다가, 향후 자식들 사이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장남인 이안국(李安國)의 수결까지 받아놓으며 재산상속을 마무리 지었다.
9년뒤, 영의정 이산해의 손자 이구와 혼인한 효숙이 기와집을 혼수로 가지고 갔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22살에 청상과부가 된 효숙은 가난한 시집을 일으키기 위해, 1636년 아계 이산해의 묘소가 있는 충청도 예산으로 이주했으나 한양 명례방 기와집만은 남겨 두었다고 한다. 영특했던 그녀가 아들 교육을 위해 서울집을 팔지 않았던 것이다.
자식 교육에 열성을 다한 효숙은 외아들과 손자, 증손자 모두 대과급제 시키며 한산이씨 집안을 크게 일으켰으니, 이 모두가 신의(信義)를 목숨처럼 여겼던 이경검의 자식교육 덕분이었을 것이다.
# 막내딸 효숙에게 명례방 기와집을 분급한 이경검 부부 별급문기
▲* 효숙에게 명례방 기와집을 분급한 이경검 부부 별급문기 (李景儉 夫婦 別給文記). (소장처:충청도 예산 한산이씨 수당고택)
한산이씨 수당고택
이경검이 딸 효숙에게 명례방 집을 증여한 별급문기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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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력 24년(1596년, 선조29년) 3월 초 女 효숙에게 별도로 주는 증여문서
"오른쪽 문서의 일을 말할 거 같으면, 효숙이 너는 나의 외동딸로서 사랑하는 정이 어느 자식보다도 컸다. 왜란이후 재물을 주고 산 집을 수리하던 때에 내가 너를 등에 업고 일을 감독하면서, '이 집은 효숙이 너에게 주겠다'라고 말했었다.
너는 본디 천성이 총명한 까닭에 그날 이후, 항상 그 집은 나의 집이라 말하고 다녔으니 어린 자식을 어찌 속일 수야 있겠느냐.
주나라 성왕께서 오동잎을 잘라, 그 동생을 제후로 봉한 옛 고사를 생각해본다면 진실로 이러한 까닭일 수밖에 없다.
충의위 이종규에게 남부 명례방 가옥 일좌를 사서 영구히 너에게 별급하니, 이후 다른 자식놈들에게서 여타 불평불만의 말이 나오거든 장차 이 문서를 가지고 관아로 가서 바로 잡거라."
재주(財主) 아버지(父) 정의대부 전(前) 순녕군 (서명)
어머니 (母) 평양 현부인 김씨 (인장)
증인 자(子) 이안국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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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한산이씨 수당고택 고문서 집성(한국학 중앙연구원 著) , 다시 찾는 우리역사(한영우 著)
[지난편 보기]: [역사카툰] 15화: '직언왕' 이관명, 고속승진한 사연은? [제공: 카툰공작소 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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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카툰] 철부지 딸에게 '25칸 집' 준 아빠, 왜 칭송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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